[종영 ‘보고싶다’ ③] 유승호, 소년 벗고 남자로 완벽귀환
2013. 01.18(금) 06:55
유승호 보고싶다
유승호 보고싶다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어느 덧 데뷔 14년 차, 시골 할머니에게 후라이드 치킨을 요구했던 ‘집으로’의 ‘국민꼬마’는 건드리는 순간 자폭할 것 같은 고독한 살인마의 얼굴로 남자신고식을 치르게 됐다.

앞서 유승호는 전작 판타지 액션 활극 ‘아랑사또전’에서 옥황상제 역을 맡아 본격 성인 연기에 앞서 작은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하지만 후속작으로 전통 멜로극 MBC 수목드라마 ‘보고싶다’(극본 문희정, 연출 이재동)에 연달아 출연을 결정한 것은 세간의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단기간의 변신을 필요로 하는 데다 두 캐릭터의 성질이 워낙 다르기 때문.

이에 유승호는 ‘보고싶다’ 제작발표회에서 “‘아랑사또전’에서는 특별 출연식이라 분량이 많지 않아 쉬면서 편하게 작품을 했었다. ‘보고싶다’에서는 비중도 있고 역할도 중요하니까 좀 더 집중해서 성인연기에 도전하고 싶다”는 말로 아역 연기자에서 완전히 벗어나겠다는 다짐을 공표한 바 있다.

◆ 아역 시절, 유승호에겐 약이었다

그가 열연을 선보인 몇 편의 드라마를 살펴보자. KBS2 ‘공부의 신’에서 고독한 반항아의 심경을 이해하게 됐다면 ‘무사 백동수’에서는 연기자로서 몸을 부리는 방법을 알았을 것이며 종편 TV조선 ‘프로포즈 대작전’에서는 여인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습득했을 터다.

예상대로 ‘보고싶다’의 유승호는 준비된 연기자로서의 역량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강형준(해리 보리슨, 유승호 분) 캐릭터는 유승호가 아역에서 성인 연기자로 넘어오는 시절까지의 이 모든 학습과정을 집대성한 결과물이다.

강형준의 불편한 육체, 모성의 부재에 따른 결핍, 14년 간 사활을 걸고 사랑해 온 여인을 단숨에 빼앗기고 마는 상실의 정서는 경험 없는 신인 연기자가 쉽게 소화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연기력 자체도 물론 그러하거니와, 드라마 현장에서 제작진과 호흡을 맞추는 배우의 ‘경력’ 자체가 회당 연기에 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

예컨대 MBC 홈페이지 등에서 간간이 공개된 ‘보고싶다’ 촬영 현장 속 그의 프로다운 면모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감독, 스태프와 허물없는 농담을 나누다가도 촬영에 들어서자마자 엄마 강현주(차화연 분)의 초상화 앞에서 애틋한 눈물을 흘리는 그는, 뒤편에서 감독이 이름을 불러도 알아채지 못하며 연기에 경주마처럼 몰입한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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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청자들의 ‘유승호앓이’ 비결 뭐였나

유승호를 향한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은 놀라울 정도다. 신조어인 ‘~앓이’의 중심에 선 그는 연예엔터테인먼트에 몸담고 있는 일원의 실적 면에서도 뒤지지 않는 성과를 낸 셈이다. 첫째, 그는 러브라인 수요가 높은 브라운관 속 20대 남우로서의 가능성을 이 드라마를 통해 확실하게 입증했다.

극중 세 살 연상인 이수연(윤은혜 분) 앞에서 강형준은 모성이 결여된 소년이기도 광기와 집착을 지닌 스토커이기도, 때로는 이수연을 지키는 든든한 아군이기도 하다. 다각도에 있는 연인으로서의 ‘상’을 완벽히 소화해낸 그는 브라운관을 바라보는 여성 팬들을 감정이입시키며 “내가 유승호 때문에 이 드라마 본다”는 영예로운(?) 극찬을 얻어내기도 했다.

둘째로 그는 ‘싸이코패스’라는 극중 역할에 대한 대중의 기대치를 무리 없이 소화해내며 ‘도전하는 배우’라는 인식을 널리 심는 데 성공했다. 대중의 시선 안에서 정신질환을 앓는 젊은 싸이코패스 역할은 상당한 고난이도로 비춰진다. 이 때문에 설사 ‘보고싶다’ 속 그의 싸이코패스 연기가 완벽하지 않았다 한들 그가 성인 남성으로서의 첫 연기를 이 정도 고난이도로 택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적지 않은 플러스 효과를 내고 있는 상황.

더군다나 아역 출신 배우들은 아무래도 눈물 연기에 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유승호는 눈물의 힘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며 ‘최고의 1분’과도 같은 드라마 베스트 장면에 기여도를 높인 장본인이다. 불우한 운명 앞에서 정신이 나간 듯 웃다가 돌연 오열하는 그의 감정 신(Scene)은, 극중 경계성 인격 장애를 앓고 있는 강형준의 처지와 합일하며 호평을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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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 스스로도 이번 작품에서 거두어들인 성과를 깨닫고 있을 터. 그가 갑작스럽게 군 입대를 발표한 것 역시 ‘성인 연기자로서의 입지를 굳혔다’라는 어느 정도의 자신감이 작용했기에 가능했을 일이다. 지난 해 12월 21일 소속사 관계자는 “배우이기 전에 대한민국 청년으로서 여느 또래들과 같이 본인이 해야 할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유승호의 의지가 강했다”며 2013년 초 군 입대에 관한 공식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그가 부재할 2년이 그다지 긴 시간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성인으로 첫 출사표를 던진 ‘보고싶다’ 유승호의 눈빛 속엔 이미 연기력 이상의 무언가가 누적돼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그것은 배우로 살아남겠다는 의지, 배우로 대중과 오래 소통하겠다는 바람에 관한 ‘시간의 나이테’다.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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