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청춘' 나영석PD "예능이란? 이룰 수 있는 판타지여야죠" [인터뷰]
2016. 03.05(토) 11:25
나영석PD 인터뷰 꽃보다청춘
나영석PD 인터뷰 꽃보다청춘
[티브이데일리 강지애 기자] 나영석 PD의 예능은 의외로 별 것 없다. 여행 혹은 음식, 이 두 가지 카테고리 안에서 출발한다. 이제는 tvN의 대표 예능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가 그 주인공. 지난 3년간 매번 같은 소재로 예능을 만들다 보니 요리와 여행을 벗어나고 싶을 법도 한데 섣불리 도전은 하지 않을 거란다. 이유는 간단하다. 개인적인 도전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것. 올림픽도 사람들이 환호를 하니 열심히 뛰는 것이지 아무도 없는데 혼자서 뛰면 뭐 하러 하겠냐며 웃음을 터트리던 그는 자신의 의지를 떠나 시청자들이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PD가 해야 할 일이라고 답했다.

그래서 다시 여행으로 돌아왔다. 페루, 라오스, 아이슬란드에 이어 이번엔 아프리카다. '청춘'이라는 두 글자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배우 류준열 안재홍 고경표 박보검이 나영석 PD의 표적이 됐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출연해 그 누구보다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아온 만큼, 쌍문동 4형제의 아프리카 여행기는 방송 전부터 화제였다. 시청률 역시 대박을 터트렸다. '꽃보다청춘' 아프리카 편 1회가 12.7%(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가구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 이는 역대 '꽃보다' 시리즈의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운 수치로 시청자들의 높은 관심을 실감케 했다.

나영석 PD는 '꽃보다 청춘'의 세 번째 여행지를 아프리카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천둥 벌거숭이 같은 네 친구들을 아무 생각 없이 뛰어 놀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류준열 안재홍 고경표 박보검에 대해 "이 친구들은 3개월 전만 해도 일반인, 혹은 옆집 사는 동네 형이었다. 지금은 지위가 확 바뀌어 스타반열에 올랐지만, 아직 이 친구들은 자신들이 스타가 됐고 얼마나 유명한지 이제서야 조금씩 인지하고 있는 단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 PD는 "그런 부분에 있어 이들이 때가 덜 묻기 전에, 본인들이 아직은 '청춘'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아프리카에서 놀게 해주고 싶었다"며 이들과 아프리카로 떠나게 된 비화를 밝혔다.

"대학생들이 MT를 아프리카로 갔다고 생각하면 된다. 딱 요즘 아이들 같은 느낌이랄까. 겁나는 것도 없고 무서워하는 것도 없는 젊은 청춘들 말이다. 처음에는 너무 얼어있길래 고민이 많았다. 몰래카메라 장면도 방송이니까 재미있게 표현됐지 현장에서는 나 역시 당황했다. 이렇게까지 놀랄 일인가 싶기도 하고.(웃음) 이제 막 드라마로 뜬 친구들이다 보니 리얼리티든 뭐든 모든 게 처음이지 않나. 그래서 초반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힘들어했는데 하루 이틀 지나니까 그런 게 전혀 없어졌다."

이제는 '꽃보다청춘'의 필수 코스가 된 나영석 표 납치사건은 아프리카 편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출연진들이 얼떨결에 비행기 티켓을 받고 그 모습 그대로 공항으로 끌려가는 과정들이 웃음을 유발하곤 하지만 단순히 '재미' 때문에 몰래 카메라를 하는 건 아니란다. 나영석 PD에게 있어 몰래 카메라의 재미보다 중요한 건 이들이 끝까지 모르는 상태에서 여행을 떠나야 하는 점이며, 출연진들이 미리 계획해온 것 보다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고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는 점이라고 말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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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제조기'라고 불리지만 나영석 PD도 최근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었다. 현재 방송 중인 '꽃보다청춘'의 전작인 아이슬란드 편이 초반 화제에 비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표를 받은 것. 소위 말해 '망했다'는 반응들을 접하고 반성 중이라는 나영석 PD는 시청자의 의견에 반하는 것은 PD로서 직무유기다며 겸연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는 "제작진의 의견보다 중요한 건 시청자들의 평가다. 재미없는 정도는 아니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반응이 안 좋다는 질문을 여러 번 받다 보니 다음에는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나영석 PD는 개인적으로 아이슬란드 편을 사랑한다고 밝혔다. 아이슬란드에서만 볼 수 있는 신기한 자연풍광과 네 배우들의 진솔한 인생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는 것. 그는 오로라가 정상훈 정우 조정석 강하늘이 걸어온 배우 인생과 닮아있다고 이야기했다.

"이들은 쉽게 이 자리까지 올라온 사람들이 아니다. 무명시절도 길었고 고생도 참 많이 했다. 그들에게도 이야기했지만 아직 올라가야 할 산이 많이 남은 사람들이지 소위 말하는 '톱스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은 수많은 노력과 그 노력이 일궈낸 운으로 이 자리까지 오른 분들이다. 이러한 점들이 이 분들은 이미 '오로라'를 한 번 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오로라는 한국에서 경험할 수 없는 기이한 자연 현상이고 아이슬란드에서도 운이 좋아야 볼 수 있지 않냐. 그래서 오로라를 보는 순간 네 배우들이 살아온 인생을 떠올리지 않을까 생각해서 캐스팅한 것이다. 그런데 요즘 드는 생각은 시청자들이 이제 이런 이야기들에 관심이 없어졌나? 라는 생각도 든다.(웃음) 게다가 영하권의 나라다 보니 늘 추워하고 떨고 있고 차 안에만 있다 보니 이런 부분에 있어 내가 판단 미스였단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이렇듯 나영석 PD는 더 나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시청자들의 반응을 끊임없이 살피며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했다. 그는 예능은 서비스업이라며 시청자와 제작진이 원하는 공약수를 찾아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게 PD의 일이라고 했다. 시청자가 봐주지 않으면 프로그램의 존재 의미는 사라진다는 점, 그리고 좋은 시청률과 반응 등의 결과물이 나와야 의미가 있다는 것. 그래서 그는 또 한 번 강조했다. "올림픽 출전하는 게 아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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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PD는 '삼시세끼'부터 '꽃보다' 시리즈, 그리고 웹 예능인 '신서유기'까지 연타석 홈런을 날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 자신이 유별난 사람이 아닌, 평범하고 보통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예능은 기본적으로 이룰 수 있는 판타지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시청자들이 우리가 만든 프로그램을 보며 '뜬구름 잡는 소리하고 있네'가 아닌, 쉽게 마음을 먹고 실천할 수 있는 예능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나영석 PD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확고했다. 무방비 상태로 납치돼 무작정 여행을 떠나는 출연진처럼 시청자들 역시 계획 없이 여행을 떠나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는 과거 자신이 연출했던 KBS2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 2일'의 인기 요인 역시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장소며 출연진들처럼 소소하지만 즐겁게 놀 수 있다는 점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다른 예로 '삼시세끼' 어촌 편을 언급하며 "차승원이 선보이던 음식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당장 저녁밥상에 반찬으로 올릴 수 있는 것들이지 않냐. 물론 실천은 시청자들의 몫이지만 말이다"라며 웃어 보였다.

"내가 생각하는 예능프로그램이란 '이룰 수 있는 판타지'여야 한다. 프로그램을 보며 '나도 떠나고 싶다'는 꿈을 꾸게 하고, 그 꿈을 꾸는 과정에서 겪는 두근거림과 설렘, 이러한 것들이 우리가 예능을 통해 시청자에게 선물할 수 있는 아주 소소하지만 작은 역할지 않을까.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새로운 걸 도전하더라도 유별난 소재가 아닌, 여행이나 음식과 같은 보편적인 소재를 건드리고 싶다."

[티브이데일리 강지애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CJ E&M, tvN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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