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의 사건수첩' 이선균, 맵시 나는 사람 [인터뷰]
2017. 04.21(금) 09:03
임금님의 사건 수첩 이선균 인터뷰
임금님의 사건 수첩 이선균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배우 이선균은 그 얼굴이나 목소리는 물론 사고방식까지 맵시 있다. 껄렁한 듯 보여도 스마트하고, 그러면서도 위트있는 말주변까지 매력적인 사람이다.

4월 26일 개봉될 '임금님의 사건수첩'(감독 문현성·제작 영화사람)은 예리한 추리력의 막무가내 임금과 어리바리한 신입사관이 콤비를 이뤄 한양을 뒤흔든 괴소문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과학수사를 벌이는 코믹수사활극이다.

이선균은 그야말로 괴짜 왕으로 분했다. 다재다능한 재주꾼이지만 왕성한 호기심과 과감한 행동력으로 사건이 있는 곳엔 어디든 바람처럼 떠나는 막무가내 임금이며 격의없는 태도와 익살스러움, 약간의 허세, 그리고 다소 짓궂은 성격이지만 속내는 깊고 상냥하며 정의로운 인물. 그 역시 "굉장히 독특한 임금이란 캐릭터가 재미있었다"고 했다. 임금과 신하의 상하 관계가 가깝고, 그 둘이 조선시대 버전 과학수사를 벌이는 영화적 상상력도 신선했다. 무엇보다 워낙 캐릭터가 멋지게 잘 만들어져 있기에 자신과 안재홍이 호흡을 잘 맞추면 분명 극적 재미가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사극이란 장르 때문에 부담이 된 것도 사실이다. 공간이 주는 낯설음은 물론 분장과 옷까지 모든 게 처음이었기에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그 또한 시간이 갈수록 트렌디 드라마, 로맨스 드라마 외에도 사극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단다. 결국 도전에 나섰지만 "사극 틀 안에서 연기를 하면 코미디가 안 나올 것 같더라"고 당시의 고민을 밝혔다. 그래서 갇혀있지 말고 불편함 없이 연기하잔 생각을 했다. 이선균은 "가끔 왕인데 이래도 되나, 사극인데 이래도 되나 주저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안재홍과 함께 이야기하며 우리 둘이 할 땐 틀을 깨고 연기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것이 통용됐고 차차 스태프들 반응도 나오기 시작하며 정말 유쾌한 촬영 현장이 됐다고.

우선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과제였다. 그렇지 않으면 성립이 되지 않는 영화이기에 행동도 일부러 삐딱하게 하고, 안재홍과 붙을 땐 가끔 현대적인 말투를 써보기도 했다. 전략아닌 전략이었다. 이는 꽤 영리하고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선균은 기존 사극에서 보여졌던 격식과 전형성을 갖춘 임금 이미지를 과감히 탈피했고, 이는 코믹 사극 장르를 만나 더욱 매력적인 인물로 완성됐다.

이선균은 "이 영화의 톤앤매너를 정할 때 캐릭터의 호흡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추리 장르보다 버디물이나 캐릭터무비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추리 장르는 이미 '미드'나 '셜록' 등을 보신 관객들의 눈높이가 많이 높지 않은가"라며 넉살이었다. 하지만 그랬기에 더욱 고심하고 안재홍과 많은 대화를 하며 호흡을 맞춰나간 그였다.

실제 안재홍이 출연 제의를 받고 고민하고 있던 시절, 그에게 용기를 줬던 것도 이선균이었다. 그는 안재홍이 출연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팬이었단다. 드라마 종영 때쯤 안재홍이 시나리오를 받았단 얘길 들었고, 주연 부담감 때문에 고민하고 있단 걸 알곤 "같이 하면 좋겠다"는 얘길 했단다.

이선균은 "재홍이 입장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저도 10년 전 '커피프린스' 끝나고 큰 역할을 맡을 때 부담감이 있었다. 그래서 옴니버스 영화부터 시작했었다. 사실 '임금님의 사건수첩'이 제가 한 버디물 중 제일 크다. 저도 이런데 재홍의 고민이 충분히 이해가더라"고 했다. 또한 좋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덥석 잡지 않고 깊은 고민을 한 안재홍의 신중함과 진짜 배우로서의 고민은 이선균 역시 과거에 겪었던 것으로 더욱 동질감을 느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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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함께 연기하게 됐지만, 처음엔 꽤 맞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한다. 그래서 촬영이 없는 날 방으로 그를 불러 1박2일 동안 맥주를 마셨다고. 말은 그렇게 해도 이선균은 안재홍 캐릭터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데 주력했다. 이를테면 자신이 권위를 버리고 촐싹대며 능동적으로 굴면 이에 따른 안재홍의 리액션이 돋보일테니 더욱 건드리는 식이었다. 이는 영화적으로도 재밌을 것 같단 생각이었다.

이선균은 몰래 잠행을 나간 상황에서 자신을 "전하"라고 부르는 안재홍의 뺨을 짓궂게 철썩 때리며 "내 이름이 이전하다"라고 넉살을 떠는 신이나, 실수를 연발하는 그에게 잔소리를 쏟아내며 발길질을 하는 코믹한 신들 모두 즉석에서 많은 대화를 통해 만들어낸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워낙 재홍이 표정이 귀엽고 재밌다. 어느 순간 서로 편해지고, 그가 뭘 할지 예측이 되니까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서 NG가 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후속편이 만들어진다면 지금은 '덤앤더머' 임금과 신하의 '우당탕탕 소동극'으로 비춰졌다면, 그땐 안재홍의 천재적인 기억 능력이 돋보이는 좀 더 진중한 추리물의 느낌이어도 좋겠다고. 그만큼 후배들과 격의없이 어울리고, 자신이 돋보이기보다 상대의 재능을 살리고 이끌어내는 사람 좋은 배우다. 그러면서도 유쾌하고 넉살 좋은 면모 역시 두루 갖췄다. 이를테면 대중 반응도 잘 살펴보는데 비평글이어도 자신이 볼 때 인정하는 부분이라면 "맞아, 똑똑한데"라고 감탄한단다. 또 "요샌 대본이 안 외워져서 좌절했다"고 셀프 디스하는 익살스러움 역시 소탈하고 친근하다.

지난 배우 인생을 돌아보면 "잘 가고 있는 것 같다가도, 잘 안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우울증이 올 것 같기도 하고 그런다. 저만 그런진 모르겠지만 바쁘게 일하다 갑자기 공허해질 때도 있다. 한계에 부딪혀 여기까지인가 좌절할 때도 있고, 그냥 그런 두려움이 막연하게 있다. 언제까지,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들"이 있다며 자신의 깊은 고민과 불안을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한다. 이는 오히려 그의 또다른 용기를 엿보게 한다.

40대 배우이자 가장이자 아빠로서, 어릴 땐 배우가 꿈이자 이상이며 그저 마냥 좋았는데 이젠 직업이 되며 한 작품 한 작품 결과로 평가받고 그래서 더욱 부담감을 느끼게 된다고. "그만큼 선택받지 못할까, 주어지지 않을까 겁나는거다. 또 선택을 받아도 큰 책임이 따르니까 주저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같은 배우로서의 고민을 겪어나가면서 현장에서의 참여도도 달라지고, 작품에 임하는 자세도 책임감 있게 바뀌는 것 같다." 문득 두렵고 고민이 될 땐 운동으로 털어버리고, 지나간 건 되돌릴 수 없으니 현실에 충실하며 조금씩 전진하면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시원스레 말하는 그의 미소가 멋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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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CJ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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