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을 털어라' PD, 늦은 퇴근길 맥주 한 캔이 주는 위로 [인터뷰]
2017. 05.16(화) 07:07
'편의점을 털어라'
[티브이데일리 김예나 기자] 우리나라 대표적인 방송 트렌드라 하면 '먹방'과 '쿡방'을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시청자들은 스타들이 자신만의 사연 담긴 음식을 직접 요리하고, 그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대리 만족을 느끼곤 한다. 여기에 남녀노소 누구나에게 친근한 '편의점'이라는 공간이 배경이 된다면 더 큰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바로 그 점이 tvN '편의점을 털어라' 연출을 맡은 이윤호 PD가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살리고자 했던 가장 큰 중심이었다.

인터뷰를 위해 CJ E&M 사옥에서 만난 이 PD는 이날 마지막회 편집에 한창이던 중이었다. 지난 1월 파일럿 방송 후 3월 정규 편성돼 10회를 이끌어온 그는 "정신없이 달려온 것 같다. 파일럿 당시 받았던 여러 가지 의견들이나 부족했던 부분들을 보완해서 본 방송에 녹여냈다고 생각했는데 잘 살렸는지 모르겠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파일럿 방송 당시 프로그램은 첫 회 시청률 3.5%(닐슨코리아, 전국유료가구기준)을 기록하며 순조롭게 시작했다. 높은 시청률뿐만 아니라 각종 SNS와 블로그 등 온라인 상에서도 큰 호응을 이끌어내며 시청률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이 PD는 무엇보다 편의점 음식을 활용한 레시피 조합이라는 분명한 콘셉트를 프로그램의 인기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파일럿 때 주제를 분명하게 잡았던 것이 시청자들에게 호평받을 수 있었던 비결인 것 같다. 매 회마다 주제가 명확하고 뚜렷하다보니 시청자들이 재밌게 봐주셨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파일럿 당시 시청률면에서 높은 성적을 거뒀음에도 시청자들 사이에서 혹평이 쏟아졌다며 정규 편성을 앞두고 가졌던 적잖은 부담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 PD는 "파일럿 당시 받았던 쓴소리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정규 방송 초반에는 최대한 심플하게 갔다. 그러다보니 재미가 없어졌는지 초반 반응이 뜨뜻미지근했다. 하지만 정규 편성 되면서 파일럿 때 느껴졌던 산만한 부분은 많이 완화된 것 같다. 확실히 이전보다 정리가 더 잘 됐다. 시청자분들도 단순히 요리의 결과보다 요리 과정을 더 좋아하신다는 것을 알았다. 확실히 시청자분들의 만족감은 더 높아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PD가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가장 염두에 뒀던 부분은 바로 편의점이라는 공간의 접근성이었다. 그는 "편의점이라는 공간의 가장 큰 메리트는 '내가 먹고 싶을 때 언제든지 사먹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했다. 밤 12시, 새벽 1시 쯤 늦은 퇴근길에도 편의점에 들어가면 얼마든지 맥주부터 야식을 사먹을 수 있지 않나. 바로 그 점에서 시작돼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편의점 음식의 단순함에서 조금 더 벗어난 새로운 레시피 조합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고. 이 PD는 "그런데 어느 순간 질리더라. 편의점 음식만 먹기는 뭔가 한계가 있고 그렇다고 맨날 먹는 것만 먹으니까 지겹기도 해서 색다른 음식 없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한 번 해먹어보자고 해서 프로그램으로 발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거창한 요리를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는 이 PD다. 그는 "사실 저는 요리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특별히 요리를 위한 음식 조합이 아닌 이것저것 섞어서 후라이팬에 넣어보는 식이었다. 단순했다. 그렇게 만들어서 먹어보니 간편하기도 하고 재밌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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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든 쉽고 간편하게 구할 수 있는 편의점 음식을 재료로 이색적인 요리를 탄생시킨다는 포맷의 '편의점을 털어라'는 출연진들의 열정에 힘입어 더욱 더 볼거리가 풍성해지고 재미가 배가됐다. 이 PD는 방송인 이수근과 그룹 하이라이트 윤두준의 2MC를 비롯해 패널로 출연한 가수 토니안, 강타, 딘딘, 개그우먼 박나래, 가수 유재환, 그룹 EXID 혜린 등을 언급하며 이들의 프로그램에 임하는 높은 열의와 관심에 깜짝 놀랐다고 털어놨다.

그는 "출연진들이 이렇게까지 열의를 갖고 프로그램에 임할지 몰랐다. 다들 요리에 일가견이 있고 애착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본인의 열의를 불태울 줄 몰랐다"며 "아무래도 요리 대결과 승부 쪽에 프로그램이 초점을 맞춰지다 보니까 출연진들의 열정이 더해진 것 같다. 처음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가 쉽고 간편하게 음식을 만드는 것인데 출연진들의 열정이 너무 넘쳐서 이를 다운시킨 적도 있었다"고 웃음 지었다.

그중 단연 프로그램에 있어서 열정적이었던 출연진은 바로 박나래. 이 PD는 "박나래 씨는 아무래도 '나래바'에 대한 자부심도 있고 프로그램에서 요리를 못하면 스스로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는지 정말 적극적이었다. 매 회 미리 주제를 알려주면 레시피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출연진들이 전하는데 단연 박나래 씨가 가장 열정적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PD는 "박나래 씨뿐만 아니라 다른 출연진들 역시 작가한테 직접 전화해서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하고 의견을 전하곤 했다. 직접 음식을 해본 후에 피드백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며 출연진들의 열정을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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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PD는 '먹방' '쿡방' 등 이미 오래 전부터 방송가 트렌드로 자리잡은 포맷의 우려 섞인 시선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요즘 사람들의 삶이 팍팍하다 보니 '먹방' '쿡방' 등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에 계속해서 관심을 가질 것 같다. 대세 불변의 아이템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본만 하더라도 '먹방' '쿡방' 포맷의 프로그램은 한국보다 훨씬 많은 양의 프로그램들이 끊이지 않고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SBS '백종원의 3대 천왕'을 보면서 더 이상의 '먹방'은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서 '편의점을 털어라'를 론칭하면서도 '과연 이 프로그램을 하는 게 옳은 걸까' 생각하기도 했다. 또 요즘 tvN '윤식당'만 봐도 시청자들이 크게 열광하지 않나. 결국 음식을 베이스로 하는 프로그램들은 끊임없이 인기를 얻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먹방'과 '쿡방'은 탄생할 것 같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느냐가 관건일 것 같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편의점을 털어라' 역시 같은 '쿡방' '먹방'이지만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 PD는 "편의점이라는 공간과 음식 조합이 색다르게 보인 것은 맞지만 계속해서 변화를 주지 않으면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며 겸손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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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시즌2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이 질문에 이 PD는 선뜻 대답을 꺼내지 못했다. 그는 "사실 파일럿 때보다 정규 방송의 시청률이 높지 못했다. 처음 파일럿 때는 금요일 밤으로 편성됐고, 정규는 월요일 밤에 방송됐다. 더구나 밤 12시 20분이라는 심야 예능으로 시간이 변경되면서 시청률면에서 아쉬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PD는 "방송 이후 비슷한 콘셉트의 프로그램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생각보다 문턱이 높다는 생각도 들었고, 시청자분들의 의견을 보면서 프로그램의 여러 가지 고칠 부분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되돌아볼 수 있었다"며 "분명한 것은 저 역시 프로그램이 시즌2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부족했던 부분은 보완을 하고, 더욱 더 시청자분들을 만족시킬 수 있게끔 다듬어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시청률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지만 정규 편성 후 편의점 음식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잇달으며 호응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이 PD는 "이수근 형님이 제게 프로그램에 출연한 게스트들이 다들 정말 좋아한다고 말해줬다. 또 홍석천 씨를 시작으로 오세득 셰프님, 이연복 셰프님 등 요리를 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것을 보고 크게 감동했다. 방송을 떠나서 편의점 음식에 대해 높게 평가하고 인정해주셔서 감사했다"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2030대 젊은층을 넘어서서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의 시청자들에게도 프로그램이 크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숙제라고 했다. 그는 "프로그램이 시청자층의 양극화가 심했던 것 같다. 40대 중후반부터는 아예 관심이 없었다. 사실 처음에는 40대 시청자분들도 분명 잡을 수 있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프로그램에 나오는 레시피들이 조금씩 복잡해지면서 어려웠던 것 같다. 40대 이상 시청자들도 쉽고 간편하게 요리할 수 있고 그들의 입맛도 사로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프로그램의 뚜렷한 콘셉트는 분명한 경쟁력으로써 시청자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범람하는 '먹방' '쿡방' 속에서도 고유의 색깔을 지니고 있다면 프로그램의 큰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 '편의점을 털어라'였다. 아직 시즌2에 대한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프로그램의 정체성과 이를 풀어내는 이 PD의 역량, 여기에 연출자까지도 놀랄 만큼의 열정 넘치는 출연진들의 애정이 더해진다면 분명 다음 시즌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다림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티브이데일리 김예나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신정헌 기자, tvN 방송화면 캡처,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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