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원수’ 김호창, 기다림이 익숙해진 배우 [인터뷰]
2017. 07.17(월) 06:30
달콤한 원수 김호창 인터뷰
달콤한 원수 김호창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많은 이들이 배우 김호창 하면 선뜻 얼굴을 기억해 내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김호창은 누구나 인생에 찾아오는 세 번의 기회 중 첫 번째 기회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대표적인 성공작이 없다. 그러나 김호창은 누구보다 묵묵히, 때로는 집요하게 연기를 하면서 그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배우다. 언젠가는 잭팟이 터지기를 고대하는 이가 바로 김호창이다.

SBS 아침 드라마 ‘달콤한 원수’(극본 백영숙 연출 이현직)는 누명을 쓰고 살인자가 된 주인공이 거짓 세상을 향해 통쾌한 복수를 날리는 내용을 담은 드라마다. 극중 김호창은 최고식품 법률팀 변호사이자 오달님(박은혜)을 배신하는 홍세강 역을 맡았다.

홍세강이라는 인물은 극 중 유일하게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상을 준다. 때로는 인간적이면서도 때때로 성공을 위해 악행을 저지르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흔히 아침 드라마에서 보는 전형적인 캐릭터와는 사뭇 다르다.



김호창은 이에 대해 ‘달콤한 원수’의 작가를 만나 들었던 이야기를 전해줬다. 그는 “작가님이 복잡한 캐릭터라 힘들 것이라고 했다. 나쁜 놈인데 제가 연기하는 모습이 안 나빠 보였으면 좋겠다고 주문을 하셨다”고 전했다. 그런 면에서 김호창은 ‘달콤한 원수’의 작가가 요청한 주문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 셈이다. 자신을 뒷바라지 한 달님 앞에서는 눈물을 흘리며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다가도 성공을 위해서, 가족들의 압박에 못 이겨 독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사실 김호창은 홍세강이라는 인물을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너무 연극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작가와의 이야기를 통해서 드라마에서 누구보다 현실적인 사람이라는 사실을 느끼게 됐다. 사람은 누구나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데 홍세강이 바로 그런 인물이기에 사람에 따라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렇기에 홍세강이라는 인물을 연기하기가 쉽지 않은 캐릭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호창은 “홍세강을 연기할 때 재미있다”고 했다. 연극을 할 때도 선 굵은 악역이나 고뇌하는 연기를 했지만 이번 홍세강처럼 왔다 갔다 하는 인물이 처음이었다. 그렇기에 힘든 것보다는 좀더 세밀하게 노력해 가장 현실적인 인물로 대변되도록 안정적으로 연기하는 것에 대한 만족도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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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연출한 이현직 PD는 극의 주인공보다 먼저 홍세강 인물로 김호창을 떠올렸다. 사실 이현직 PD는 김호창에게 있어 은인이나 다름 없다. SBS 공채 응시 당시 자신을 뽑아준 이이자 이름 없는 단역을 하는 자신에게 드라마 ‘산부인과’에서 송중기의 친구 역할을 준 이기도 하다. 이러한 고마움에 보답하고자 죽기 살기로 연기를 하다 보니 PD에게 연기에 대한 믿음을 줄 수 있었다.

그렇게 드라마와 영화를 30여 편을 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연기를 잘한다고 해서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사실 김호창은 SBS 공채로 합격하며 이름 없는 단역, 주인공의 친구 역할을 해왔지만 연극 판에서는 주인공을 해왔던 이다. 더구나 ‘최연소 국립 극단 단원’이 될 만큼 인정 받은 배우였다.

허나, 연극계를 떠나 드라마 쪽에서는 이름 없는 신인이었다. 심지어 김호창은 목소리 톤을 바꾸라는 요구를 받기도 했다. 주인공 보다 더 시선이 가게 만드는 연기와 목소리 톤이 문제가 됐던 것이다. 주인공을 함에 부족함 없는 연기력이 오히려 이제 막 공채 합격 신인에게 독이 된 셈이다.

또한 주변의 반응도 그를 지치게 만들었다. 계속해서 아침 드라마를 하다 보니 주위에서 ‘아침 드라마만 하다 보면 더 크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보다 연기에 대한 목마름이 더 컸다. 이에 자신을 불러주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든 달려갔다. 오로지 쉬지 않고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감사함에 어느덧 조급한 마음마저 사라졌던 것이다. 자존심이 상해도 뼈를 묻어야 할 곳이라 생각하고 친구 역할, 조력자 같이 주어진 역할을 모두 다했다.

그럼에도 김호창에게 큰 시련이 닥쳤다. 30살이 되던 해, 자신의 모자람이 아닌 다른 이유로 연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반복 됐기 때문이다. 이에 김호창은 연기를 포기한 채 고향이 포항으로 내려갔다. 김호창은 당시 어머니가 자신이 고향으로 내려온 이유를 어느 정도 눈치채셨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가 경상도 분인데 ‘그만큼 했으면 많이 했다. 잘 버텼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모든 걸 포기한 김호창에게 또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푸른거탑’이다. 사실 그 당시만 해도 김호창은 파일럿이고 15분 짜리 5회 분량인 ‘푸른거탑’을 기분 좋게 찍고 용돈이나 벌어서 그 돈으로 버티며 새로운 직업을 찾아볼 요량이었다. 하지만 ‘푸른거탑’이 인기를 얻으면서 처음으로 CF라는 것도 찍고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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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창은 이런 굴곡에도 불구하고 연기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에 대해 “내 안에서 나는 될 놈이라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다”고 했다. 주변에서 포기하는 모습을 볼 때도 정신을 차리고 버티려고 했다. 그렇다고 막연한 자신감은 아니었다.

“18살 때 처음 ‘우리 읍내’라는 공연에서 연기를 시작했어요. 그리고 오디션을 봐서 ‘햄릿’을 했고 20살 때 연기로 인정 받아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수시로 합격했어요. 더구나 국립 극단 합격, SBS 공채 합격도 했고요. ‘난 될 놈이다’라는 자신감에 대한 검증을 받는 것처럼 매번 합격을 했어요.”

더구나 김호창은 연기를 하는 것이 너무 좋아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좋아하면 해야 한다. 그리고 하다 보면 유토피아 같은 것이 올 것 같다는 확실함이 있다”고 했다. 그 스스로도 이러한 생각이, 연기로 성공한다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로또와 비슷하다”고 했다. 만약 검증하고 탈락했다면 딴 직업을 갔을 텐데 매번 기회가 주어지니 기회가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희망이 희망 고문이 아닌 신념처럼 굳어진 것이다.

그리고 김호창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자신이 연기로 원하는 위치에 오르기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배우 조진웅, 마동석이 단역부터 시작해 주인공의 자리에 오른 것처럼 김호창도 그들과 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는 자신감, 그리고 확신이 있었다. 그렇기에 100편의 작품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앞으로 60~70편의 작품에서 연기적으로, 혹은 위치가 좀 더 달라져 있을 자신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쉬지 않고 하면, 어떤 역할을 주더라도 연기력만 있다면 언젠가는 목표한 곳에 오르지 않을까요. 전에는 국민 배우가 꿈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30대가 되고 나니 작품이 재미 없더라도 그 배우의 연기가 보고 싶어지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배우야 말로 실력으로 인정 받는 진정한 배우라고 생각해요.”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 제공=열음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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