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공감] ‘택시운전사’가 보여준 광주의 그 날에 남는 묵직한 아쉬움
2017. 08.09(수) 18:48
택시운전사
택시운전사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아픈 역사에 다가가는 법은 두 가지다. 아픔이 남긴 상흔의 깊이만큼 무겁게 혹은 좀 더 많은 이들의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 조금은 가볍게. 하지만 동일한 전제가 있다.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의 역사에 다가갈 것.

권력이 휘두른 무자비한 폭력으로 가득했던 광주의 그 날들, 영화 ‘택시운전사’는 우연찮게 외신기자를 태우고 광주에 가게 된 한 택시운전사가 맞닥뜨린 역사의 모습을 그려낸다. ‘김사복’이란 이름으로 남은 ‘서울택시 김만섭’(송강호)은 언론이 보도하는 대로 그저 불순한 세력이 불순한 의도로 민심을 어지럽게 하는 정도로만 알고 있던 보통의 시민이자 관객을 의미하며, 우리는 그의 눈을 통해 그 날의 광주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우선 송강호가 배역을 맡았다는 점이 천운이다. 보통의 시민이자 특별한 개인을 송강호처럼 잘 구현해낼 수 있는 배우가 또 있을까. 게다가 그가 맡은 김사복은 실재하는 인물이긴 하다만 실제 인물과는 거리가 있다. 어찌 되었든 독일 기자 위르겐 힌즈페터(이하 ‘피터’)의 말에 나름의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진 캐릭터인 연유다. 즉, 시나리오에 송강호의 숨결이 들어감으로써 생명을 얻게 된 것이니, 배우의 연구와 연기력의 산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택시운전사’의 목표는 뚜렷하다. 보통의 어른을 대표하는 김사복이 변화하는 것. ‘십만원’이란 돈에 홀려 외신기자를 태우고 위험한 광주까지 가다, 마치 함정에라도 빠진 것 같은 김사복의 설정만큼 흥미롭고 무게감 있는 게 또 없다. 당시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인물이라 할까. 뼈 빠지게 고생하여 대학 보내놨더니 데모나 한다고, ‘잘 살아 보세’를 외치며 힘껏 일하고 있는 부모의 얼굴에 먹칠이나 한다고, 실상은 알지 못한 채 혀만 차던 어른 중의 하나로 시작하여 결국 실상을 목격하고 역사 속의 한 개인이 되는 과정을 겪기 때문이다.

송강호는 한 아이의 아빠이자 어려운 시절을 지나온 어른의 한 사람, 하지만 부조리한 현실을 목격하고 변화하는 한 개인의 모습을 작품 속에 제대로 담아냈다. 관객 또한 그의 표정과 움직임에 동화되어 광주의 그 날에 조금이라도 더 다가갈 수 있었고. 사실 그 덕분에 ‘택시운전사’의 목표는 거의 이루었다고 보아도 무방해, 다시 생각해도 송강호는 ‘택시운전사’에게 ‘천운’이다. 바꿔 말하면, 송강호 외의 요소는 다 아쉬움으로 남는단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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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란 소재를 가지고 보통의 사람, 한 개인의 모습으로 친숙하게 다가간 것까진 좋았다. 큰 상흔을 남긴 역사일수록 한 개인의 모습으로 다가가는 게 가장 정확하고 사실적인 시각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니까. 하지만 폭도로까지 오인되었던 사람들이 실은 우리 바로 옆에 있는 지극히 평범하고 마음 좋은 보통의 사람이었음을 과하게 강조하려 한 탓에, 실제보다 가볍게 다루어졌다. 사복경찰마저 만화에서나 볼 법한 모습과 목소리를 취하고 있었으니 있는 그대로의 역사는커녕 그저 편집된 한 편의 영화를 본 것에 그쳤단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역사적 사건의 처절함은 반감되고 인위적인 감동만 남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중심인물이자 관객의 직접적인 통로가 되어줘야 할 김사복이 작품 속에서 제대로 되살아나 있었단 점이다. 역사를 다룬 작품이라면, 그것도 아픈 역사를 다루었다면 기본적으로 지켜야할 예의가 있다. 어떤 방식의 접근이던지 ‘있는 그대로’의 역사에 최선을 다해 충실할 것. ‘택시운전사’가 그려낸 광주의 그 날에 묵직한 아쉬움이 남는 이유인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을 광주의 그 날 앞으로 데려간 송강호에 찬사를 보내는 까닭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 제공=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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