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 김창수' 조진웅, 이 땅에서 비굴하지 않기 위해 [인터뷰]
2017. 10.11(수) 16:50
영화 대장 김창수 조진웅 인터뷰
영화 대장 김창수 조진웅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배우 조진웅은 따뜻하고 섬세하면서도 대단한 강단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 그가 암흑의 시대 속, 타오르는 신념과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치기 어린 청년에서 억울한 고통을 당해내는 이들을 보며 점차 변모해가는 영웅이 됐다. 이보다 더 그에게 적합한 인생 캐릭터가 또 있을까 싶다.

10월 18일 개봉될 영화 '대장 김창수'(감독 이원태·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는 1896년 명성황후 시해범을 죽이고 사형선고를 받은 청년 김창수가 인천 감옥소의 조선인들 사이에서 대장으로 거듭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감동 실화다.

조진웅은 혈기왕성하고 고집 센 다혈질 청년 김창수의 모습으로 치욕의 역사 속에서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토해내면서도, 가엾고 불쌍한 조선인들에겐 마음으로 동화돼 점차 진정한 민초들의 영웅으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뜨겁고 묵직한 울림으로 담아냈다. 스크린 속의 조진웅은 완벽한 '대장 김창수'였다.



이원태 감독 또한 시나리오 초고 작업부터 조진웅만을 생각했고 그를 캐스팅하기 위해 3년을 삼고초려했다고 공공연히 밝혀왔다. 조진웅은 "실제 김구 선생님 풍채가 저랑 비슷하더라. 그리고 충무로 가성비와 시기가 맞아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너스레였지만, 이처럼 오롯이 한 배우만을 생각하며 공들인 배역을 만난다는 건 분명 영광스러운 일이다. 사실 은근히 기분이 좋고 감사했단 조진웅이지만, 작품 제안을 받고 김창수가 되겠단 결심을 하기까지의 과정이 힘들었단다. "내가 이 인물을 할 수 있는 깜냥이 되겠나"하는 고민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위인이 아닌, 한 청년이 구국의 초석이 될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그려낸 지점이 좋았단다. "평범했던 사람도 영웅이 될 수 있고, 어떤 삶도 소중하지 않은 삶이 없구나"란 생각을 했던 그다. 조진웅이 말하길 영웅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소중하게 느끼는 것만으로도 영웅이 될 수 있고 이는 요즘같은 시대에도 통용되지 않느냐고.

결국 절망의 시대, 희망을 놓지 않는 사람들이 진정한 영웅이란 의미를 핵심적으로 내포한 영화였기에 그의 마음을 강하게 매료시킨 셈이었다. 그렇게 김창수가 됐고, 이미 선택을 했으니 그 이후의 감정의 동화와 고통까지도 그가 감당해야 할 몫이 됐다. 모진 옥살이와 고문, 구타를 견뎌내는 따위의 물리적 행위보다 심적인 데미지가 더 컸던 그였다. 조진웅은 "당시의 역사적 사실이 있기에, 저희는 연기만 할 뿐인데 촬영하며 감히 힘들다고 말할 수 없었다"고 했다. 특히 메이킹 필름에서 사형 집행대에 오른 그가 촬영이 끝난 뒤에도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는 신이 유독 인상 깊었다. 조진웅은 "사실 그렇게 울고 있는지도 잘 몰랐다"고 쑥스러워했다.

하지만 당시 느낀 감정은 죄송하단 마음이 컸다고. 치욕스러운 순간에도 결코 굴하지 않고 신념과 정의로 지켜낸 이 나라에서 너무 잘 먹고 잘 살며 호강하고 있는 점도, 그런데도 이런 부끄러운 세상을 만들었단 죄책감이 컸다. 그리고 40대의 조진웅이 감히 상상도 못 했을 20대 청년의 굳건한 기개에 놀란 한편 창피하고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이 들었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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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뜨겁고 생생하게 치밀어 오르는 감정으로 연기한 그였기에, 그 진심은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일 터. 그럼에도 조진웅은 "모두가 고군분투한 작업이었다. 저는 주인공이 아니라 이 작품에 참여한 작업자 중의 한 명이었고, 지울 수 없는 역사의 길을 남기는데 참여할 수 있었다"고 겸손이었다.

다만 "영화라는 상업 매체를 통해, 배우로서 이런 광대짓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면 보는 이들에게도 힘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고, 이 작업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나 또한 그 의미를 한껏 느끼고 있기에 사람들 앞에서 당당할 수 있는 것"이란 그였다. 특히 극 중 대사이기도 한 "할 수 있어서 하는 게 아니라 해야 되니까 하는 것"이란 의미는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크게 와 닿는 구절이기도 했지만, 실제의 조진웅에게도 큰 의미가 되어 남았다.

'대장 김창수'란 작품은 분명 영화적 평가를 다양하게 받겠지만, 영화로서 기록됐고 김구 선생의 업적을 이야기할 때 자료로서 활용될 수 있는 그 가치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고. 또한 한 인물의 성정에 감화될 수 있어 배우이자 인간으로서도 그 배움에 감사한 마음이란다. 그렇기에 조진웅은 영화 촬영을 마친 후 늘 작품을 확인하며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처럼 스스로에게 '수고했어'란 말을 건넨 건 처음이었단다. "가슴으로 뜨겁게 응원한다"는 막내 스태프들의 응원에 울컥하기도 했다. 이처럼 작품을 마친 후 고맙다는 말을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이토록 순수하고 치열하게 연기하는 배우다. 하지만 사람 조진웅의 실상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언제 어디서나 당당한 소신을 지켜왔고 대중의 아픔과 절망에 함께 공감하는 따뜻하고 진솔한 모습으로 많은 이들에 감명을 줬다. 그럼에도 그는 조진웅이란 이미지가 대중에게 얼마나 큰 위안과 용기로 다가오는지 짐작하긴 커녕 "전혀 그렇지 않다"고 손사래다.

그는 이를 단지 "당연한 소신을 지키며 사는 거다. 연기를 할 때도 그렇게 해왔고, 앞으로도 우리가 살면서 더 어마어마하고 엄청나게 큰 일도 닥칠 수 있는데 무섭다고 해서 그때마다 비겁하게 변명하거나 비굴하게 살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것이 자신이 당당할 수 있는 이유란다. 이처럼 따뜻한 마음과 정의로운 강단을 지닌 그에게 어찌 매료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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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키위컴퍼니, 영화 '대장 김창수' 포스터,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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