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현, 서른 즈음에 [인터뷰]
2017. 11.11(토) 10:15
홍종현 인터뷰
홍종현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윤혜영 기자] 배우 홍종현을 곱씹어 보면 문득 장난스레 까불거리는 얼굴이 떠올랐다. 자꾸만 비집고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억지로 참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데뷔 10주년이라는 무게감은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다. '10주년 기념 인터뷰'라는 거창한 타이틀만큼이나 그는 무엇이든 허투루 내뱉지 않으려 천천히,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예상치 못한 낯선 모습에 놀라워할 새도 없이 홍종현은 '어떻게 말할까' 고민하면서 습관적으로 종아리를 위아래로 쓰다듬는 어린아이 같은 천진함을 꺼내놨다. 홍종현이 머금고 있는 이미지는 한마디로 형용할 수 없는 어쩐지 이질적인 것이었다.

홍종현은 2007년 말 19살 때 08 S/S 서울 컬렉션 모델로 데뷔해 2017년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10년을 두고 "신기하다"는 첫 소회를 밝힌 그는 "고등학생 때부터 했으니까 꽤 오래됐더라. 사실 올해 7~8월까지만 해도 몰랐다. 팬분들이 얘기해줘서 알게 된 건데 시간 참 빠른 것 같다. '10년 동안 뭐 했지?' 싶다가도 '포기 안 하고 잘 했네' 그런 생각도 든다"고 했다.

10년이 지나면서 가장 달라진 건 "열 살이 먹었다는 것"이라며 "기쁘게도 아직 20대지만 곧 끝난다"는 너스레를 떨면서도 10년간 쌓인 중압감을 조심스레 토로하는 그다. "그때는 이것저것 해보고 싶어서 욕심도 많고 안달이 나 있는 상태였다면 지금은 좀 더 신중해진 것도 같고, 멀었다고는 생각하지만 깊은 생각들을 더 하게 되는 것 같다. 이번에 팬미팅하면서도 느낀 건데 어쨌든 계속 관심을 받는 거지 않냐. 감사한 마음과 동시에 더 잘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기는 것 같다"는 상념이다.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은 하는데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 제 스스로 저를 판단하거나 평가할 때는 안 좋은 점들이 더 많이 생각나고 아쉬웠던 것들이 훨씬 더 많이 생각나는 게 있으니까 좋은 점수를 주진 못하겠는데 10년 동안 한 것에 있어서는 점수를 좀 주고 싶어요."

티브이데일리 포토

홍종현은 지난 10년을 돌아봤을 때 제일 아쉬운 점이 '연기'라고 자평했다. "배우니까 연기를 좀 더 잘 하는 사람이었으면 좋았겠다"며 멋쩍게 웃은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작품 수도 많이 했었으면 어땠을까 생각도 했다. 그 이외에 쉴 때도 무작정 쉬는 게 아니라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고 오랜 시간 고민했던 지점들을 떠올렸다.

고민이 깊어지면서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단다. 20대 초반에 한 번, 재작년쯤 한 번, 총 두 번 있었다고. 홍종현은 "정확히 한 가지 이유 때문은 아니었던 것 같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때 '내가 지금 행복하게 사는 건가' 싶었다. 20대 초반에는 너무 불투명한 일이라 그랬는데 그때보다 재작년에 고민했던 게 컸던 것 같다. 슬럼프라면 슬럼픈데 그 타이밍이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많이 한계였다"고 털어놨다.

홍종현은 답을 얻기 위해 단순하게 접근하기로 마음먹었다. 사람들한테 얘기를 잘 안 하는 성격 탓에 노트에다가 무작정 '나를 불편하게 하는 상황'들을 적기 시작했다고. "막 적다가 '내가 만약에 이 일을 안 하게 됐을 때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냐'라는 걸 생각해 봤을 때 아무리 따져봐도 제가 제일 하고 싶은 건 이거더라고요. '왜 잠깐 힘들다고 이따위 약한 생각을 했지?' 하는 자책과 함께 떨쳐버렸죠."

두 번째 슬럼프 이후 홍종현은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란 드라마를 만났다. 첫 악역이란 도전은 그에게 뜻밖의 자신감을 줬다. "연기를 하는 것에 있어서 욕심이 있고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이 있는데 제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오는 스트레스가 컸던 것 같다. 그런 면에서는 '달의 연인'이 참 고마운 작품이다. 악역이기도 했고. '홍종현인 줄 몰랐어요'란 말 들을 때 기분 좋았다. 자신감을 좀 줬었던 작품이었던 것 같다"는 회상이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현재 홍종현을 가장 고민하게 하는 것 역시 연기, 그리고 군대였다. 그는 "작품을 하게 됐을 때 고민이 제일 많은 것 같다. 기대가 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긴장된다. 여러 가지가 섞여 있는 감정인데 빨리 다음 작품을 하고 싶다. 내년에는 가능한 한 바쁘게 지내고 싶다"며 "좀 있으면 군대도 가야 하는데 내후년쯤으로 계획을 하곤 있지만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 '부르면 가야지' 마음을 갖고 있다. 2년 좀 안 되는 기간이긴 하지만 2년 동안 얼마나 연기가 하고 싶겠냐. 그리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벌써 드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기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재밌어서'가 제일 크죠. 어렸을 때부터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좋진 않았어요. '엄마. 나는 나중에 월급 받는 일은 절대 안 할 거 같아' 그랬는데 그런 의미에서 항상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게 좋고, 완성됐을 때 성취감도 있어요. 결과물들을 보고 제 주위 사람들이나 팬분들이 해주시는 말씀들이 있잖아요. 또 일을 할수록 더 잘하고 싶고 '다음엔 이런 것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니까 계속하고 있는 것 같아요."

올해 스물아홉. 서른을 앞두고 있는 그는 "'서른이니까 뭔가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지'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면서도 "20대 때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일이 1번'이 돼서 정신없이 바쁘게 살았다. 앞으로도 일이 제일 중요하긴 하겠지만 그 이외의 것들도 즐기면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원래는 활동적인 스타일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점점 조용해지고 집에 있는 것만 좋아하는 사람으로 바뀌었어요. 이게 좋기도 한데 벌써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 요즘엔 다시 예전처럼 활동적인 일들을 많이 해봐야겠단 생각도 했어요. 뭔가 배워볼까 생각 중인데 몇 가지가 있거든요. 복싱 같은 운동이나 요리, 사진을 생각하고 있는데 어떤 게 좋을진 모르겠어요. 다닐 곳에 가서 상담을 한 번씩 받아보려고요. 그리고 팬미팅하면서 보컬 수업을 받아봤는데 되게 재밌더라고요. 나중에 노래 부르는 캐릭터를 할 수도 있고, OST를 부를 수도 있는 거고, 뭐든 못하는 거보다는 잘하는 게 좋으니까 저 스스로라도 만족하게 꾸준히 배우려고요."

[티브이데일리 윤혜영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송선미 기자]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윤혜영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는 tvdaily 홈페이지(http://tvdaily.mk.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info@tv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