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독' 김혜성, '버팀'의 미학 [인터뷰]
2017. 12.07(목) 08:38
매드독 김혜성
매드독 김혜성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꿈 없이 하루 살기도 바빴던 열아홉의 소년이 배우라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러나 배우로 인정받기까지 꽤 오랜 시간 어두운 터널 속에 머물러야 했다. 소년은 그 시간들을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묵묵히 버텨냈고, 긴 터널을 빠져나와 빛과 마주했다. 버티는 시간 동안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한 만큼, 김혜성은 어느덧 완연한 배우가 돼 있었다.

김혜성은 최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매드독'(극본 김수진·연출 황의경)에서 천재 해커이지만 그 이면에는 가족과 세상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가득한 온누리 역을 맡아 연기했다. 작품은 천태만상 보험 범죄를 통해 리얼한 대한민국의 현실을 신랄하게 드러낼 센세이셔널한 보험 범죄를 그렸다.

지난 2015년 군 제대 이후 이렇다 할 연기 활동을 보여주지 않은 김혜성이 '매드독'을 통해 제대로 '포텐'을 터뜨렸다. 마치 제 옷을 입은 양 자연스러우면서도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준 김혜성이다. '매드독' 팀원들과 있을 때는 한없이 장난기 많은 막냇동생 같으면서도, 아버지 앞에서는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할 정도로 주눅 든 온누리의 복잡다단한 감정선을 극에 다채롭게 녹여냈다는 호평을 받은 것.



이러한 호평에는 김혜성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해커 관련 다큐멘터리를 수없이 보며 디테일한 표정을 연구하고, 실제 독수리 타법이지만 캐릭터를 위해 타자를 연습하는 등 김혜성은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까지 다각도로 연구하며 온누리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온누리를 처음 만났을 때 늘 밝은 모습만 보여주려 하지만 내면에는 많은 아픔을 가진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초반에는 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기하려 집중했죠."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온누리의 팀 내 포지션이 해커이기 때문에 주로 앉아서 연기하는 일이 많았고, 활동성이 제약된 탓에 연기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데 한계가 있었다고. 이에 김혜성은 표정과 상황에 따른 어조의 변화 등을 통해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다양한 연기를 펼쳤다.

캐릭터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기에 대한 연구는 김혜성을 온누리로 보이게끔 했다. '매드독' 팀원들과 어줍지 않은 농담을 던지면서 티 없이 웃다가도, 아버지의 전화 한 통에 벌벌 떠는 모습은 온누리 그 자체였다.

김혜성의 노력은 후반부로 갈수록 빛을 발휘했다. "사실 시놉시스에는 온누리가 최강우(유지태) 대신 죽는다고 나와있었어요. 그래서 임팩트 있게 죽는 장면을 통해 한 방 보여주고 나가자고 생각했어요"라는 김혜성은 "그런데 어느 날 감독님이 '극 중에서 사람들이 너무 많이 죽었는데 온누리까지 죽으면 나쁘지 않을까'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작가님께 감독님이 온누리를 살리자고 적극 건의하셔서, 온누리가 죽지 않고 사는 방향으로 바뀌었어요"라고 비화를 전했다.

죽음으로 시청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다. 그러나 김혜성은 "온누리가 죽지 않아서 아버지와의 감정 신 등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라며 캐릭터 설정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김혜성은 "감독님과 작가님이 김혜성이란 배우에게 득이 될 수 있게끔 바꿔주신 것 같다"면서 제작진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김혜성은 극 중 온누리가 최강우와 김민준(우도환)을 비롯한 '매드독' 팀원들에게 사과하는 장면을 언급했다. 해당 장면에서 온누리는 자신의 아버지가 최강우와 김민준의 가족을 앗아간 주한 항공 비행기 추락사고에 개입돼 있는 사실을 알고 두 사람에게 연신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린다. 이에 김민준은 "누리야. 네 잘못 아니다. 넌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고 되려 온누리를 위로한다. 해당 장면은 '매드독' 팀이 비로소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비로소 피를 나눈 가족보다 더 끈끈한 인연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그 대본을 받자마자 마음이 너무 아팠다. '얘가 대신 사과할 필요가 없는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온누리가 안타까웠다"는 김혜성은 "작가님이 온누리라는 캐릭터가 보이라고 써주신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라며 그 어느 때보다 잘 해내고 싶었다고 했다. 이에 김혜성은 "그 장면을 촬영할 때는 정말 온누리가 돼서 팀원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연기했던 것 같아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티브이데일리 포토


이제는 '매드독'을 떠나보내야 할 때. 김혜성은 '매드독'이 "저에게 연기를 다시 시작할 수 있게끔 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김혜성은 출연작인 '거침없이 하이킥'을 언급했다.

지난 2007년 종영한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이민호 역을 맡아 범국민적인 사랑을 받았지만, 김혜성은 이로 인해 오랜 기간 슬럼프를 겪어야 했다고. 어떤 작품에 출연하든지 사람들은 김혜성을 '하이킥 민호'로 기억할 뿐이었다. "제 잘못이기도 해요. 제가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그 캐릭터를 벗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요"라며 김혜성은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죠. 저에게 '하이킥'이라는 작품은 너무도 소중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작품 때문에 벽에 부딪힐 때도 있구나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라고 속내를 밝혔다.

뭘 해도 '하이킥 민호'라는 소리를 들으며 연기적인 슬럼프에 빠지며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시기를 잘 이겨낼 수 있었던 건 결국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이었단다. 그 사람들 중 데뷔할 때부터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소속사 나무엑터스 김종도 대표는 특별했다. "대표님이 제가 10대일 때부터 저를 데리고 계셨어요. 자식 같은 마음일 거고, 저도 그런 대표님의 마음을 알기 때문에 잘 돼서 보답해드리고 싶어요"라며 김혜성은 슬럼프를 극복하고 계속해서 배우로 살아갈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팔 할은 김종도 대표라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슬럼프를 지나 배우로서 다시금 출발 선상에 선 김혜성. 그가 이룰 눈부신 도약은 이제 시작이고, 그 끝은 꽤 성공적 이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아낌없는 응원을 보낸다.

"제 자신을 칭찬하는 데 있어서 조금 인색한 편이에요. 늘 자책하고 후회하고 그랬는데, 지금 이 순간만큼은 과거의 저에게 '잘 버텼다'고 칭찬해 주고 싶어요. 미래의 저에게는 '잘 버티자'고 말하고 싶어요."

티브이데일리 포토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나무엑터스]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최하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는 tvdaily 홈페이지(http://tvdaily.mk.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info@tv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