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톡] ‘이판사판’이 진정한 ‘판드’ 되려면
2017. 12.07(목) 11:04
이판사판 연우진 박은빈
이판사판 연우진 박은빈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이판사판’은 그 동안 검사와 변호사가 주류를 이뤘던 법정물과 달리 판사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렇기 때문에 ‘이판사판’은 방송 전부터 ‘본격판사장려드라마’를 표방하기도 했다. 하지만 진정한 ‘판사 드라마’, 일명 ‘판드’가 되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SBS 수목 드라마 ‘이판사판’(극본 서인 연출 이광영)은 오빠의 비밀을 밝히려는 법원의 자타공인 꼴통판사 이정주(박은빈)과 그에게 휘말리게 된 차도남 엘리트 판사 사의현(연우진)의 정의찾기 프로젝트다.

‘이판사판’은 현직 자문 판사가 응원을 보낼 만큼 법원의 이야기를 사실감 있게 다루고 있어 호평을 받고 있다. 예컨대 에피소드로 다뤄지는 소송 절차의 경우, 실제 법조현실과 부합한다. 또한 실제 법관사회에서 판사들이 보여주는 신중한 판단, 이를 위한 치열한 토론과 의사소통을 담아내고 있다.



‘이판사판’는 방송 초반 한국 드라마에서 흔히 접할 수 없었던 판사들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더구나 판사 세계 역시 다른 사회와 다르지 않은 다양한 군상과 치열한 사회 생활(?)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판사가 법대 위에서 법복을 벗고 난동을 부린다든지, 판사가 인질로 잡힌다는 과한 설정으로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물론 이러한 설정은 ‘드라마의 극적인 장치’라고 백 보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로맨스는 다르다. ‘이판사판’에서 의현과 정주는 사건이 진행될수록 판사 대 판사의 경계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동등한 판사의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어느 순간 여타 드라마와 같은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 감정선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태가 이어진다면 한국 드라마의 고질적인 행태에 ‘이판사판’의 발목이 잡힐 판이다. 흔히 한국 드라마의 행태를 두고 인터넷에 떠도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미드(미국 드라마)에서 형사가 나오면 범인을 잡고 의사가 나오면 사람을 살린다. 일드(일본 드라마)에서 형사가 나오면 교훈을 남기고 의사가 나오면 교훈을 남긴다. 한드(한국 드라마)에서 형사가 나오든 의사가 나오든 사랑을 한다’

이는 한국 드라마가 어떤 장르를 택하든 모든 귀결이 로맨스로 끝을 맺는 행태를 비꼬는 말이다. 한국 드라마는 형사가 나오든, 의사가 나오든, 검사, 변호사가 나오든 로맨스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 상에서 로맨스에 빠지지 않은 채 의사가 의사의 본분을, 형사가 형사의 본분을, 변호사가 변호사의 본분을 다할 때 ‘웰메이드 드라마’라고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져 왔다. 로맨스를 철저히 배제한 채 각자의 롤을 지킨 '동네 변호사 조들호' '원티드'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에만 집중하는 드라마에 시청자들이 단단히 물려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판사판’은 대한민국 최초라는 거창한 수식어로 ‘판드’를 표방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존의 로맨스 프레임에서 벗어나 진정한 ‘법드’의 면모를 보일 필요가 있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포인트는 매번 로맨스로 끝맺는 ‘결국 로맨스’로 끝나는 드라마가 아닌 진짜 판사 드라마다.

‘이판사판’에는 판사와 법원 직원, 그리고 오판연구회 ‘공사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캐릭터들이 존재한다. 이들을 잘 활용한다면 로맨스가 없어도 더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럼에도 남녀 주인공이 로맨스 감정이 스물스물 피어 오르는 것은 무조건 ‘로맨스’가 나와야 성공한다는 고타분한 생각에서 비롯한 것이다.

이를 버려야만 ‘이판사판’이 진짜 ‘판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쉽게 말해 판사 드라마 ‘이판사판’에서는 ‘심쿵’을 잠시 접어둬도 좋다는 말이다.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 출처=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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