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톡] ‘어서와’, 우리도 처음인 ‘한국’에 대하여
2017. 12.08(금) 18:39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한국을 여행 중이라거나 한국을 알고 있는 외국인을 만나면, 우리는 그들의 시선에 비춰지는 한국을 궁금해 한다. 우리에겐 너무나도 낯익고 익숙해서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이곳이 그들에겐 어떻게 느껴질까, 더 솔직히 말하면 우리가 자부심을 갖는 부분들이 그들의 눈에도 동일하게 담기길 내심 기대하는 것이다.

김연아가 우리의 마음속에 영원한 영웅이자 여왕으로 남아 있는 까닭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녀의 경기를 볼 때마다 우리의 초미의 관심사는 외신의 반응이었다. ‘우리 여왕’의 경기에 과연 그들도 우리와 동일한 감탄사를 터뜨렸는지, 일본은 물론이고 세계 각 국의 중계방송을 직접 찾아보느라 눈이 벌게질 때가 태반이었다. 그녀야 원체 완벽하긴 하다만, 타인, 타국의 사람의 입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녀의 존재가치는 우리 각자의 국가적 자존감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MBC every1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이하 ‘어서와’)의 기획은 이러한 맥락에서 상당히 훌륭하다. 이탈리아, 독일, 인도, 핀란드 등 다른 문화와 환경을 가진 외국인들이 한국으로 여행을 와서 그들만의 성향을 따른 그들만의 여정을 즐긴다. 우리가 삶을 틀고 있는 낯익다 못해 따분한 한국의 모습은, 그들의 눈과 입을 통해 생소하면서 낯설게 표현된다. 흥미롭게도 이것이, 여행이든 뭐든 해외로 나가고만 싶어 했던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서 보지 못했던 고국의 가치를 새삼 일깨우게 만든다. 프로그램으로서는 예기치 못한 성과였을 지도.



단순히 한국이 처음인 외국인들이 나와서 김치를 먹고 찜질방을 가고 하는 등에서 멈췄다면 별 감흥은 없었을 테다.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진 오늘, ‘파란 눈과 높은 코의 외국인’(상징적인 의미에서의)은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으며, 브라운관에서 외국인을 보는 것 또한 ‘비정상회담’ 이후 그리 놀랍지 않은 일이 되었다. ‘어서와’의 차별성은 초대만 할 뿐 여행하는 일은 외국인들에게 고스란히 맡겼다는 것과 이를 하나의 관찰 프로그램, ‘리얼 버라이어티’로 만들어냈다는 데 있다.

무슨 의미냐면, 김연아의 경기를 그들만의 언어와 시각, 감정으로 중계한 것처럼 한국여행 또한 그저 그들의 감각대로, 있는 그대로 경험하도록 어떤 개입도 하지 않았다는 것(우선 표면적으로 보기엔)이다. 물론 일정 속엔 그들을 한국으로 초대한 친구(외국 출신 방송인)의 입김도 들어갔겠지만, 아무리 한국 생활에 적응했다 치더라도 외국인은 외국인이다. 어찌 됐든 외국인의 입장에서 한국을 바라본다는 사실은 다르지 않단 소리다. 그렇기 때문에 각 나라마다 너무도 다른, 뻔하지 않은 여행의 양상을 보일 수 있지 않았을까.

독일편에서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의 친구들은 몇 시간을 달려야 등산을 할 수 있는 독일과 달리, 언제든 오를 수 있는 산이 근거리에 존재하는 서울의 모습에 감탄했다. 익숙해서 느끼지 못했던 서울이란 도시의 매력을 그들을 통해 재인식하게 된 것이다. 반면 핀란드편에선 방송인 패트리 칼리올라의 친구들이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하는 대목을 통해, 한국의 전 역사가 담겨 있어야 할 곳에 정작 근대 이후의 역사, 그러니까 일제 치하 이후의 역사는 제대로 전시되어 있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를 향한 낯설고 객관적인 시선이 아니라면, 그 속에 진정성 어린 관심이 담기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부분들이다. 진정한 자부심과 자존감은 좋은 점은 좋은 점으로, 개선해야 할 점은 개선할 점으로 온전히 파악될 때 생기는데, 그저 예능프로그램일 뿐인 ‘어서와’가 이러한 성과를 얻어내고 있단 점이 신기하다. 설사 ‘어서와’의 첫 시작이 단순히, 나와 다른 존재를 향한 호기심이란 대중의 심리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었을지라도, 프로그램에 실리는 상당한 가치와 의미를 부인할 수 없는 이유이리라.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사진제공=MBC에브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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