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만나러 갑니다' 소지섭, 사랑에 대한 낭만과 연기적 고찰 [인터뷰]
2018. 03.11(일) 11:46
지금 만나러 갑니다 소지섭 인터뷰
지금 만나러 갑니다 소지섭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배우 소지섭의 사랑관과 연기관은 솔직하다. 여전히 사랑에 대한 낭만을 꿈꾸고, 풀지 못한 연기란 난제에도 매번 부딪히는 그다.

일본 소설과 영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감독 이장훈·제작 무비락)는 세상을 떠난 아내가 기억을 잃은 채 나타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감성 멜로 영화다. 소지섭은 어린 아들을 홀로 키우며 살다가 돌아온 아내와 행복하면서도 애틋한 일상을 보내는 우진 역을 맡았다. 집안 살림 돌보기에 영 재능이 없고 달걀후라이조차 태워먹기 일쑤지만 아들을 사랑하고, 죽은 아내에 대한 깊은 순애보를 간직한 인물이다.

소지섭의 이른바 '힘 뺀 멜로 연기'는 담백하면서도 순수한 모습으로, 서툴지만 부드럽고 따스한 캐릭터의 눈빛과 행동은 여심을 설레게 했다. 소지섭 또한 이런 영화는 오랜만이라며 "좋은 얘기들을 많이 해주셔서 기분이 좋다"고 말문을 열었다. 처음엔 캐스팅 제안을 거절했단 그는 한 아이를 키우는 아빠로 나오는 것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안 그려지더란다. "어느 정도 정돈이 되어야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전혀 안 그려졌다. 그 상태로 촬영에 임하게 되면 다른 이들에 민폐가 아니냐"는 소지섭은 그럼에도 이 작품을 놓치면 안 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특히 그가 끌렸던 건 순수하고 따뜻한 우진의 모습과 영화의 결이었다. 이런 모습들이 기분 좋게 다가오더라며.

실제 남성적 섹시미를 발산하는 외모는 물론, 줄곧 강렬하고 선굵은 캐릭터를 소화하며 '소간지' 타이틀을 떼어놓을 수 없게 했던 그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선 180도 다른 인물로 변신했다. 아들의 기를 살려주고 싶어 나선 운동회에선 어설프고 허약한 모습으로 민망함을 연출하고, 좋아하는 여자에 고백은 커녕 속앓이만 수년째 하다 용기내 만난 자리에선 시덥잖은 말만 늘어놓는 그였다. 이처럼 멋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순수한 허당' 캐릭터지만, 소지섭은 "지금까지 했던 캐릭터 중 실제 모습은 우진과 가장 비슷하다"며 웃어보였다. 이어 "제가 거친 남자 연기를 많이 해서 관객분들도 그런 이미지를 생각하시는 것 같다"며 "이번 역할은 새롭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라고 기대했다.

이번 작품은 소지섭의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를 볼 수 있는 드문 기회이기도 하다. 손예진과의 멜로 분위기가 감돌 때 돌발 상황이 발생한다거나, 화려한 핑크색 '뽕 재킷'으로 패션 테러를 벌인다거나, 절친으로 등장하는 고창석과의 유쾌한 콤비력 등등. 소지섭은 "재밌고 유쾌한 얘기가 많았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었다"며 애드리브도 간간히 했다고 귀띔했다. "솔직히 사람들이 재밌어 할까 걱정은 했는데 많이들 웃어주신 것 같다"는 그는 망가지는 두려움은 커녕 "그거보다 더한 게 많다. 제 입금 전후 사진을 찾아보시라"고 익살이었다.

실은 원작의 절제미와 담백함과는 다른 결을 담길 바랐던 감독의 연출에 동의했기에 소지섭 또한 유쾌한 신들을 부각하려 했던 것. 그는 "원작이 워낙 유명하고 인생 영화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나. 어설프게 따라하면 카피 느낌 밖에 안 될 것 같아서 감독님이 고민을 많이 하셨다. 큰 맥락은 같지만, 될 수 있으면 원작을 피해가려 했다"고 밝혔다.

육상 선수 출신이란 원작 설정도 소지섭을 만나 수영 선수가 됐다. 이에 "감독님이 절 1순위로 생각하고 그런 설정을 하신 건 아닌 것 같다"고 넉살인 소지섭은 극 중 부상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긴 캐릭터 설정에 감정이 이입됐다고 했다. 실제 수영선수 출신인 그는 과거 큰 부상을 입었고, 의사로부터 선수 생활이 끝났단 선고를 받았었다. 그땐 재활 끝에 다시 좋은 결과를 얻긴 했지만, 당시 느꼈던 기분을 회상했고 연기할 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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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그는 초반 어려워했던 아빠 감정이 무색할만큼, 극 중 아들에 몰입해 눈물이 많이 났단다. 극 중 자신이 한 아이 아빠로서 너무 부족한 사람이고, 아들에 미안함을 느꼈다며 "저도 그런 좋은 관계로 못 자랐기에 너무 이입이 됐다"고 털어놨다. 특히 아역 배우는 제게 현장에서 아빠라 불렀다고. "어색할 줄 알았는데 아빠란 소리가 좋더라. 멀리서 뛰어오면서 아빠라고 하고 확 안기는데 정말 좋았다. 남자 아이라 몸으로 부딪히는 걸 좋아해서 계속 놀아주기도 했다"는 소지섭은 "즐거운데 힘들었다. 솔직히 기분 좋은 힘듦이었다. 아들이 너무 잘해줬고 기특하고 대견하다"고 '아들 바보' 면모를 보이기도. 이전까지 결혼 생각이 없었는데 아이 때문에 다시 생각하게 됐을 정도란다. 하지만 아내가 첫 번째이고 싶은 사람이라고. 소지섭은 "전 머릿속의 이상형이 없고, 제가 만나는 사람이 이상형 같다. 편하고 친구같이 대화가 통하고 서로 안아주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좋다"며 로맨틱한 면모를 드러냈다.

사랑관에도 솔직한 그는 "어렸을 땐 절절한 사랑을 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어른스러운, 따뜻한 사랑을 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영화처럼 한 평생을 바쳐 순애보를 간직한 인물에 대한 환상도 있었다. "지금도 그런 사람은 있을 것이고, 앞으로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힌 그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촬영하며 자신 또한 아름다운 첫사랑의 기억, 지난 날의 설렘과 긴장이 생각났단다. 20대 청춘 시절을 직접 연기할 땐 잠시나마 그때의 감정을 느끼고 추억과 경험을 꺼내볼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단 의미를 담은 영화에 매료된 소지섭은 "오래도록 가슴 속에 두고 끄집어 볼 수 있는 따뜻한 힐링 영화"란 단평을 전했다.

요즘은 좋은 사람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단 그는, 좋은 연기와 좋은 배우에 대한 고민도 늘 하고 있지만 답을 아직 못찾겠단다. 단순히 연기를 잘한다고 좋은 연기는 아닌 것 같다며. "기교나 트릭으로 연기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때가 있다. 더 이상 제 안엔 아무것도 없고 했던 연기만 계속 나오는 그런 슬럼프도 겪었다. 감정에 충실하고, 계산되지 않은 연기를 하고 싶다"고 연기관을 털어놓은 소지섭은 역시 정답은 없을 것 같단다. 하지만 늘 연속된 캐릭터를 고르려 하지 않는단 그의 확고한 연기 철학만 봐도,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연기하며 답을 찾아가는 배우인지를 가늠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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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피프티원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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