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리턴즈' 성동일은 단 한 번도 허투루 연기한 적 없다 [인터뷰]
2018. 06.04(월) 15:33
탐정 리턴즈 성동일 인터뷰
탐정 리턴즈 성동일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갓동일'이란 수식어가 증명하듯, 28년 연기 인생에서 배우 성동일은 대중의 믿음을 배반한 적 없다. 말로는 세상 능청 다 떨어도 사실 그는 배우 연륜에 기대 허투루 연기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는 배우로서의 확고한 신념과 철칙이 있었고, 그렇기에 역경과도 같은 삶을 강인하게 버티며 현재의 자신을 완성했다. 성동일은 참 멋진 배우이자 가장이자 인간이었다.

성동일이 영화 '탐정: 리턴즈'(감독 이언희 제작 크리픽쳐스)로 돌아왔다. 만화방 주인과 레전드 형사의 연쇄살인 추리 수사를 그린 전편 '탐정: 더 비기닝'(2015)에 이어 본격적으로 탐정 사무소를 개업한 두 사람이 첫 사건을 의뢰받아 해결하는 내용이다. 오프닝 스코어 5만 명에 그친 참담한 성적의 전작은 관객의 입소문을 타고 종국엔 270만에 가까운 최종 스코어를 이끌어내며 시리즈 영화의 발판이 마련됐다. 3년 만에 위풍당당하게 돌아온 '탐정: 리턴즈'이기에 배우들의 감회야 오죽하랴 싶다.

"산소호흡기 떼야 하나 싶었다. 저와 상우가 무대인사를 5주 돌았다. 서서히 입소문이 나더니 관객이 들기 시작하더라. 스크린 수도 300개 후반이었는데 그런데도 관객들이 찾아서 봐주셨다. 너무 신기했다"고 당시를 회상한 성동일이다. 그럼에도 인정받았단 생각은 섣불리 하지 않았다. 그는 "냉정하게 그때 우리에게 한 번 더 뭉칠 기회를 주면 정말 제대로 해보고 싶단 오기들이 발동했던 것 같다. 그래서 '탐정:리턴즈' 촬영할 때도 죽다 살아난 느낌으로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욕심은 빼려 노력했다. 이를테면 전편은 애드립이나 오버 연기를 하려 했다면, 이번엔 이광수란 새 인물이 합류한 만큼 자신이 자제해서 중심을 잡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제작사 대표가 우스갯소리로 '선배님, 너무 재미없게 대충하는 거 아니에요?'라고 했는데, 실제로 저마저 나서버리면 그저 심한 코미디 영화로 전락할까 우려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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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성동일은 자잘한 웃음보단 '오합지졸 세 명이 풀어가는 사건 해결 스토리'라는 큰 흐름에 집중했다. 다만 그가 맡은 노태수 캐릭터가 형사에서 탐정이 된 설정이 어려웠단다. 성동일은 "전엔 현직에 머물렀으니 수사권도 있고 체포권도 있었는데 이번엔 공권력을 쓸 수가 없었다. 무기 소지가 불법이라 총도 없었다. 탐정으로서 수사를 해도 누가 협조를 해주겠나.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 탐정 영화인데 경찰물과 개념이 달라야 했다"고 애로점을 털어놨다. 그래서 노태수는 휴직 상태로 공권력에 다리를 걸쳤고, 이광수가 맡은 여치 캐릭터는 불법 도청을 하다 사이버수사대에서 잘린 에이스가 됐고, 가짜 총을 들고 진짜처럼 시늉하는 신도 고민 끝에 나온 설정이었다. 중요한 것은 탐정물이기에 추리를 내세워야 하고, 다른 액션이나 설정 등이 부각되면 법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성동일은 이처럼 밝고 유쾌한 기조가 특징인 '탐정' 시리즈에 현실적 무게감을 더하기 위해 치밀하게 연구하고 있었다. 특유의 익살 덕에 연기도 주어진대로 능청스럽게 술술 해내는 줄 알았다. 그 내면엔 이토록 디테일한 계산이 숨어 있었다. 관객들의 믿음을 배반하지 않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는 신뢰하지 않을 수 없다. 성동일이 그토록 많은 작품에 출연하면서도 매번 대중이 새롭게 받아들이게끔 연기적 한계를 드러내지 않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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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립을 할 때도 철저히 계산했다. 성동일은 "저는 대사를 대충 외운다. 대신 리허설을 정말 많이 하고 배우끼리 호흡을 맞춘다. 코믹 신은 절대 대본대로 똑같이 찍을 수 없다. 배우 동선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애드립이 나오는 거다. 0.1초라도 늦거나 빠르면 절대 관객이 웃질 않는다"고 철칙을 드러냈다. 애드립도 울타리 안에서만 허용되는 것이며, 이를 느닷없이 벗어나면 막장이 된다고. 성동일이 늘 주의하는 것은 "현장 스태프들의 웃음을 믿지 말자"다. 그들은 이미 배우의 평상시 모습을 알기에 으레 웃는다. 이는 현장에서의 웃음일 뿐, 절대 관객의 웃음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를 설명하며 "막하는 줄 아시는데 절대 막 안 한다"고 웃어 보인 성동일이다.

그는 단 한 번도 허투루 연기한 적 없다. 늘 여유로워 보여도 그 속내는 이토록 연기에 대한 고집과 애정이 가득했다. 그가 타협하는 순간은 있다.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서다. '탐정' 시리즈의 묘미 중 하나는 성동일의 액션이다. 전작에서 지하실 전등에 매달리는 위험천만한 신부터, 5M 수중 액션 등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레전드 형사 노태수의 캐릭터성을 단숨에 드러냈던 그다. 이번에도 무술 팀과 장비까지 들여 하루 종일 찍은 신이 있었으나 통으로 날렸단다. 하지만 그는 "배우로서는 통편집되면 당연히 기분이 안 좋다. 하지만 3천 만원 가까이 들여 찍은 신을 날릴 정도면, 충분히 고민하고 편집한 거 아니겠나. 제작진도 제 살 깎기처럼 속상할 텐데 과감한 용기를 낸 것"이라며 "저도 전체적인 흐름을 봤을 때 모든 걸 설명하고 끼워 맞추기보다 지금의 완성본이 좋더라"고 이해했다. 이어 "화면 더 나온다고 좋아할 나이도 아니지 않나"라며 대수롭지 않게 호탕한 웃음이다. 이런 점이 바로 성동일 특유의 매력이다. 치열하게 노력한 뒤엔 절대 후회하지 않고, 다시금 주어진 순간을 즐기며 인생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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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성정 탓에 한결같이 대중의 호감을 받는 성동일이다. 그는 "최대한 나를 낮추고, 멋있는 말 찾으려고 빙빙 돌리지 말고 솔직하게 얘기하면 통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인생관을 밝혔다. 이어 솔직히 스스로를 평가하면 저는 잘난 배우가 아니란다. 잘 나지도 않았고, 타고나지도 않았고, 열심히도 안 해 연기력이 부족하니 이미지 변신을 못한단다. 다른 배우들은 캐릭터에 자신을 일치시키고 그 배역에 완전히 빠져들어서 나오기도 힘들다고 하던데, 저는 그럴 능력이 못되고 자신이 없단다. 그저 그 배역이 제게 와서 연기할 뿐이란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노태수란 캐릭터를 특히 애정 했다. 그가 말하길 노태수는 가장 나이에 맞는 행동을 한다. 아빠들 나이가 50이 넘어가면 슬슬 정리를 해야 되는 시기인데 자식들에 물려줄 재산이 없으면, 자식들만 봐도 눈물이 난다. 아이들에게 해줄게 한정돼 있지 않나. 그렇게 뛰어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술 한 잔 먹으면 먹먹할 때가 많다고. 이런 공감대를 나눌 수 있는 소시민적 캐릭터의 모습이 좋았단다.

이같은 내면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성동일에게선 지난 삶을 꿋꿋하게 버텨온 가장이자 50대 배우의 인간적인 고뇌의 흔적들이 엿보였다. 현장에서 자신은 연기로 인정받기보단 관리직 배우로 캐스팅되는 거라며 자신을 낮추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지만, 힘들어하는 후배들과 함께 술 한잔 기울이며 이야기를 들어주고 고민 터놓는 선배가 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인정 넘치고 넓은 성품을 지닌 탓이었다. 지나치게 겸손한 '연기의 신' 성동일의 품성은 알고 보면 여리고 섬세하면서도 이보다 더 강인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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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신정헌 기자, 영화 '탐정:리턴즈' 스틸,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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