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공감] ‘백종원’의 독한 일침이 고맙다
2018. 06.12(화) 09:51
백종원의 골목식당
백종원의 골목식당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요식업을 하는 사람들은 눈물 두 바가지 정도는 흘려야 한다, 결국 눈물을 터뜨려버린 두 젊은 사장에게 백종원이 한 말이다. 표면적으론 요리에 대한 전문성도 갖추지 않고 ‘원테이블’을 하겠다고 나선 이들에게 던진 충고이지만, 사실상 간절함과 절박함, 노력으로 성공을 이룬 기성세대가 현 젊은 세대에게 건넨 따뜻하면서 날카로운 조언이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은 재미있다. 마이다스의 손처럼 죽어가던 골목상권을 살리는 백종원의 마법 같은 코칭을 보는 맛도 있지만, 간간히 등장하여 그와 팽팽한 접전을 벌이는 구도를 형성하는 이들이 주는 아슬아슬함에 한껏 더 시청하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이들’도 고의는 아니고, 해오던 마음과 방식을 변화시키기란 쉽지 않다 보니 일어나는 예기치 않은 갈등일 뿐이다.

그 중에서도 요 근래 가장 눈에 띤 대상은 해방촌의 ‘원테이블 식당’이다. 백종원이 코칭을 하면서, 방송 중단은 물론이고 폐업이란 단어까지 입에 올릴 정도로 가장 독한 말을 쏟아 부은 곳이다. 으레 ‘원테이블’이라 하면 자신의 이름과 명예를 내걸고 하는 거라 실력과 경륜을 갖춘 셰프(chef)들도 조심스레 도전하기 마련인데, 가상하게도 하겠다고 나선 두 여사장이 전문성은 말할 것도 없고 기본기조차 갖추지 못했다. 심지어 요리를 향한 열정도 아주 많이 부족해 보이니, 그가 화를 내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다.

사실 유독 그들이 인상 깊게 남았던 이유는 따로 있다. ‘원테이블’의 두 사장님이 남 같지 않아서, 그들이 맞닥뜨린 상황이 남일 같지 않아서다. 내가 좋아하고 행복한 일을 하고 싶다며, 꿈을 꾸는 삶을 살겠다며 안정적이지만 얽매여야 하는 환경을 떠나 불안정한 자유 속으로 들어섰지만, 이게 웬일, 거기에도 녹록하지 않은 현실은 침투하여 우리의 좋아하고 행복한 일을 하겠다는 동기는 저 까마득한 망각의 세계로 던져지거나 망상이 되어버리기 일쑤다.

“기본이 잘 닦여야 특별한 맛도 있다”

백종원이 ‘골목식당’에서 보여주는 코칭은 얼핏, 성공한 기성세대들이 흔히 말해왔던 성공을 위한 매뉴얼과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 괜히 가짓수 늘리지 말고 핵심적인 메뉴에만 전념하고, 되도록 많이 만들어보고 먹어 보며, 요리법을 단순히 하여 최대한 합리적인 가격대를 선정하라는 등, 한 마디로 요령 피우기 전에 기본부터 충실히 다지라는 이야기인 까닭이다. 어떤 창의성이나 승부수가 될 만한 특별한 맛은 그 후의 일이라는 것.

현 세대의 맹점이 여기에 있다. 기본을 닦고 쌓는 법을 모른다.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장밋빛 미래를 꿈꾸면서, 좋아하고 행복한 일을 하며 살고 싶어 하지만 그에 따른 노력은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주어진 일들은 어쩌면 유능하리만치 잘 해내지만 능동적으로 피와 땀을, 노력을 흘려 무언가 기반부터 쌓아 올려야 할 때는 엄마의 치맛자락을 놓친 아이처럼 당황해 하는 것이다. 그러다 어설프게 도전해보고 당연히 뒤따른 실패의 고통에 애꿎은 열패감이나 자괴감만 늘어놓는다.

우선, 보통의 우리로 하여금 꿈은 물론이고 정체성 하나도 제대로 찾지 못하게 하는, 아무리 노력해도 무엇 하나 얻을 수 없게 만드는 뒤틀린 사회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건 분명하다. 어쩌면 허튼 노력만 할 줄 알지, 꿈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기본기를 철저히 쌓아가는, 진짜 제대로 된 노력은 할 줄 모르는 우리의 모습(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은, 여기서 발생된 현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좋은 학교, 좋은 회사에 가기 위한 방법, 스펙 쌓는 기술 등을 가르쳐 주는 곳은 수두룩하지만, 자신만의 행복한 삶을 찾는 과정이나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감당해야 할 것들, 꿈의 기초공사를 잘 하는 법 등을 가르쳐 주는 곳은 거의 없다. 꿈과 현실의 간격이 점점 벌어지는 참 애매모호한 시점을 살아가고 있는 현 세대에겐, 우리에겐 그것이 독설이든 위로든 격려든, 진심어린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곳 혹은 해줄 수 있는 어른이 필요한데도.

그래서 ‘골목식당’의 백종원이 던지는 독한 일침들이 괜스레 고맙더라. 고민하지 못했던 고민을 하게 하고 없던 방향성을 찾게 하며 잃었던 열정까지 되찾아주었다. 들을 당시엔 고역일지 모르겠으나, 우리 각자에게 저런 멘토가 한 명쯤 존재한다면 꿈을 위해 좀 더 제대로 된 노력을 하며 좀 더 제대로 된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SBS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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