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공감] 무서워도 내가 해야 될 일, ‘진짜’는 여기서부터
2018. 06.13(수) 21:37
검법남녀
검법남녀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아무리 꿈꾸고 원하던 곳이어도 설렘 가득한 시간은 잠깐이다. 곧 공간의 낯설음과 선택의 책임감에서 오는 두려움이 찾아온다. 바로 이 지점이 시험대다. ‘나’가 그토록 원했던 곳, 꿈꾸었던 일이 이거였을까, ‘나’는 이 일을 ‘나의 생업’으로 평생 감당하며 살 수 있을까. 간절함과 절박함의 평가는 여기서부터 제대로인 것이다.

tvN 드라마 ‘라이브’에서 신입경찰들은 그토록 이루고 싶었던 꿈을 이루었단 기쁨도 잠시, 곧 그들이 지니고 왔을 사명감을 현실이란 도마 위에 올려야 했다. 제 때 퇴근하지 못하는 건 물론, 목숨을 저당 잡히는 상황과 매순간 맞닥뜨려야 하고, 그래봤자 욕먹는 게 또 일상이다. 봉급이 높아서 그걸 낙으로 삼을 수 있는 직업도 아니고, 정말 제대로 된 사명감 없으면 지속할 수 없는 게 경찰이란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는 지점이라 할까.

고참이 되었다고 삶이 녹록해지진 않는다, 경찰이 된다꿈꾸는 세계가 열릴 거라고 간절함으로 하루하루 버티던 때가 오히려 행복했다, 즉, 현실과 제대로 마주친 이 순간이 신참들에겐 진짜 간절함과 절박함의 시작이다. ‘라이브’의 한정오(정유미)는 경찰의 삶이 가져야 하는 무게, 다른 이들의 인생에 닥친 불행한 사건들을 함께 직시함으로 얻게 되는 마음의 묵직함이 버거워 도망치려 하기도 했다.

“무서워도 내가 해야 될 일이야”

MBC 드라마 ‘검법남녀’의 주인공 은솔(정유미)도 초임검사다. 하지만 검사복만 입었을 뿐, 살인사건의 끔찍함과 목숨의 위협을 두려워하는, 시작한지 얼마 안 된 검사라는 자리가 아직은 낯 설은, 보통의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이다. 죽기 살기로 공부해 법대를 가고 검사가 된 이유가, 어떤 신념이나 특별한 목적이 아닌, 그저 오빠에게 쏠려 있는 부모의 마음을 얻기 위함이었다 하니 더욱 그러하다.

살면서 처음 겪은 자신을 향한 타인의 살의가, 악에 물든 이의 눈빛이 잠도 설칠 만큼 무서울 수밖에 없다. 검사가 되지 않았다면 겪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검사이고 홀로의 힘으로 얻은 검사로서의 자리가, 이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아직은 온전히 알진 못해도 우선은 좋다. 두렵다고 놓치고 싶지 않다. “무서워도 내가 해야 될 일이야.” 첫 시작은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었을지 모르나 이제는 열심을 다해 살아온 자신의 삶과 그 삶이 찍은 좌표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고 하나씩 넘어서 보려 한다.

‘신입’경찰, ‘초임’검사, 아무리 꿈꾸던 이상향이라 해도 첫 마주침은 낯설고 어색하고 생각해오던 바와 다른 법이다. 사명감이라든지 책임감이라든지 미리미리 가늠해보고 온다 해도 그냥 가늠일 뿐이다. 그 세계 속으로 들어가 본격적인 임무들을 맡고 하루의 고단함과 자괴감, 회의감 등을 반복적으로 맛보며 첫 시기를 지내보아야 ‘진짜’ 제 모습을 드러내는 게 사명감이고 책임감이니까. ‘신입’과 ‘초임’에게 숙명적으로 주어지는 어려움이다.

여기에서 간절함과 절박함의 진위여부가 가려진다. 아니, 가치가 계산된다. 생의 전체를 들여도 될 만한 가치인지, 그래도 될 만하다 판단이 내려지면 긴절함과 절박함은 본래의 힘을 발휘하기 시작하여 ‘초짜’들을 ‘진짜’들로 바꾼다. 도망치겠다던 정오는 결국 경찰의 삶이 가지는 무게를 감당하기로 했고, 은솔 또한 목에 남겨진 두려움의 흔적에도 검사로서의 좌표를 놓지 않았다. 언젠가 후회할 수도 있고, 뭐, 경찰서나 검찰 쪽으론 고개도 돌리지 않는다 할 때도 오겠으나, 어찌 되었든 이들은 이제 빼도 박도 못하는 ‘진짜’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SBS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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