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츠' 고성희를 키운 건 팔할이 열정이었다 [인터뷰]
2018. 06.29(금) 11:16
슈츠 고성희
슈츠 고성희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밝고 활기찬 에너지로 가득한 배우 고성희의 이면엔 지독한 연기 열정이 가득했다. 조금의 쉴틈도 없이 연기하고 싶다는 열망. 누구는 이를 과욕이라고 할 테지만, 고성희에겐 그를 배우로서 성장케 하는 채찍질이자 원동력이었다.

최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슈츠'(극본 김정민·연출 김진우)는 대한민국 최고 로펌의 전설적인 변호사 최강석(장동건)과 괴물 같은 기억력을 탑재한 가짜 신입 변호사 고연우(박형식)의 브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로, 동명의 미국 드라마를 원작으로 했다. 고성희는 극 중 '강&함' 로펌의 패러리걸(법률사무보조원) 김지나 역을 맡아 '걸크러시' 매력을 발산했다.

전작인 케이블TV tvN 드라마 '마더'에서 삶의 고단함 때문에 자신의 아이를 방치하는 엄마 자영 역을 연기하며 시청자들의 분노를 자아냈던 고성희. 그러나 이번 '슈츠'에서는 세상의 편견에 당당히 맞서고, 솔직하고 거침없는 언행으로 주체적인 여성상을 그려내며 큰 사랑을 받았다. 이처럼 전혀 다른 결의 두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시청자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긴 고성희지만 '슈츠'에 출연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그는 '마더'에서 제 아이를 학대 상황으로 몰아가는 등 진폭이 큰 감정 신을 하루에도 수십 번 연기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신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 크게 지칠 수밖에 없었단다. 더군다나 '마더' 마지막 촬영과 '슈츠' 첫 촬영 사이에는 일주일이란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감정 소모가 컸던 무거운 전작의 여운을 털어낼 충분한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던 것.

그럼에도 고성희가 '슈츠'에 출연을 감행했던 이유는 김지나라는 캐릭터에 있었다. 처음 소속사 대표와 '슈츠' 연출을 맡은 김진우 감독이 "김지나는 누가 봐도 고성희다"라고 말했을 때 고성희는 의문을 가졌다. 그러나 대본을 보고 왜 두 사람이 그렇게 이야기했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고 했다.

"김지나는 솔직하고 당당한 게 매력인 캐릭터다. 어느 부분에서는 저와 많이 닮았다. 제가 입체적으로 그려낼 수만 있으면 김지나가 매력적으로 보일 거라고 생각했다"는 고성희다. 자신과 많이 닮아 있는 캐릭터였기에 심신이 지친 상태였지만, 연기적으로 잘 풀어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 자신감은 '슈츠'에 대한 확신으로 굳혀졌다. 이에 고성희는 "일주일 동안 슈츠 대본을 미친 듯이 읽으며, 자영이를 빨리 털어내고 김지나가 될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김지나 캐릭터에 매료된 고성희는 연기할 때 자신의 성격을 투영하는 방식으로 캐릭터를 더욱 입체적으로 그리려고 노력했다. 비 오는 출근길에 흙탕물을 맞자 대차게 소리 지르거나, 변호사와의 관계를 성적으로 결부시키는 패러리걸에 대한 선입견에 대해 요목조목 일침을 가하는 등 고성희는 캐릭터의 당찬 성격과 프로페셔널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고성희는 자신의 내면에 내재된 발랄하면서도 당돌한 면을 연기로 승화시킨 셈이다.

사실 이는 원작과 상반된 모습이다. 하지만 고성희는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원작 캐릭터를 그대로 답습하려 하지 않았다. 예쁘고 세련되고 멋있는 이미지에 갇혀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그는 "어디로 튈지 모르고, 화가 날 때는 화를 내고 톡 쏘는, 감정 표현에 솔직한 지나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김지나는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며 자기주장을 내세우고, 일은 완벽하게 해내는 커리어우먼으로 시청자의 쾌감을 불러일으키며 '워너비' 캐릭터로 거듭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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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부분 자신과 닮은 김지나를 연기하며 고성희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다고 했다. 고성희는 "연기할 때만큼은 굉장히 예민한 편이다. 거의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완벽주의라고 해야 하나. 촬영장에서 늘 감정을 잡느라 혼자 사람들과 떨어져 있고 그랬다. 그런데 이번 '슈츠'만큼은 즐겁고 재밌게 했다. 사람들과 장난치며 웃기도 하고, 촬영장 가는 게 너무 신나더라"고 했다.

또한 고성희는 좋은 선배 배우들과 함께 하며 많은 것들을 배웠다고 했다. 배우 장동건 진희경 채정안 최귀화 등 '슈츠'에 함께 출연한 선배 배우들을 "진취적이며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한 사람들"이라고 설명한 고성희는 "육체적으로 힘들고 정신적으로 예민할 수 있을 때에도 자신보다는 팀을 위하는 선배들을 보고 대단하다는 생각 했다. 그게 쉽지가 않다. 저렇게 해야 좋은 배우로서 오랫동안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이를 통해 오로지 자신만 생각하며 촬영에 임했던 과거를 반성하게 됐다는 고성희다. 이처럼 그가 경험을 통해서 객관적으로 자신을 성찰할 수 있었던 건 좋은 배우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좋은 캐릭터, 나아가 좋은 배우 스태프들과 함께 했기에 고성희는 그 누구보다 '슈츠'를 애정 했다. 그래서인지 "실감이 안 난다"는 말을 반복할 정도로 고성희는 '슈츠'와의 이별을 유독 아쉬워했고, '슈츠'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비추기도 했다. 시즌2가 제작된다면 무조건 출연하겠단 고성희는 "시청률도 두 자릿수를 찍었고, 저희 팀 분위기도 정말 좋아서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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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츠'를 끝낸 고성희는 또다시 달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아직 일적인 에너지가 넘치고 있는 것 같다"며 "몸은 힘들지만, 계속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쉬고 싶다는 생각보다 어떤 캐릭터와 작품을 만나야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는 그다. 막연하지만 오랫동안 신뢰를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고성희에게서 천상 좋은 배우의 태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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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사람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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