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조민수 "50대, 나를 다듬어가는 과정" [인터뷰]
2018. 06.29(금) 17:30
'마녀' 조민수
[티브이데일리 공미나 기자] 한 마디 한 마디 거침 없었다. 어떠한 대답에도 망설이지 않는 조민수의 말들에는 영화와 연기에 대한 애정과 자신만의 뚜렷한 철학이 담겨 있었다. 데뷔 33년 차를 맞은 관록의 배우다웠다.

'마녀'(감독 박훈정·제작 영화사 금월)은 시설에서 수많은 이들이 죽은 의문의 사고, 그날 밤 홀로 탈출한 후 모든 기억을 잃고 살아온 고등학생 자윤(김다미) 앞에 의문의 인물이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액션극이다. 조민수는 극 중 자윤의 비밀을 알고 있는 닥터백 역을 맡아 강렬한 카리스마를 드러냈다.

영화 '관능의 법칙' 이후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조민수는 남다른 마음가짐으로 '마녀'에 임했다. 애초 남성으로 설정됐던 닥터 백은 조민수를 만나 여성 캐릭터가 됐고, 조민수는 자신 때문에 바뀐 캐릭터에 고마움과 책임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연기를 쉬고 있던 상태였는데, '감독이 날 뭘 보고 역할에 넣었을까' 싶으면서도 너무 고맙고 행복했다"며 "그래서 '마녀'를 더 잘하고 싶었고, 많은 애정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한동안 작품 활동은 쉬었지만 영화에 대한 갈증은 꾸준했다. 영화 '청 블루스케치'(1986)로 데뷔한 조민수는 데뷔작도 영화였기에 영화에 대한 애착이 더욱 컸다. 그는 "드라마를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영화는 기록이 조금 더 오래 남는다. 그 기록 안에 들어가고 싶은 욕심은 누구나 있다. 또 영화는 돈을 주고 보는 만큼 더욱 신중하게 선택하기 때문에 배우도 신중하게 선택받는다. 그렇게 선택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은 배우라면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배우들에게 물어보면 다들 영화를 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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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는 긴 시간 연기를 했지만 조민수는 늘 멈춰있지 않았다. 이번에도 닥터 백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로 또 한 번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여배우들이 설 자리가 적은 국내 영화계에서 이처럼 꾸준히 독보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행운이다. 이에 대해 조민수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여배우들끼리 모였을 때 이러한 세태에 대해 불만을 이야기하곤 한다. 나도 그 안에 있었고, 왜 그럴까 생각했다"며 자신이 찾은 답을 말했다.

그는 "영화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다. 그런데 우리가 빠르게 돌아가는 할리우드 영화에 익숙해져 있다"고 운을 뗐다. "우리 사회는 아직 그렇지 않다. 실제 현실 속 여성들의 직업군만 봐도 그렇다"며 현실과 영화의 간극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또 여성 영화를 제작해서 내놓았을 때 관객이 적으면, '여성 영화라서 관객들이 안 든다'고 단정 짓는다. 그렇게 새로운 여성 영화 제작이 멈춘다. 그냥 지금처럼 감독들이 '지금 쓰고 있는 작품의 캐릭터를 여자로 바꿔볼까?' 정도로 생각만 해도 좋을 것 같다. 이렇게 단절되지 않고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 스며들듯이"라고 덧붙였다. "한 10년 뒤면 여성 영화, 남성 영화가 아닌 그냥 사람을 다루는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라는 조민수는 장기적으로 영화계의 발전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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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조민수는 자신의 대표작으로 영화가 아닌 드라마 세 편을 꼽았다. KBS1 '지리산', SBS '모래시계' '피아노'였다. 이어 그는 "작품을 고르는 게 아니라 안 들어온다"며 최근 드라마 출연이 뜸해진 이유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사실상 브라운관은 스크린보다 50대 여성이 맡을 수 있는 배역이 적다. 때문에 '누군가의 엄마'보다는 독립적 캐릭터가 어울려 보이기 때문에 작품이 덜 들어오는 것 같다는 말에 그는 "그러면 좋은 거죠? 그렇다면 괜찮다"며 웃어 보였다. 또한 그는 차기작에 대해 "'마녀2'가 되지 않을까"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50대에 접어든 조민수는 삶을 바라보는 관점에서도 연륜이 묻어났다. 그는 "욕심부리게 되면 비교하게 되고, 비교하게 되면 내가 바보가 된다. 그런 것들은 저를 촌스럽게 만든다"며 스스로 지켜온 삶의 방식에 대해 말했다. "이제 슬슬 정리하며 살아간다"는 그는 "어떻게 마무리해야 '멋지게 잘 죽었다' 얘기를 들을까 싶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 자신을 다듬어가려고 한다"고 했다. 이토록 멋진 배우 조민수이기에 앞으로 그의 삶과 연기가 더욱 기대된다.

[티브이데일리 공미나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엔터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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