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배우'들의 귀환, 풍성해진 연극계 [상반기결산]
2018. 07.12(목)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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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이순재부터 양희경 그리고 황정민까지.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배우들이 2018년 상반기 연극 무대를 찾았다. '대배우'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연기자들의 귀환은 만성적인 불황에 시달리는 연극계에 활력을 더하기도 했다.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돌아온 무대를 되짚어봤다.

◆ '앙리 할아버지와 나' 이순재·신구, 젊은 피 이끈 어른의 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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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재와 신구는 올해 상반기 '앙리 할아버지와 나'(연출 이해제)에 앙리 할아버지 역으로 더블 캐스팅됐다. '앙리 할아버지와 나'는 전쟁을 겪은 기성세대 앙리와 낙천적인 대학생 콘스탄스가 만나 세대 갈등을 뛰어넘어 우정을 쌓는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연극이다.

공연은 프랑스를 배경으로 했지만, 두 차례 세계대전을 직접 겪은 앙리 할아버지와 전후 세대 콘스탄스의 갈등을 그리며 6.25 전쟁으로 갈등하는 한국 기성세대와 젊은이들의 갈등 구조를 조명했다. 이를 통해 극은 중장년 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했고 서울을 넘어 경주, 울산, 부산, 수원 등에서 지방 공연까지 성사되는 쾌거를 이뤘다.

특히 이순재와 신구는 극의 중심을 잡으며 공연의 흥행을 주도했다. 두 배우는 안정적인 무대 활용과 섬세한 감성 표현으로 관객들에게 극 중 전쟁 세대인 앙리 할아버지가 겪은 불안감과 고집 그로 인한 완고한 가치관 등을 자연스럽게 전달했다. 이들의 연기를 통해 앙리 할아버지는 까칠하고 어려운 어르신에서 철없고 낙천적인 콘스탄스 같은 후세대를 품어줄 수 있는 친근한 할아버지로 변모했다.

또한 이순재와 신구는 '앙리 할아버지와 나' 외에도 각각 '사랑해요 당신'과 '장수 상회'에 출연하며 무대와의 인연을 이어갔다. 드라마와 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는 두 원로 배우가 연극 무대를 잊지 않고 찾는다는 점은 그 자체로 후배들의 귀감이 됐다. 나아가 연극 무대가 여전히 대중 예술의 산실임을 각인시켰다.

◆ MBC 탤런트 극단 창단, TV와 연극 선순환의 결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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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에는 MBC 탤런트 극단이 창단 공연 '쥐덫'(연출 정세호)으로 관객들을 만나기도 했다. MBC 탤런트 극단은 배우 윤철형이 지난해 10월 30일 MBC 탤런트 협회 24대 회장을 맡으며 창단한 극단이다. 이에 힘입어 '쥐덫'에서는 '올인', '허준', '아이리스' 등의 극본으로 유명한 최완규 작가와 '청춘의 덫', '짝', '홍길동' 등을 연출한 정세호 PD까지 드라마 판의 거장들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극은 세계대전 후 안정을 찾아가는 영국의 한 시골 게스트 하우스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그렸다. 추리 소설의 대가로 유명한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각색돼 긴장감과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공연에서는 양희경 임채원 박형준 윤순홍 정성모 등 TV 시청자에게 친숙한 중장년층 배우들이 대거 등장했다. 이들의 활약은 현대 한국과 과거 영국이라는 관객의 현실과 극 중의 시·공간적 배경의 격차를 좁혔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배우들이 공연에 출연하는 것은, 그 자체로 극에 대한 몰입을 높이고 동시에 진입 장벽을 낮췄다. 무대와 브라운관을 넘나드는 배우들인 만큼 하나같이 안정적인 기량을 뽐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들의 공연은 카메라 앞에서 한정적인 연기에 갈등을 느낀 중량감 있는 배우들을 다시 무대로 불러오며 안방극장과 현실 무대의 선순환을 기대케 했다.

◆ '리차드 3세' 황정민, 연극에서도 드러난 '쌍천만' 배우의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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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재와 양희경 등이 비교적 TV에서 왕성하게 활동한 배우들이었다면 영화계를 주름잡던 배우의 귀환도 있었다. '국제시장'과 '베테랑'으로 '쌍천만' 반열에 오른 황정민이 연극 '리차드 3세'(연출 서재형)에서 타이틀 롤을 맡았던 것이다. '리차드 3세'는 영국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꼽추였지만 총명했던 요크가의 마지막 왕 리차드 3세의 광기 어린 폭주를 그렸다.

시종일관 음침한 권모술수의 향연을 그리는 공연에서 황정민은 걸출한 연기력으로 관객을 매료시켰다. 그의 인지도는 물론이거니와 꼽추를 표현하려 웅크린 몸집부터 경련이 일어난 듯 일그러트린 얼굴 표정과 꿈틀거리는 손짓까지 황정민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이 '리차드 3세'를 표현했다. 또한 황정민은 단순히 몸짓과 표정 같은 외면적인 연기를 넘어 버림받은 왕자였다가 위선자이자 악마 같은 왕이 된 '리차드 3세'의 감정선을 탁월하게 표현하며 관객들을 음모의 세계로 유인했다.

또한 '리차드 3세'에서는 정웅인과 김여진 등 황정민과 평소 절친했던 인지도 높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며 관객들을 끌어모았다. 이에 공연은 '쥐덫'과 마찬가지로 연극계와 TV는 물론 영화계까지 아우르는 배우들의 활약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나아가 결국 배우들이 가장 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은 가장 큰 자유가 주어지는 무대라는 공간임을 보여줬다.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송선미·조혜인 기자, 수현재컴퍼니·샘컴퍼니·MBC탤런트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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