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재로 말할 것 같으면 [인터뷰]
2018. 10.04(목) 17:49
조현재
조현재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송아지 눈망울 같은 선한 눈으로 서늘함을 연기한다. 결혼 이후 배우로서 가능성을 재확인한 열린 남자 조현재였다.

조현재는 지난달 29일 종영한 SBS 주말드라마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극본 박언희·연출 박경렬, 이하 '그녀말')에서 결점을 허용하지 않는 앵커 강찬기 역으로 열연했다. '그녀말'은 살기 위해 인생을 걸고 페이스오프급 성형수술을 감행했지만, 수술 후유증으로 기억을 잃고 만 여자 지은한(남상미)이 조각난 기억의 퍼즐들을 맞추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극 중 조현재가 맡은 강찬기는 지은한의 남편으로, 재벌가에서 최고와 완벽만 허용하는 엄격한 교육을 받으며 자란 인물이다. 이로 인해 그는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하고 사회성이 결여된 소시오패스적 인격 장애를 갖게 됐다. 또한 아무도 모르게 지은한에게 가정폭력을 일삼아 죗값을 받았다.

실제 조현재는 올해 3월 프로 골퍼 출신의 사업가인 아내와 결혼한 신혼의 단꿈에 빠진 새신랑이다. 현실과 전혀 다른 악역을 연기한 것에 대해 그는 "솔직히 마음에 걸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다만 그는 "저는 배우고 역할을 표현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심플하게 생각하기로 했다"고 강찬기 역할을 받아들인 과정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현재에게 강찬기는 마음으로 완벽히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그는 강찬기에 대해 "인간 조현재로서 개인적으로 봤을 때는 납득할 수 없는 캐릭터"라며 "극혐"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특히 조현재는 "단순히 한 개인의 병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문제인 것 같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폭행하는 것이지 않나"라며 "찾아보니 이런 사례가 또 많아서 놀랐다. 1년에 200명이나 데이트 폭력, 가정 폭력으로 죽는다고 하더라"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에 조현재는 촬영 중에도 사실 몰입하기 어려워서 굉장히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그는 "촬영 현장에서 늘 마음 한 구석에 죄책감이 있었다. 그런 기분을 계속 가진 채 연기해야 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부러 쾌활한 척 주위 출연진에게 장난도 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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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조현재가 연기적으로 혹평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조현재는 '그녀말'을 통해 기존과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시청자에게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는 '그녀말'을 통해 과거 '서동요'를 비롯해 '러브레터', '햇빛 쏟아지다' 등의 드라마에서 선하고 정의로운 캐릭터로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줬던 것과 반대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고 호평받았다. 전작인 '용팔이'에서 선굵은 악역을 소화한 데 이어 다시 한번 악역으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던 것이다.

그 밑바탕에는 악역과 반항적인 연기에 대한 조현재의 갈망이 깔려 있었다. "선한 인상 때문에 20대엔 그 흔한 반항아 연기도 한번 못해봤다"던 조현재는 "'그런 얼굴로 악역을 어떻게 하냐'는 말을 항상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오히려 저는 얼굴 때문에 캐릭터에 대한 제약이 많았다"며 "20대 때는 다른 역할, 색다른 필모그래피에 대한 목마름이 깊었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사실 악역에 대한 갈증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면서도 "적어도 저 역시 악역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드린 것 같아 기쁘다"며 웃었다. 특히 조현재는 "범죄자라는 캐릭터의 특징이 외모에서부터 나타나는 건 아니지 않나. 저 같은 외모로 표현하는 악역이 더욱 극적일 수 있다. 그걸 '용팔이'와 '그녀말'로 보여드린 것 같다"며 "이제 제 얼굴도 마냥 선하지는 않지 않나"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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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조현재는 어느 때보다 열린 마음으로 배우로서의 자신을 다잡았다. 완벽히 이해할 수 없는 역할이었던 강찬기 역시 "배우니까" 소화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약쟁이'로 나온다고 마약을 직접 해봐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어떻게 연출하고 표현할지 계속 고민하면 될 것 같다. 배우로서 나만 표현할 수 있는 게 뭔지 생각하면서 연기를 하다 보면 될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심지어 예능도 불러만 준다면 가능하다는 그다. 실제로 그는 최근 SBS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 시즌-너는 내 운명'을 비롯해 케이블TV tvN 예능 프로그램 '인생술집' 등에 출연하며 '선비캐(선비 같은 캐릭터)'로 웃음을 자아낸 바 있다. 제작진과 방송사 측에서 '그녀말' 홍보 차 출연을 권한 것이었지만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출연한 것이란다. 물론 예능 속 스스로의 모습이 여전히 모범생 같아 아쉽기도 했지만 그런 모습도 재미있어 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용기를 얻었다는 그다.

이렇듯 악역은 물론 예능까지 한계를 두지 않는 조현재이기에 "열려 있다"는 그의 말에 진정성이 느껴졌다. '그녀말'의 강찬기는 죄수복을 입으며 닫힌 결말을 보여줬지만 배우 조현재의 막은 계속 열려 있을 것 같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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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이미지 고착에 대한 고민도 굳이 그럴 필요 없었던 것 같아요. 내 스타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 내 시야를 좁게 만들었죠. 비슷한 고민이 있는 후배들에게도 말해주고 싶어요. '내가 이런 건 못하는데, 해본 적이 없는데, 내 장점이 아닌데' 이런 생각을 하지 말라고. 내가 만들면 나만의 길인 거죠. 저는 이제 그만큼 제 가능성도 더 열어두고 싶어요."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웰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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