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차 배우 지대한의 낭만이란 [BIFF 인터뷰]
2018. 10.05(금) 19:40
배우 지대한
배우 지대한
[부산=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배우 인생 30년이 지나도 여전히 낭만을 꿈꾸며 추구하는 낭만주의자다. 그렇기에 언제봐도 멋스럽고 여유가 넘치는 배우 지대한이다.

지대한은 올해도 어김없이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맞춰 영화인들을 위한 행사 '지대한의 밤'을 개최한다. 이는 부산 출신 지대한의 동문과 지인, 부산을 찾은 영화인과 팬들이 함께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영화인들을 향한 낭만의 자리다. 지대한은 "해를 거듭하다보니 점점 걷잡을 수 없이 판이 커진다. 영화제랑 같이 시작됐으니 전통이 꽤 크다. 그래도 저보다 유명한 사람은 안 부른다"며 너스레였다.

하지만 그 속내는 따뜻했다. 그가 매년 이 행사를 빠짐없이 진행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 최고의 영화축제다. 하지만 이 영화제에 초대받은 영화인들보다 초대받지 못하는 영화인들이 더 많다. 영화계엔 분명 스타가 있고 주연 배우가 있지만, 많은 영화인들이 주인공이 되는 자리가 있길 바랐다. 부산 출신의 영화인으로서 배우나 스태프, 일반 관객들이 모두 함께 어우러지고 그들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자리를 만들어 대접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런 낭만을 꿈꾼 지대한은 "제가 바다 사나이라서 낭만적인 것에서 헤어나오질 못하는 것 같다"며 "'지대한의 밤'에선 어떤 스타들보다 우리가 주인공이다. 저를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와도 좋다. 이게 정말 축제 아닌가"라고 웃어보였다.

그 어느때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대한에게 더욱 특별한 기억을 심어줄 듯하다. 어느덧 데뷔 30주년을 맞은데다 처음으로 그의 출연작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을 받았기 때문. 지대한은 "제가 매년 영화제 때마다 부산에 왔는데 30년만에 처음으로 초대를 받았다. '멀리 가지 마라'라는 독립영화다. 저는 작은 역할로 출연하지만 후배들과 함께 찍은 영화가 초청받아 정말 뿌듯하더라"고 했다.

'올드보이' '해바라기'의 강렬한 개성파 조연을 거쳐 '독립영화계의 송강호'라는 자칭타칭 수식어를 지니기까지 독립영화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드러내왔던 그에겐 값진 수확이 아닐 수 없다. 지대한은 "30년 연기 인생을 돌아보면 저는 이미 꿈을 다 이뤘다. 제 꿈은 배우가 돼 배우 소리를 듣고 후배들도 나를 좋아해주고 영화계에서도 알려지는 것이었다"며 "앞으로 30년 더 후배들과 함께 제작도 하고 기획도 하고, 즐기면서 영화를 찍는 것이 남은 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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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대한의 연기 지론에 따르면 다양성 영화, 독립영화들이 많이 있어야 천만 영화들도 계속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저예산 영화 제작 환경은 어렵고 힘들기에 많은 이들이 외면한다. 아무도 하지 않을 때 자신이라도 나서야 겠단 결심을 했다. 게다가 독립영화는 제 천성과 잘 맞았다.

지대한은 "사회의 불합리한 이야기들, 약자를 대변하는 이야기 등 상업영화에선 다루기 힘들고 눈치봐야 하는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다. 그런 이야기에 관심이 가서 많이 해보고 싶었다"며 "제가 30년을 연기하다보니 감독이나 제작자한테 선택받는 기다림도 고맙고 소중하지만, 이제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고 후배들과 함께 하는 작업이 즐겁다. 시작할 때부터 헝그리정신을 배워서 그런지 자꾸 이런 것에 애정이 간다"고 했다.

하지만 나중에 할아버지 배우가 됐을 때 지금 자신과 함께 작업한 후배들이 유명한 최고의 감독이 돼 있다면 그 또한 즐겁고 보람스러운 일일 것 같다고. 특히 독립영화 현장에서 후배들의 열정과 에너지가 보기 좋단 그였다.

지대한은 "욕심을 부리면 과욕이 된다. 성공하려면 힘있는 사람에 잘 보여야 되고 비굴하거나 비겁해져야 하지 않나. 출세지향적인 것을 찾아가게 되면 초심을 잃게 된다. 연기에 대한 욕심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스타가 되기 위한 길만 쫓지 않아도 배우 인생에서 보람찰 수 있다. 조그만 카메라 앞이든, 연극 무대든, 천만 영화든 연기는 늘 똑같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이 즐거울 뿐"이라는 한결같은 소신을 밝혔다.

그는 영화인으로서 지난 4년의 진통을 겪고 정상화 원년을 선포한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응원을 보냈다. 그는 "제가 독립영화를 하는 것도 간섭받기 싫어서다. 올해부터 정상적인 영화제가 돼 영화인들도 활기가 넘치고, 부산 시민들도 환영하는 것 같다. 모든 영화인들이 1년을 기다리는 그런 영화제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앞으로 30년 후에도 연기를 하고 있을거라고 상상한 그는 "백발에 턱시도를 입고 부산의 레드카펫을 밟으면 그보다 더 행복한 게 또 어딨겠나"라고 했다. 그때가 되면 또다른 무명 배우의 밤, 감독의 밤 등 해운대 주막들이 줄을 이룰테고 이를 보며 흐뭇해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본단 지대한의 기분 좋은 낭만은 보는 이에게도 흐뭇한 감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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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송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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