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이고 조연이어도 연기력만 좋다면야 [TV공감]
2018. 10.09(화)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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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 드라마의 자유로운 시도는, 배우들이 브라운관 안으로 입성할 수 있는 새로운 통로가 되었다. 대부분이 이미 실력으로 입증된 작가들이거나 연출진이라서 완성도는 물론이고, 시청률에 있어서도 좋은 성과를 낳아 주연이든 조연이든 실력만 좋다면 출연 배우들의 가치까지 덩달아 상승시키고 있는 까닭이다.

최근의 대표적인 예로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들 수 있겠다. ‘문래동 카이스트’로 시청자들의 뇌리에 각인된 배우 박호상은 OCN ‘손 the guest’에서 강력반 형사 고봉상 역으로 활약 중이고, 얼마 전엔 KBS 2TV ‘오늘의 탐정’에서 여행박람회를 주최하는 회사 대표 이경호로 잠깐 출연해 색다른 매력을 드러내기도 했다.

‘오늘의 탐정’엔 또 다른 감빵 출신도 등장한다. 열심히 살았음에도 ‘죄송합니다’를 입에 달고 살아야 했던 서글픈 청춘의 얼굴, ‘민성을 연기했던 배우 신재하다. 주인공 정여울(박은빈)의 친구 ‘결’로 귀신 우혜(이지아)에게 조종당해 여행박람회장에서 독극물테러를 일으키는 인물로써 극의 긴장감을 한층 높였다.

알려진 배우였으나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한 번 더 확실한 계기를 맡게 된 배우 이규형과 최무성, 정해인을 빼놓을 수 없다. 마약 복용으로 징역을 살게 된 ‘한양’, ‘해롱이’를 농도 짙게 구현해내 많은 인기를 끌었던 이규형은, JTBC ‘라이프’에서 유년시절 교통사고로 인한 트라우마로 몸과 마음에 고통을 얻은 예선우 역을 맡아 전 작과 상반된 색의 인물을 부족함 없이 연기했다.

배우 최무성은 어떠한가. 얼마 전 종영한 tvN ‘미스터 션샤인’에서 포수 장승구로, 역적을 꿈꾸었으나 구한말 나라를 지키는 의병장이 되고 그렇게 죽는 삶을 그만의 방식으로 멋들어지게 만들어냈다. 그리고 가장 큰 수혜자라 할 수 있는 배우 정해인, JTBC ‘밥 잘 사주는 누나’에서 주연을 맡아 배우 손예진과 달콤한 연상연하 조합을 이루며 다수의 여성 시청자들과 심지어 여성 연예인들에게까지 이상적인 연하남으로 자리매김했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바는 좋은 성과를 낳을 드라마에 합류했다 하여 모든 이들이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출연 배우와 유사한 통로를 얻는 건 아니란 사실이다. 여기서 핵심은 시청자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배역과 배우의 완벽한 조화와 그를 뒷받침하는 좋은 연기력이다. 크고 작은 성취로 이어진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결과는 이야기 자체도 좋았지만 인지도라기 각 배역의 적합도에 따른 배우들의 섭외와 섭외된 이들의 좋은 연기력이 인정받은 경우인 까닭이다.

새로운 소재와 구성으로 기대감을 높이는 드라마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는 요즘이다. 지상파에 국한되었던 드라마 세계가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로 확대되며 시청하는 연령대나 대상에 제약이 덜해지고 그에 따라 소재와 장르 선택이 좀 더 자유로워진 데(시청률만 높일 수 있다면 무엇이든 가능한)에서 비롯된 현상임을 부인할 수 없을 터다.

뿐만 아니라 배우의 폭도 다소 넓어졌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실력을 갖춤은 당연하고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연기를 펼칠 수 있는 배우여야 하니, 주연은 인지도 있는 배우로 가더라도 조연들에 있어선 연기력은 좋은 데 아직 발굴되지 않은 이들을 찾게 된 것이다. 그래서 요새 연극배우, 뮤지컬배우 출신의 새로운 얼굴들이 유독 많아졌다 할까.

한 마디로 연기력이 더욱 중요해진 시기(안 그래도 중요하지만)가 왔다. 무명이라도 연기력이 좋다면 언젠가 좋은 작품을 만나 이름을 알리고 입지를 넓힐 가능성이 높아진 것. 반대로 아무리 알려진 스타 배우라 해도 연기력이 부족하다면 기존의 자리에서 점점 밀려날지도 모를 일이고. 뭐, 어찌 되었든 대중에겐 좋은 일이다. 이래저래 좋은 작품과 연기력을 만나볼 수 있으니까.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의 등장이 불러온 예상치 못한 풍요로움이 아닐 수 없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티브이데일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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