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산다’, ‘무한도전’의 뒤를 잇다 [TV공감]
2018. 12.05(수) 10:48
나 혼자 산다
나 혼자 산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완벽한 타인’이란 영화가 받은 호평은, 단지 우린 모두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타인이라는 것 때문이 아니다. 어차피 서로를 이해할 수 없고 상처를 주고 아프게 할 수 밖에 없는 존재들이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외로운 존재가 우리들이라면 서로의 다름을 낯설다고만 여기는 게 아니라 당연하다 여기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해볼 때 좀 더 깊은 사랑과 우정의 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새로운 공동체의 모습을 모색 중인 때가 분명하다. 오래 전엔 자연스러웠던 공동체의 형성이 과학기술과 매체의 발달과 함께 개인주의가 만연해지는 오늘날에 이르며 어렵고 어려운 과제로 남은 까닭이다. 그렇다고 부정적인 흐름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이 전의 공동체는 공동이 규정한 것을 벗어나는 개인의 모습은 단칼에 제거하는 등의 태도를 취하곤 했으니까.

물론 지금도 그러하긴 하다만 한 사람, 한 사람으로서의 존재에 힘이 실리면서 이전보단 개인으로서의 선택과 반발의 자유가 좀 더 주어졌고 공동체의 힘도 그만큼 약화된 상태다. 하지만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법이라서 이제 새로이 등장하고 있는 문제는, 어떻게 좋은 공동체를 이루냐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 있다.

공통적으로는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샅샅이 뜯어보면 너무도 다른 사람들이 함께 이루어갔던 ‘무한도전’, 이 프로그램의 매력은 회를 거듭할수록 끈끈해지는 출연자들 사이의 유대감에 있었다. 이들의 사이는 가족이나 친인척관계보다 더욱 특별하게 여겨져 시청하는 우리들마저도 그 속에 들어가 관계를 맺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들이 서로에게 다정하게 굴거나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는 모습만 보였던 것은 아니다. 의견이 맞지 않아 투닥거리는 장면이 더 많았다. 그럼에도 대중이 마음의 곁을 내준 것(설사 모두 설정이라 해도)은 각자가 가진 성향이나 가치관 등을 온전히 발산하면서도 함께 어우러져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리라. 즉, 본래의 가치를 갖춘 공동체의 모습을 목격한 까닭에 주말 저녁마다 그 황금 같은 시간을 일정하게 ‘무한도전’에 쏟을 수 있었던 게다.

‘무한도전’이 떠난 이후, ‘나 혼자 산다’가 그 빈자리를 메꾸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혼족’의 시대를 맞추어 탄생한 프로그램이라고만 여겼기에 ‘무한도전’을 대체할 수 있을지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매번 홀로된 삶의 모습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고정된 패널들이 종종 함께 모여 공동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하고 여행을 가기도 하면서 서로간의 관계가 쌓여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게다가 어느 정도의 진정성까지 실리니, 시청자들의 마음에도 알게 모르게 따뜻한 유대감이 형성된 결과라 하겠다.

서로 다른 모습을 가진 타인이 한 자리에 모인다는 게,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것 자체를 매력으로 인정해준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뼛속 깊이 알아가고 있는 시대인지라, 이러한 프로그램이 더욱 뜻깊다. 잃은 친구를 새로운 친구로 대체한다 해서 잃은 헛헛한 슬픔마저 덮일 수 없겠다만, 관계가 주는 고통으로 개인주의의 힘이 더욱 막강해지는 오늘, 반대로 고독감은 더욱 극에 달해 있는 오늘, ‘무한도전’의 뒤를 이어 ‘나 혼자 산다’가 있어 참으로 다행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안성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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