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방울꽃부케가 뭐길래 [이슈&톡]
2018. 12.13(목) 10:23
조수애 아나운서 은방울꽃부케
조수애 아나운서 은방울꽃부케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한 여성이 커리어를 중단하고 어느 유명 기업 혹은 재력가의 아내가 되어 산다는 건, 천만 원짜리 은방울꽃부케를 드는 일과 유사하려나. 그게 실제로는 40만 원짜리든 어쩌든 상관없이 하루 온종일 포털사이트를 들끓게 할 만한 이슈로서 작용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조수애 전 JTBC 아나운서의 결혼에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까닭은, 그녀가 입성하기 힘들다는 아나운서의 세계에서 일찍이 물러나 안착한 곳이 재벌가의 안방이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장면이지만, 이곳에 시선이 집중된 이들에게는 그 이면에 어떤 감정적 교류나 특별한 계기들이 있었는지는 별로 중요치 않다. 안다 한들 진정성이 느껴질 리 없으니까.

그러다 보니 부각되는 것은 그녀가 그와 함께 끌어안은 풍요롭고 부유한 삶이다. 주변의 신혼부부들은 대부분 녹록하지 못한 삶으로 시작하는데 천만 원짜리 부케라니, 도대체 은방울꽃이 뭐길래, 역시나 그녀는 부케부터 다르다, 뭐 이런 의식의 흐름이 등장한다고 할까. 물론 은방울꽃부케의 실제 가격 또한 여기선 별로 중요치 않다.

하나의 사건이, 특히 작은 사건이 맹렬한 사회적 이슈로 등장할 때 거센 군중의 심리에 휩쓸릴 것이 아니라 우리는 그 내부에 혹은 우리 안에 존재하는 감정의 모양새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는 대부분 우리가 현실에서 결핍되었다 느끼며 갈증을 호소하는 점들과 밀접하게 관련 되어 있어서, 소동으로만 받아들였을 시 애꿎게 뒤틀린 분노의 표적들만 양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즉, ‘천만 원짜리 은방울꽃부케’는 대중이 보기에, 조수애 전 아나운서가 그녀의 경력(이조차도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샀던)과 바꾼 안락한 삶을 의미한다. 경력을 쌓기도 쌓은 경력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힘들며, 결혼으로 안락한 삶을 누리기는커녕 더욱 혹독한 현실을 맞닥뜨릴 수도 있는 현 시대의 사람들에게(특히 여성들에게), ‘천만 원짜리 은방울꽃부케’란 보기만 보고 듣기만 들은, 직접 손으론 쥘 수 없는 ‘유니콘’과 같을 수밖에.

저 정도면 경력 단절 해볼 만하겠다 싶은 마음까지 드는, 하지만 보통의 우리에게 가능할 리 없다 싶어 괴리감만 들게 하는 것이, 바로 은방울꽃부케를 손에 쥔 장면이라 할까. 사실 지극히 표면적인 모습이고 편집된 일상의 한 컷에 불과한데도, 마치 우리의 온전한 해갈점이 그곳에 있는 마냥 바라보며 절대 얻을 수 없다는 박탈감에 애꿎은 비난의 화살들만 날리고 마는 게다.

그러니까 방송인 박은지의 ‘나도 은방울꽃부케 들었는데 이건 40만 원짜리야’라는 말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어리석은 꼴이었다. 허위정보를 바로잡고 싶은 선의가 있었겠다만 소동의 본질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반응해버렸으니 선의는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도리어 악의로 곡해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다.

가장 안타까운 일은 ‘꼭 행복하리라’란 아름다운 꽃말이 이제 부한 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으로 퇴색될 수도 있다는 사실. 어쩌면 우리가 진짜 분노해야 할 대상은 아름다운 꽃말마저 물질주의적 사고방식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우리 안의 결핍과 갈증인 동시에, 이것을 심어 자라게 한 비틀린 사회구조이지 않을까.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조수애 아나운서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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