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여, PPL로부터 메인NPC를 지켜주세요 [TV공감]
2019. 01.11(금) 09:30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박신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박신혜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정희주(박신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여주인공이지만 그만한 위력이 없다. 그녀와 꼭 닮은 게임의 메인NPC(NPC, Non-Player Character, 게임 안에서 플레이어가 직접 조종할 수 없는 캐릭터), 엠마도 별다를 바 없다. 비록 그녀가 연주하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흘러나올 때마다 남자주인공의 세계가 균열을 일으킬 만큼, 중요한 역할이긴 한 것 같다만.

이야기의 흐름 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일 수 있지만 아쉬운 마음은 지울 길 없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연출 안길호, 극본 송재정)의 여주인공 정희주가 지금까지 한 일이라곤, 동생이 만든 게임 덕으로 100억을 받은 것과 남주인공 유진우(현빈)가 지옥 같은 한철을 살아가고 버틸 힘이 되어준 것, 그리고 각종 PPL을 소화해낸 것뿐이다.

악세서리와 화장품 등, 정희주란 인물보다 박신혜의 패션이 더 열일을 했다면 과언일까. 사실 PPL은 모든 드라마에서 존재한다. 특히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일수록 PPL의 향은 더욱 짙다. 가까운 일례로 ‘SKY 캐슬’에서 엄마가 공부로 바쁘다는 딸과 대화를 시도하기 위해 집중력 향상에도 좋다며 굳이 앉힌 곳이 모브랜드 안마의자였다.

그럼에도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정희주에게 걸쳐진 PPL이 유독 눈에 거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안타깝게도 정희주라는 인물의 생동감이 대중에게 아직 제대로 납득되지 않아, 그녀의 매력보다 PPL이 더 돋보이는 까닭이다. 이제 PPL을 모를 리 없는 대중은, 이야기가 살아 있고 그 속에서 생명력 넘치게 존재하는 인물을 맞닥뜨릴 때, 못 알아챈 척 이해하며 넘어가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본인의 몰입을 깨고 싶지 않아서다.

즉, 사람들이 PPL을 문제 삼고 있단 거는, 결국 박신혜의 정희주에게 제대로 몰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화제성 높은 드라마인데 현빈의 유진우에겐 없을까, 많은데 주목이 되고 있지 않을 따름이다. 그에 비해 정희주는 게임 속으로 사라진 동생을 찾겠다고 노력은 기울이나 고작 유진우의 사무실과 집을 왔다 갔다 거리는 게 전부다. 솔직히 말해 비중 면에선, 높은 퀘스트를 보유하고 있고 드라마의 중대사와 관련이 깊은 NPC이면서도 예쁘게 앉아 연주하는 모습이 다인 엠마와 동일할 정도라 할까. 그녀의 PPL이 눈에 띠는 게 당연하다.

물론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도 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흐름 자체가 유진우의 주도 하에 이루어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여주인공의 역량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배우로서 최선을 다해 살리는 중이겠지만, 구도에서부터 기울어져 있으니 정희주로서 할 수 있는 건 예쁘게 꾸미고 예쁘고 웃고 울고 말하는 것이 다일 수 있다. 그 결과 각종 PPL이 빛을 발하게 된 거고.

그럼에도 아직 어떤 판단을 내리거나 실망감을 표출하기엔 섣부르다고 조심스레 주장해 본다. 이야기가 진행 중에 있기도 하고 작품의 완성도 또한 현재까지 보았을 때 꽤나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분명 여주인공을, 정희주를 이렇게 평면적으로만 둘 리 없다. PPL의 희생양으로 끝낼 리 없다. 남은 이야기에서 보일 역량을 위해 아껴왔던 거라고, 힘을 비축했던 거라고 믿는다. 유진우만이 아닌, 정희주가 함께 ‘알함브라궁전의 추억’의 세계를 구하기를 기대해 본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tvN]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이 기사는 tvdaily 홈페이지(http://tvdaily.mk.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info@tv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