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퀴즈 리부트' 김재원의 스펙트럼 [인터뷰]
2019. 01.28(월) 18:00
신의 퀴즈 리부트 김재원
신의 퀴즈 리부트 김재원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멋모르고 연기했던 20년이었던 것 같아요." 100% 캐릭터에 몰입해 본래 자신이 누구인지 잊어버릴 정도로, 배우 김재원의 연기 방식은 그야말로 지독했다. 공황장애까지 겪으며 자신을 혹사시켰던 지난 20년을 반추하며 김재원은 "나에 대한 소중함을 잃어버리면 안 되겠더라. 내가 살아야 내 세상이 존재하는 거니까. 이제는 조금 타협을 보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한층 여유로워진 모습이었다. 배우로나 사람으로나 김재원의 스펙트럼은 한결 나은 방향으로 확장돼 있었다.

최근 종영한 OCN 드라마 '신의 퀴즈 리부트'(극본 강은선·연출 김종혁)는 4년 만에 한국대 법의관 사무소로 돌아온 천재 부검의 한진우(류덕환)가 희귀병 뒤에 가려진 진실을 추적하는 메디컬 드라마다. 김재원은 극 중 유전자 조작으로 만든 바이러스로 '혁전 복지원 사건' 가해자들을 처단하는 빌런 현상필 역을 맡아 연기했다.

그간 작품에서 선하면서 부드러운 역할만 해왔던 김재원이 이번 작품으로 과감히 변신을 시도했다. 생애 첫 악역에 도전한 김재원은 '신의 퀴즈 리부트' 김종혁 감독의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했다. 그는 "맨 처음에 감독님을 뵀을 때 '재원 씨, 편안하게 하면 돼요'라고 하시더라"면서 "나에 대한 능력을 누군가 믿어줬을 때 믿음에 대한 답례를 어떻게 보여주느냐와 능력이 있음에도 짜내면서 연기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저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셨기 때문에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었다"고 했다.

김재원에 대한 믿음 때문에 김종혁 감독은 현상필 캐릭터를 당초 계획했던 것에서 180도 갈아엎었다고. 김재원은 "원래 현상필이라는 이름이 아니라 다른 이름이었다. 바둑 기원에서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바둑을 두는 고수였다. 근데 감독님이 저와 미팅을 하신 다음에 '조커' 같다는 느낌을 받았단다. 그래서 본인이 생각했던 캐릭터에서 현상필이라는 캐릭터로 바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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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이 현상필이 되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스타일 변화였다. 모히칸 헤어스타일과 볼에 기다랗게 난 보기 흉한 상처까지. 이전의 '선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과감한 스타일을 감행했다고. 이후 김재원은 DC 영화의 다크 히어로를 토대로 현상필이라는 캐릭터를 구축해 나갔다. 선을 위해서라면, 과격한 행동도 주저하지 않는 영웅을 일컫는 다크 히어로는 선과 악의 불분명한 경계에 놓인 캐릭터이기도 하다. 복지원 아이들을 상대로 끔찍한 유전자 실험을 감행하고, 종내 실험에 쓰인 아이들을 죽인 '혁전 복지원 사건'에서 겨우 도망쳐 홍콩으로 밀입국한 현상필은 가해자들을 향한 복수심을 키운다. 한국으로 돌아온 현상필은 '정의'라는 이름으로 가해자들을 처단하지만, 이는 제삼자의 시각에선 살인이라는 반도덕적인 행위일 뿐이다.

김재원은 현상필이 왜 복수를 할 수밖에 없었나에 대해 집중하고, 그 이유의 합당함을 연기에 녹여내려 부단히 노력했다. 그는 "현상필이 의미 없이 사람만 죽였으면, 그의 저변에 깔려 있던 아픔이 시청자들에게 전달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형제같던 복지원 아이들이 눈 앞에서 불타 죽고, 홍콩으로 밀입국한 뒤에 동생들의 복수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고 성장했을 현상필의 고통이 얼마나 컸을까 생각했다"고 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현상필에 몰입한 김재원은 그야말로 광기에 가까운 연기를 소화했다. 미소를 지으며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총을 쏴 살인하고, 자신이 놓은 덫에 걸려 처절하게 죽어가는 가해자들을 보며 웃는 현상필의 광기는 김재원의 깊은 내공의 연기를 통해 극에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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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은 현상필의 감정선을 명확하게 보여주기 위해 '혁전 복지원 사건'의 원흉인 복지원 원장이자 한주그룹 회장을 죽이는 장면을 약간 수정했단다. 그는 "대본 상에서는 현상필이 원장 몸에만 뿌리는 거였는데, 연기할 때 얼굴에다가 뿌렸다. 평생을 원장에게 복수해야겠다고 살아온 현상필인데 몸에만 뿌리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면서 "사전에 선배님에게 양해를 구했다. 과장스럽게 하더라도 약간만 이해해달라고 했다"고 했다.

극 말미 현상필은 가해자들에 대한 복수를 완료했지만, 유전자 조작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끝내 죽음을 맞이한다. 동생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책임지지 않는 어른들의 분노로 점철된 삶을 마감하는 순간, 현상필은 "단 한 명의 어린이라도 우리를 생각하는 어른이 있었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라는 말을 남겼다. 현상필의 삶을 한 문장으로 축약한 듯한 대사를 직접 만들었을 정도로 김재원은 현상필이라는 인물에 깊이 몰입해 있었다. 그 덕분에 현상필은 광기와 비애를 동시에 지닌 입체적인 악역으로 그려질 수 있었다.

처음 악역을 맡은 배우가 맞나 싶을 정도로 캐릭터를 완벽 소화한 김재원이다. 이에 김재원은 "확실히 뭐든지 하다 보면 느는 것 같다. 처음에는 사람을 죽이는 역할을 처음 해보니까 어떡해야 하나 했는데, 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즐기고 있는 저를 보게 됐다"면서 "나중에는 어떻게 하면 잘 죽일 수 있을까 생각했다"고 했다.

시청자들의 호평도 잇따랐다. 이에 김재원은 "기분이 너무 좋았다"면서 "오랜만에 연기 잘한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20년 동안 이런저런 거 하면서 나도 모르게 연기가 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굶어 죽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신의 퀴즈 리부트'로 자신의 배우 영역을 넓힌 김재원. 선한 이미지에 고여있던 연기력으로 악역도 소화 가능한 영역이었음을 스스로 입증했다. 연기 인생 20년 차. 김재원이 일궈낸 스펙트럼의 확장은 배우로서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이었고, 대중의 '신뢰'가 밑바탕이 됐다. 한 단계 성장한 배우로 쌓아나갈 김재원의 필모그래피는 이제 시작이다.

"가장 좋은 배우가 뭘까 늘 고민해요. 연기를 잘하는 배우? 물론 맞죠. 그것보다 존재 이유 만으로 사람들로 하여금 무언가가 해소되고 풀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 배우가 됐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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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조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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