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러‘, 류준열을 통해 진짜 여행을 이야기하다 [이슈&톡]
2019. 03.28(목) 22:11
트래블러 류준열
트래블러 류준열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작가 알랭 드 보통은 그의 저서 ’여행의 기술‘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 “여행의 위험은 우리가 적절하지 않은 시기에, 즉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물을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정보는 꿸 사슬이 없는 목걸이 구슬처럼 쓸모없고 잃어버리기 쉬운 것이 된다.”

무슨 말인고 하면, 어떤 호기심도 어떤 준비도 없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우리 앞에 놓인 곳이 저명한 이들이 수없이 말하던 중요한 장소, 중요한 광경이라 할지라도 우리가 평소 별다른 호기심 없이 접하는 것들, 예를 들어 아침저녁으로 지나치는 집 근처의 풍경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것, 그리고 여행의 위험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는 거다.

알랭 드 보통의 말에 따라 우리에게 여행의 위험이란 낯선 것이 낯설게 여겨지지 않는 거라 한다면(자의적 해석일 수 있지만), JTBC ‘트래블러’에서의 류준열은, 굳이 따지자면, 여행의 위험을 겪지 않을 부류다. 하나부터 열까지 철저하게 조사하고 준비하는 것까진 아니어도 여행지를 향한 기본적인 준비 만큼은 꼭 하고 떠나는 사람이라 할까. 이 기본적인 준비란 건,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설렘을 누릴 수 있는 기본적인 호기심과 열정이다.

호기심과 열정이 있는 사람은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이미 여행지를 여러 방식으로 접해보기 마련, 하지만 이 때 얻은 정보를 온전히 의지하진 않는다. 막상 도착했을 때 맨 몸으로 맞닥뜨릴 여행지의 모습은 아무리 정확하다 하더라도 추측하고 짐작해 본 바와는 다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예를 들어, 첫 발부터 불친절한 택시기사를 만나기만 해도 해당 여행지에 관한 기분 좋은 호기심은 당장 반토막이 나고 말 가능성이 높다.

여행을 향한 진정한 호기심과 열정은, 사전에 얻은 정보들을 바탕으로 여행의 장면, 장면들을 있는 그대로, 깊이 있게 만끽하게 한다. 이는 설사 안 좋은 일을 당했더라도 그것 자체가 여행 전체의 의미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고 도리어 여행이란 특수한 상황에서만 벌어질 수 있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 전환시킨단 의미다. 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의 특수한 풍경 앞에서 당황해 한다거나 의아해하지 않고 온전히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류준열이 숙소를 찾는 여정이 다소 힘겨웠음에도, 거리의 악사에게 의도치 않게 돈을 지불해야 했음에도 불쾌해 한다기보다, 곧바로 쿠바가 안기는 낯선 풍경을 발견하고 그것이 주는 아름다움에 온전히 시선을 빼앗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 쿠바의 새해맞이 풍습인 인형을 태우는 장면을 누구보다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던 힘의 원천이다. ‘트래블러’에서 류준열은 배우이기에 앞서, 스타이기에 앞서, 여행을 진짜 즐길 줄 아는 트래블러인 것이다.

그래서 ‘트래블러’를 보다 보면 여행을 소재로 스타들을 출연시키는 예능프로그램이 아니라, 여행을 진지하게 맞닥뜨리고 있는 여행자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이 든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쿠바의 맛을 온전히 누리는 동시에 여행지로서의 호기심과 설렘, 여행이 지녀야 할 진정한 의미까지 되짚어보게 되었으니, 여행과 여행에 관한 콘텐츠가 도처에 널려 있는 요즘, ‘트래블러’의 효용성이란 바로 여기에 존재한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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