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송 "'미스트롯', 이해할 수 없다" [인터뷰]
2019. 04.16(화) 18:00
정의송 인터뷰, 미스트롯
정의송 인터뷰, 미스트롯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작곡가이자 가수인 정의송이 ‘내일은 미스트롯’에 불편을 드러냈다.

지난 2월 28일부터 방송된 TV조선의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트롯’(이하 미스트롯)은 방송 7회 만에 종편 예능 최고 시청률(4월 11일 방송된 7회 11.9%, 닐슨코리아 유료방송가구 전국 기준) 기록을 쓰는 등 큰 관심을 받고 있다.

16일 TV화제성 조사업체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비드라마 부문 화제성 1위에도 오르는 등 말 그대로 장안의 화제다.

‘K팝 한류’가 성행하며 아이돌 시장이 가요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비교적 덜 주목받고 있는 성인가요, 그 중에서도 트로트에 초점을 맞춰 오디션을 꾸렸다는 점이 신선하다는 평이다.

아이돌 연습생 위주의 오디션에 피로감을 느끼던 시청자들은 다양한 이력을 가진 참가자들이 ‘트로트 스타’가 되기 위해 미션을 수행해 가는 이야기에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제 2의 트로트 전성기’라는 기획 의도와는 달리, 흥행만을 쫓아가는 프로그램이 되고 있다며 불편한 시각을 제기하고 있다. 프로그램이 ‘지향점’을 잃었으며, 단순 이벤트로 전락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정의송이 총대를 멨다. 지난 1992년 작곡가로 데뷔한 그는 1994년 김혜연이 부른 ‘서울 대전 대구 부산’이 인기를 끌며 이름을 알렸다. 소명의 ‘빠이빠이야’, 송대관의 ‘사랑해서 미안해’ 등을 비롯해 수백곡의 트로트를 썼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된 곡만 500곡이 넘는다.

지난 1999년부터는 본인의 앨범을 발표하고 작곡과 가수 활동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가수로는 ‘그랬었구나’가 대표곡이다.

정의송은 최근 티브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것이 과연 트로트를 위한 트로트 프로그램인가 싶다. 도대체 이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트로트는 한의 감성과 서정이 담긴 장르다. 이런 것들은 찾아볼 수 없고 퍼포먼스로 가득한 이벤트만 있을 뿐”이라며 “시청률 올리기에 급급한 트로트를 가장한 이벤트일 뿐이다. 모두에게 선정적인 옷을 입혀서 선정적인 동작으로 춤을 추게 하고, 댄스 리듬에 군무를 추게 하는 프로그램이 어떻게 트로트가 될 수 있나”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또 “시대가 변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트로트가 가지고 있는 근원적인 것들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이난영에서 이미자로, 주현미로 이어지는 새 목소리를 찾아내는 것이 이 프로그램에서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트로트가 댄스화 돼 가며, 정통 트로트들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에도 쓴 소리를 했다. 그는 “정통을 고집해서는 밥 먹고 살기가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트로트 가수들의 주된 생각”이라며 “가수들의 밥 먹고 사는 일이 행사에 집중된 이유로 가사가 변했고, 리듬이 변했고, 창법이 변했음을 인정하지만 누군가는 정통을 지켜가야만 한다. 그런 가수를 발굴해 내는 것이 ‘미스트롯’의 의무”라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의 자격도 지적했다. ‘미스트롯’은 예선 심사부터 무려 12명의 심사위원을 내세워 관심을 받았다. 가수 장윤정과 홍진영의 ‘사랑의 배터리’를 쓴 작곡가 조영수, 최근 트로트 음원을 낸 그룹 코요태의 신지를 비롯해 42년차 가수 노사연과 그의 남편이자 최근 제작자로 변신한 이무송, 방송인 박명수와 붐, 코요태의 김종민, 장영란, 인피니트의 남우현, 오디션 출신 가수 소희, 멕시코 출신으로 자칭 K팝 전문가 크리스티안 등이 심사위원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정의송은 “자격이 안 되는 심사위원들이 심사평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프로그램의 제작진은 트로트라는 장르를 그저 예능의 한 부분으로 국한시키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영수가 왜 거기 앉아 있나. 홍진영의 ‘사랑의 배터리’를 썼지만 발라드 작곡가에 가깝다. 트로트만 써온 트로트 작곡가도 많은데 그가 트로트 발전에 무슨 이바지를 했나”라고 되물었다.

또 “심사를 위해 앉은 가수들도 말도 안 된다. 댄스 가수였던 신지가 떡하니 심사석에 앉아서 저보다 노래를 잘 부르는 경연자들의 노래를 평가한다. 장윤정은 경연자들의 노래와 창법을 지적하는데 가수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감성, 창법을 가지고 있다. 마치 자기 창법만 정답인 것처럼 단정을 지어서 심사를 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했다.

정의송은 “나훈아가 다르고, 남진이 다르고, 조용필이 다르고, 심수봉, 주현미가 각기 다른 소리와 감성으로 노래하는데 장윤정의 창법을 경연자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박현빈은 심사석에 앉아 심사평 한마디 못내고 웃고 떠들고 박수만 친다”고도 말했다.

개그맨들이 심사석에 앉은 것에도 불편을 드러내며 “트로트를 너무 단편적으로 보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라고 했다.

더불어 정의송은 “감히 말하지만, 나는 한국 트로트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 그 자격으로 이런 말을 하는 거다. 이 프로그램이 진정 트로트를 위한 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다. 진정으로 성인 가수, 실력 있는 트로트 가수를 발굴해서 그들에게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그는 “군부대에서 선정적 의상을 입고 춤을 추는 게 트로트가 아니다. 트로트는 트로트 다울 때 가장 빛이 난다고 생각한다.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내 뒤처진 생각일지 모르지만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신정헌 기자]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김지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는 tvdaily 홈페이지(http://tvdaily.mk.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info@tv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