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마블’스러운 히어로 무비,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무비노트]
2019. 07.16(화) 09:34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허구인 드라마나 영화 속 세계는, 우리가 몰입할 때만큼은 현실이고 실제가 된다. 주인공의 슬픔과 기쁨, 분노 등의 감정을 함께 느끼고 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좀 더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이야기, 특히 영상매체로 만들어지는 이야기란 허구인 걸 알면서도 대놓고 속아주는 서로간의 협력관계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대대적인 사기 행위다. 이를 재기넘치게 소재로 끌어들인 작품이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다.

알다시피 마블의 히어로 시리즈를 비롯하여 오늘날 비현실적 소재를 가지고 있는 작품의 대부분이 허구의 세계를 현실로 둔갑시키기 위한 CG 작업을 거친다. 파란색의 세트장에서 몸에 무언가를 붙인 채 촬영에 임하는 배우들의 모습을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장면이 CG를 통해 어떻게 상상 속의 한 공간이 되고 인물이 되는지, 우린 이제 잘 알고 있다. 즉, 우리는 완벽히 속을 준비가 된 상태로, 아니 오히려 제대로 속여 주기를 바라며 스크린 앞에 앉는 거라 할 수 있다.

이에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한 술 더 떠 응한다. 아예 이야기 속에, 마블이 CG를 입혀 영화의 배경이나 인물들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증강현실을 이용하여 가상의 빌런을 만들어내 사람들을 위협하는 새로운 유형의 악한 존재를 등장시킨 것이다. 한 마디로 마블이 스스로를 빌런으로 소환하여 작품 속 대중은 물론이고 작품 밖의 현실 속 대중을 향해서도 한 편의 고도의 사기극을 펼쳐낸다 하겠다.

“사람들은 믿을 게 필요해.”
마블은 왜 하필, 1세대 히어로의 주역인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떠난 직후인 지금 새로 등장한 빌런의 대사만큼이나 의미심장한 내용을 담은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내놓았을까. 현재의 마블을 일구어낸 건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관객들이나 이야기 속에 남은 인물들 만큼이나 그들의 존재가 그립고 아쉬운 건 마블도 마찬가지일 터.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이쯤에서 던지는 마블의 질문이다. 그들이 없다고 마블의 영향력이 사라지나.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믿을 게 필요하다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내어 그들을 탄생시킨 건 마블 본인이며, 앞선 히어로들의 힘을 이어받은 또 다른 히어로들을 탄생시켜 스스로의 존재를 빛내도록 만들면 된다는 것.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부재가 가져온 불안감에 대한 마블의 자신감 넘치는 응답이라 해도 되겠다.

첫주자로서 스파이더맨은 안성맞춤이다. 원작에서부터 이어진 탄탄한 팬층에다 마블 내에선 아이언맨에 의해 발굴되고 선택된 직계 히어로이며 이미 작품들을 통해 잠재력까지 입증받은 상태다. 부재의 부담감을 받아낼 자격이 충분하다. 그리고 극 중에서도 실제로도 아직 어리니 앞으로의 가능성 또한 무궁무진하여 마블이 자신의 존재가치를 투영하기에 이만큼 적절한 히어로 캐릭터가 또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이언맨이나 캡틴 아메리카를 향한 그리움의 감정을 굳이 감추지 않는다. 반대로 부각시키지도 않는다. 그저 스파이더맨의 시선을 따라, 사고의 흐름을 따라 자연스레 느끼도록 나둠으로써 그들이 사라진 게 아니라 또 다른 형태로 다음 세대 히어로들의 모습에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방식을 취한다. 이 또한 어찌나 ‘마블’답던지. 이렇게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가장 ‘마블’에 가까운, 가장 ‘마블’스러운 히어로 무비로 완성되며, 우리는 마블이 부리는 속임수에 속아 넘어가는 재미를 다시 한번 누리기 위해 여전히 영화관으로 향하는 중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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