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꽃' 조정석, 인생작을 만나다 [인터뷰]
2019. 07.28(일) 10:00
녹두꽃 조정석
녹두꽃 조정석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작업을 통해 탄생한 좋은 작품. '녹두꽃'은 배우 조정석의 인생에 잊히지 않을 짙은 잔향을 남겼다. 배우로서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나 '녹두꽃'은 특별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녹두꽃'(극본 정현민·연출 신경수)은 1894년 동학농민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농민군과 토벌대로 갈라져 싸워야 했던 이복형제의 파란만장한 휴먼스토리를 그린 드라마다. 조정석은 극 중 동학농민군 별동대장 백이강 역을 맡아 연기했다.

조정석이 '녹두꽃'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녹두꽃'에 매료가 됐고, 백이강이라는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에 선택했을 뿐이란다. 동학농민운동에 대해 심도 있게 공부한 적은 없었던 탓에 더 '녹두꽃'에 이끌렸다고. 또한 조정석은 "매력 있게 와 닿았던 이유 중에 하나가 동학농민운동을 다루고 있는 드라마인데 전봉준 장군이 주인공이 아닌 민초의 삶을 살았던 백이강과 백이현(윤시윤) 형제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건 지금도 변함없다"고 설명했다.

'녹두꽃'은 첫 방송 전 무거운 역사를 다루기 때문에 드라마로서의 재미는 덜할 수 있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그러나 조정석의 생각은 달랐다. 조정석은 "역사 공부를 하는 이유가 역사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그 인식을 통해서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교훈을 느끼는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동학농민운동이라는 역사를 보여주면서 교훈을 주고, 백이강과 백이현(윤시윤)을 통해 형제애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드라마적으로도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 가지 난관이 있었다. 바로 전라도 사투리다. 전라도 출신이 아닌 조정석에게 대사 전체를 사투리로 소화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에 조정석은 전라도 출신 배우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자연스레 사투리를 체득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는 "(대화를 통해) 전라도 사투리에 묻어나는 특유의 뉘앙스를 알았다. 그렇게 억양이 심하지 않더라. 특별히 억양을 세게 안 하는 것 같더라"고 했다.

사투리는 극이 진행될수록 조정석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백이강에게 감정이입을 할수록 사투리가 자연스레 입에 붙었다는 조정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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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박혁권)의 얼자로 태어난 백이강은 밥값을 하기 위해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거시리'로 불리며 백성의 미움을 받았다. 그러던 중 갑오년, 갈림길 앞에 선 백이강은 과거 자신의 죗값을 치르고 새 세상을 열기 위해 동학 농민군 별동대장의 길을 걷는다.

조정석은 그런 백이강의 변화를 무엇보다 잘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또한 백이강을 연기하며 느낀 몰아치는 감정들을 그대로 전달하려 했다고. 조정석은 "저도 모르게 왜놈들에 대해서 울분을 터뜨리게 되더라"면서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의병 활동이 일어난 거고, 그러기도 전에 사람이 먼저라는 정신을 자연스럽게 가지게 되더라"고 했다.

시대의 숙명 앞에서 몸을 던져 살다가 농민군을 만나고, 혁명에 가담하면서 변주하는 백이강의 드라마틱한 삶을 자신만의 페이소스로 연기한 조정석이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낸 건 당연지사였다. 정의를 위해 목숨을 던져 싸우는 황토현 전투, 우금티(우금치) 전투를 비롯해 숭고한 희생들이 이어진 이야기가 펼쳐지며 역사적인 의미를 전달했다.

그런 의미에서 조정석에게 '녹두꽃' 엔딩은 유달리 깊은 여운으로 남았다. 조정석은 백이강이 전봉준 장군을 마지막으로 떠나보낼 때 건넨 대사를 읊었다. "장군 귀에 안 들려도 눈에 안 보여도 결코 낙담하지 마쇼. 믿어 주쇼. 장군이 없어도 수많은 녹두꽃들이 싸우고 있다는 걸 말이어라." 동학농민혁명은 실패로 끝났지만, 그 정신은 항일운동으로 이어졌다. 백이강도 의병으로 일제에 맞서며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이어나갔다.

역사적 의미도 있었지만, 조정석이 '녹두꽃'을 소중히 여기는 이유는 함께한 사람들이 좋았기 때문이다. 조정석은 "촬영 현장은 매우 근사했다. 신경수 감독님이 정말 '짱'이었다. '짱'이라는 말이 그럴듯하게 보기 좋다는 뜻 아니냐. 엄청난 연출력을 가진 분이시다. 감독님은 이 장면을 찍으면서도 다음 장면에 대한 계산을 하시는 것 같더라. 대단하신 분이다"라고 신경수 감독에 대한 극찬을 늘어놓았다.

또한 조정석은 "배우들과 제작진 모두 배려심이 많았다. 예를 들어 전투 장면을 촬영하면 다들 힘들 법도 한데 서로를 배려했다. 좋은 사람들한테 좋은 영향을 받으면서 즐겁게 연기할 수 있다는 건 배우에게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배우로서 이런 작품을 만났다는 건 행운이다"라고 했다.

"종영소감이요? 아주 시원합니다. 현장도 너무 행복했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며 좋은 영향도 받았으니까요. 드라마의 엔딩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좋아요. 시청률을 떠나서 작품 자체로는 만족스럽습니다."

'녹두꽃'이 종영한 시점, 비극적인 역사를 다룬 작품이기에 시청하기 두렵다는 반응에 대해 조정석은 이렇게 답했다. "너무 슬퍼서 안 본다고 하면, 좀 안타까울 것 같아요. 아픈 경험들이 자양분이 돼 새로운 미래를 열어주게끔 하지 않나요? 아픈 역사라도 우리가 알고 있어야 반면교사 삼아 미래를 더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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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식성이라 여러 가지 다 해보고 싶다"는 조정석은 개봉을 앞둔 영화 '엑시트'와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까지, 쉴틈 없는 작품 활동으로 대중과 만날 예정이다. "제 목표는 드라마, 연극, 영화 등 어느 곳에서든 열심히 변주하고 싶다"는 조정석이 어떤 작품으로 대중 앞에 설지 기대되는 이유다.

"연기가 너무 재밌어요. 깊이 있게 파고들어서 어느 지점까지 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다채롭고, 상상하면 할수록 더 많은 것들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 연기인 것 같아요.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잼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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