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과 ‘골목식당’, 이 아이러니한 조합에 관하여 [이슈&톡]
2019. 08.09(금) 10:23
백종원 골목식당
백종원 골목식당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사실 ‘백종원의 골목식당’처럼 아이러니한 조합의 프로그램이 또 없다. 우리가 으레 골목상권이 죽은 원인으로 꼽곤 하는 것은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자신의 살 길만을 펼쳐 온 대기업들의 횡포다. 거대한 자본으로 다양한 업종에서 수많은 프랜차이즈를 양산하며 멀쩡히 잘 있던 가게들과 식당들을 잡아먹어왔으니까. 이러한 종류의 비난에서 더본코리아의 대표인 백종원도 완전히 피해갈 수 없기란 매한가지일 터.

웬만한 유동인구 수를 보유한 곳이라면 우리는 그에게서 말미암은, 그러니까 더본코리아에 속한 식당 하나쯤은 아주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이만큼의 역량을 발휘하는 그의 이름이, 개인으로선 가히 쉽지 않은, 어느 대기업 못지 않은 영향력을 뿜어내는 그의 이름이 골목상권을 살리자는 취지를 가진 예능 프로그램의 타이틀에 떡하니 올라 있으니, 이 얼마나 역설적인가.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보이는 방식은 이러하다. 요식업계의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데다가 대중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백종원의 노하우를 기본 재료로 하여 위기에 빠진 골목시장과 골목상권의 부활을 꾀하는 것. 즉, 주체는 백종원으로 프로그램에 신청한 식당들은 우선 그의 솔루션을 신뢰하고 따를 준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일각에선 백종원 개인의 기준과 시각이 마치 보편적인 것처럼 다루어진다며 불만을 표하지만 이는 프로그램의 정체성 자체를 오인한 것으로 그냥 ‘골목식당’이 아니라 ‘백종원의 골목식당’임을 간과한 결과다. 정작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고 질문해야 할 바는 따로 있다. 골목식당의 주적일 수도 있는, 대기업이라면 대기업이라 할 수 있는 더본코리아의 대표, 백종원이 자신의 이름을 건 만큼 프로그램의 취지를 향해 어느 정도의 진정성을 보이고 있냐는 것이다.

놀랍게도 백종원은, 다수의 일반인들과 함께 하는 방송의 특성 상 말도 많고 탈도 많을 수밖에 없는, 심지어 특수한 목적까지 존재하는 이 어려운 프로그램으로 대중에게 상당히 높은 신뢰도를 획득하고 있는 중이다. 논란이 없진 않았지만, 아니 적진 않았지만 그가 그간 프로그램을 통해 보인 진정성, 누군가에게 솔루션을 줄 만한 단순히 잘 나가는 사람으로서가 아닌 요식업계 종사자로서의 소명의식과 책임감이 대중에게 인정받은 결과다.

하나의 예로 이번에 방영된 여름특집에서 백종원이 대전의 청년몰을 다시 방문한 장면을 들 수 있다. 솔루션을 받을 당시보다 새로운 식당들이 많이 들어선 청년몰은 생각지 못한 문제로 백종원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는데, 식당들이 하나같이 서로를 고려하지 않는 메뉴들을 선정해놓았을 뿐더러 설상가상으로 새로운 식당들이 내세운 가격대는 기존의 것보다 높았다.

이에 백종원은 당장 본인 수익은 날지 몰라도 청년몰 전체는 망하는 길이라고, 공동체는 혼자만 살아남는 일 없다며 일갈을 가한다. 한마디로 한 쪽이 이겨야 하는 경쟁관계가 아니라 한 쪽이 살아야 다른 한 쪽도 더불어 살아나고 살아갈 수 있는 공존관계에 놓인 청년몰에, 상생이 최선의 수인 청년몰에, 경쟁심이 웬 말이냐는 것. 누구도 미처 짚어내지 못한 사고의 지점으로 아마도 진심을 다해 청년몰이 잘 되는 길을 연구한 그였기에 가능했으리라.

누군가는 백종원의 진정성에 여전히 의심을 가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조차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백종원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란 역설적 행보를 보일 수 있는 것 자체가 깊은 소명의식에서 발현된 책임감이 아니고선 설명하기 힘들며, 열정적인 노력 끝에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가 결국 다다른 결론이 ‘상생’이라고 하니 많은 이들에게 좋은 반향을 일으킬 수 있었다는 거다. ’백종원’이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지속하는, 지속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아닐까.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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