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미 "1년, 팔다리 잘라버린 자숙의 시간" [인터뷰]
2019. 08.29(목) 16:30
배우 박해미 인터뷰
배우 박해미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불의의 사고 후 1년, 자숙의 시간을 가지던 배우 박해미가 활동을 재개했다. 창작 뮤지컬 '쏘왓(SO WHAT)' 제작에 나선 그가 그간의 심경을 털어놨다.

29일 박해미와의 인터뷰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모처에서 진행됐다. 이날 박해미는 '쏘왓'(연출 오광록) 프레스콜이 끝난 이후 취재진과 만남을 가지고 못다 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박해미는 지난해 8월 전 남편 황 모 씨의 음주운전 교통사고 이후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당시 황 모 씨의 차량에 타고 있던 박해미의 제자 배우들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 이후, 전 남편은 징역을 선고받았으며 박해미는 작품 출연, 대학 강의 등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칩거했다. 지난 1년을 "스스로 팔, 다리를 잘라버린 자숙의 시간"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모든 게 다 싫었어요. 밖으로 나가 사람을 만나기도 싫고, 하다 못해 염색을 하는 것도 싫어서 백발이 그냥 자라도록 내버려 뒀어요. 흰머리를 질끈 묶고 극장을 뛰어다녔죠. 멋을 내려고 한 탈색이 아니라 이제 지금 제 머리카락이에요. 늪에 빠지지 말자, 밝게 웃자는 생각으로 항상 웃었지만 속은 그렇지 않았던 거죠."

박해미는 "죄인 아닌 죄인처럼 있었다. 나름의 자숙 기간을 가지면서 많은 생각을 거듭했고, 결국 내가 할 일은 창작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며 창작 뮤지컬 제작에 나선 계기를 밝혔다. 박해미가 창작 뮤지컬에 도전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창작 뮤지컬인 '키스 앤 메이크업'을 무대에 올린 지 한 달 만에 사고가 났고, 오픈런을 계획하며 무대에 올랐던 작품은 그대로 막을 내려야 했다. 그는 "빚만 남았다. 사고 이후로는 수입이 하나도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돈이 없다는 것이 가장 힘겨웠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그러던 중 '쏘왓'이 운명적으로 그에게 찾아왔다. 과거 대학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제자의 작품으로 올라왔던 '스프링 어웨이크닝(Spring Awakening)'이 떠올랐고, 기성세대의 왜곡된 성 의식을 개선하고 지적하기 위해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원작인 '사춘기'를 한국식으로 풀어낼 결심을 했다. 제작비가 부족했지만 주위의 도움을 받아 차근차근 준비를 시작해 연출과 음악 감독을 섭외하고 제작에만 몰두했다. 늪에 빠지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마음가짐, 무에서 유를 창조하겠다는 각오가 그를 여기까지 오게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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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에는 그의 둘째 아들인 황성재가 함께 출연한다.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해 예술고등학교를 거쳐 명지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차례로 진학한 황성재는 지난해 사고 이후 휴학을 한 상황이다. 박해미는 "지난 1년 간 아들과 함께 살며 속마음을 모두 터놓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가장 치열하게 싸운 1년이었지만, 아들이 내 DNA를 많이 받은 것 같다. 불행을 떨쳐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더라. 우울에 매몰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모습에 감사했고, 아들이 마음껏 자신의 길을 선택하도록 지지해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황성재는 정식으로 수 차례의 오디션을 거쳐 주인공 멜키어 역을 맡았다. 이날 하이라이트 시연에서는 데뷔 작품임에도 안정적인 발성과 연기로 이목을 끌었다. 박해미는 "아까 무대를 보고는 처음으로 눈물이 울컥 차오르더라. 1년을 울지 않고 버틴 건데. 아들도 아마 처음 봤을 거다"라고 아들의 연기를 본 소감을 전했다.

"예술감독으로서도, 엄마로서도 아들은 가능성 있는 친구라고 생각을 해요. 열심히 하면 잘 될 거라는 생각이 들죠. 정말 못 했다면 처음부터 무대에 세우지도 않았을 거예요. 못 하면 집안 망신이니까. 극단 단원들 중 막내로 모든 잡일을 도맡아 하고, 연기 뿐만 아니라 세트에 망치질 하는 법부터 무대에 관한 모든 것을 배워나가는 모습에서 성장의 가능성을 봐요. 기특할 따름이죠."

무대 인생의 새로운 동반자가 된 아들과 함께, 박해미도 재도약을 시작한다. KBS2 주말드라마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 출연을 앞두고 최근 촬영을 시작했다. 또한 12월 개막할 뮤지컬 '위 윌 락유'에도 캐스팅돼 연습을 앞두고 있다.

박해미는 "태생적으로 뮤지컬을 사랑한다. 성악을 전공했고, 음악을 좋아하고, 무대를 사랑한다. 이걸 놓칠 수는 없겠더라. 암전과 함께 심장이 박동하는 느낌은 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다. 무대를 종교라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앞으로도 계속해 무대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각오를 전했다. 또한 막을 올린 '쏘왓'이 오픈런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기에 예술감독으로서의 역할도 계속될 전망이다. 박해미는 "'쏘왓'이 아시아권을 넘나드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 그러려면 내가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 계속 창작 활동을 하는 것이 가장 큰 계획"이라며 앞으로의 행보를 밝혔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송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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