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젤예' 유선, 인생작을 만나다 [인터뷰]
2019. 09.30(월) 07:10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유선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유선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은 배우 유선에게 남다른 의미의 작품이다. 소중한 인연들을 다시 만날 수 있게 해 줬고, 나아가 잊고 있던 부모님과 자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무엇보다 '인생 연기'라는, 배우라면 누구나 꿈꾸는 수식어를 얻게 해 준 고마운 작품이었다.

최근 종영한 KBS2 주말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극본 조정선·연출 김종창)은 전쟁 같은 하루 속에 애증의 관계가 돼버린 네 모녀의 이야기를 통해 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내고 있는 모든 엄마와 딸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드라마다. 유선은 극 중 박선자(김해숙) 여사의 큰 딸이자, 직장 일과 육아로 고된 삶을 사는 워킹맘 강미선 역을 맡아 연기했다.

유선이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김해숙과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로 인연을 맺었던 조정선 작가의 영향이 컸다. 유선은 "처음 출연 제안받았을 때 시놉시스도 없었을 때다. 김해숙 선생님이 이미 엄마 역할로 캐스팅돼 있었다"면서 "조정선 작가님이 전화 주셔서 '많이 울게 될 거다. 눈물과 코믹함을 오가야 하는 캐릭터가 될 거다'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래서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했다"고 했다. 조정선 작가와 김해숙 대한 믿음 때문에 내용과 상관없이 출연을 결정했다는 유선이다.

극의 내용조차 모르고 출연을 결심했지만, 유선은 높은 캐릭터 소화력을 보였다.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쉴 틈 없이 24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워킹맘의 고충과 엄마와 자매들에게 큰 힘이 되는 큰 딸의 역할 등 유선이 연기한 강미선은 시청자들의 깊은 공감을 자아냈다.

이는 강미선이 유선과 닮은 구석이 많았기 때문이다. 유선은 "신기하게도 저도 워킹맘이라서 친정엄마를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다. 그리고 실제로 제 아이가 딸이기도 하고, 여러 환경이 비슷하다 보니까 감정적인 몰입이 쉽게 됐다"고 했다.

이어 유선은 "실제로 저도 엄마한테 아이를 맡기는데, 엄마가 하는 잔소리들을 감사한 마음으로 감내해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엄마하고 미선이가 서럽게 싸우는 장면 등 현실적으로 와 닿는 장면이 많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선은 "아이를 부모님한테 맡겼다가 시부모님한테 맡겼다가 육아 도우미를 썼다가 나중에는 내가 아이 옆을 지켜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직업을 관두는 순간들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마치 내 이야기 같은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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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후반부 박선자는 폐암 말기를 선고받고, 세 딸은 갑작스럽게 다가온 엄마와의 이별에 슬퍼하며 나름의 방식으로 이별을 준비한다. 이는 유선이 이번 작품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기도 했다. 유선은 "미선이가 엄마의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결말까지 3주에 걸쳐서 방송이 됐는데, 그 3 동안 너무 가슴이 아팠다. 이별의 아픔과 고통을 계속 겪어 냈던 것 같다"고 극 중 상황에 깊이 몰입했다고 밝혔다.

특히 유선은 박선자가 강미선에게 치료를 그만하고 싶다고 말한 장면이 유독 가슴에 남는다고 했다. 해당 장면에서는 가족과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 박선자가 강미선에게 "미선아 그만하자. 나 집에 갈래"라고 말한다. 이에 유선은 "박선자의 말을 들은 미선이의 감정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면서 "박선자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하는 미선이의 감정을 마음으로 느낀 순간 오열하게 되더라"고 설명했다.

마지막 회에서 약 30분이 넘는 시간에 걸쳐 묘사된 박선자의 장례는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갈렸다. 일부는 박선자의 죽음과 그 뒤 남겨진 세 자매의 슬픔은 긴 호흡으로 세밀하게 그려내 좋았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고, 혹자는 너무 불필요하게 긴 것이 아니냐고 혹평하기도 했다. 이에 유선은 "장례식장 장면을 찍기 전에 저희들도 걱정을 많이 했다. 혹여 보시는 분들에게 캐릭터가 지쳐 보이면 안 되니까, 감정 컨트롤을 잘해서 찍어야겠다는 생각에 서로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했다.

유선은 "하루밖에 촬영하지 않았지만, 실제로 그 상황을 겪어낸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이입해서 연기했다"면서 "어느 순간 진이 다 빠져서 넋을 놓게 되는 순간도 왔다. 기력이 다 쇄 한 느낌이 들어 눈물이 날까 싶었는데 또 눈물이 나더라"고 했다. 마치 함께 장례를 치르는 느낌으로 연기했다는 유선은 "저희들이 느꼈던 것처럼 시청자분들도 동참해서 박선자를 보내주는 느낌을 받았다. 댓글로 여윤이 가시지 않을 정도로 너무 마음 아팠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 했다.

호불호는 나뉠지언정 유선에게 '세상에서 가장 예쁜 내 딸'의 결말은 나름 의미가 깊었다. 유선은 "죽음이 다른 작품에서 많이 다뤄진 소재이기는 하지만, 그 과정을 어떻게 보여주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우리 작품은 죽음을 깊이 있게 다뤘고, 그래서 더 아프게 다가왔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선은 "의미 있는 마무리다. 죽음을 면밀히 세세히 다룬 적은 없지 않나. 깊은 여운을 남겨준 마무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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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이 주는 여운 탓일까. 유선은 작품이 끝난 뒤에도 쉬이 감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모습이었다. 좋은 인연과 기억을 남겨준 작품이기도 했고, 시청자들의 많은 공감과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유선은 "미선이는 제가 연기한 인물들 중에 가장 현실적인 상황에 놓인 인물이다 보니까 시청자들의 공감을 보다 가깝게 느끼고 체험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그는 "저 스스로도 인물이랑 제일 가까웠고, 삶도 비슷했다. 또 다른 의미의 캐릭터로 제게 오래 남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강미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묻자 유선은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미선이만 힘든 건 아니다. 전업주부로서의 삶을 사는 분들은 그 나름의 힘겨움이 있고 워킹맘은 워킹맘대로 힘들다. 일이 하고 싶지 않아서 전업주부가 된 사람은 없고, 아이보다 일이 더 소중해서 워킹맘이 된 사람은 없다"고 했다. 이어 유선은 "그 누구도 온전히 자기가 원해서 선택한 사람은 없다. 워킹맘은 워킹맘대로 전업주부는 전업주부대로 그런 상황을 선택할 수 박에 없었던 아픔이 있다"면서 "모두들 용기를 잃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블레스 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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