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필 무렵'이 공효진에게 남긴 것 [인터뷰]
2019. 11.27(수) 10:20
동백꽃 필 무렵 공효진
동백꽃 필 무렵 공효진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을 때 운명과 같이 '동백꽃 필 무렵'을 만났다. '로코퀸' '공블리'라는 수식어가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옹산에서 까멜리아를 운영하는 동백이는 우리가 알고 있던 공효진과 달랐다. 배우뿐만 아니라 사람으로서, '동백꽃 필 무렵'이 공효진에겐 남긴 것은 값으로는 매길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가치가 있었다.

어쩌면 '동백꽃 필 무렵'(극본 임상춘·연출 차영훈)을 만난 것도, 공효진에게는 지금의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꼭 받아들여야 했던 운명일 수도 있겠다 싶다. '동백꽃 필 무렵'은 편견에 갇힌 맹수 동백을, "사랑하면 다 돼!"라는 무조건적인 응원과 지지로 깨우는 황용식(강하늘)의 폭격형 로맨스와 더불어 동백과 용식을 둘러싼 이들이 "사랑 같은 소리 하네"를 외치는 생활 밀착형 치정 로맨스를 다룬 작품. 공효진은 옹산에서 까멜리아를 운영하며 아들 필구(김강훈)를 홀로 키우는 미혼모 동백 역을 맡아 연기했다.

공효진은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촬영 때문에 도저히 '동백꽃 필 무렵'을 할 수 없었지만, 제작진은 그런 공효진을 위해 편성 시기를 미뤄가면서까지 기다렸다. "게르마늄 팔찌를 찬 여자라는 동백이의 설정을 봤을 때 작가님이 저를 꼬드기려고 이렇게 썼나 싶었다"라고 할 정도로 동백이는 공효진의 평소 모습에서 많은 부분 차용해 만든 캐릭터였다.

미리 주어진 대본을 다 읽고 나서야 공효진은 "이 작품이 나에게 들어온 게 행운이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작품에 깊이 매료됐다. 현실에 대한 깊은 고찰과 공감을 자아내는 대사, 단역까지도 생생하게 살아있는 듯한 캐릭터 구성의 대본은 배우라면 누구나 탐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다만 공효진에게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다양한 드라마에 출연하며 굳어진 '로코' 이미지를 답습하지는 않을까라는 걱정 때문이었다. 제작발표회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릴 테니 지켜 봐 달라"고 말했을 정도로 변화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던 공효진이다. 그러나 대본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이런 대본이라면 다른 결의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었단다. 이에 공효진은 "초반에는 소심하고 사람 눈도 잘 못 마주치는 동백이의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다. 카메라 감독님들이 카메라에 제 눈이 안 보이니까 고개를 덜 숙이면 안 되냐고 했는데 이해해달라고 했다"면서 "이전 캐릭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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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랄하고 사랑 찾기에만 몰두한 로맨스 캐릭터와 달리 동백은 다양한 감정의 굴곡을 보여주며 공효진의 변화를 여실히 느껴지게 했던 캐릭터였다. 여자가 아닌 엄마로 행복하고 싶다고 이별을 고하면서 펑펑 울고, 자신을 버린 엄마가 다시 돌아왔을 때 복잡다단한 표정으로 모진 말을 내뱉거나, 용식과의 만남을 반대하는 덕순(고두심)이 서운해 울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한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등 동백이의 모든 모습을 완성해낸 공효진은 자신이 한 말대로 조금이라도 다른 결의 연기를 펼쳐내며 자신의 진가를 입증했다.

공효진은 "제가 공수표를 날린 것 같지는 않아서 다행이에요"라며 조금이라도 변화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속이 시원하다고 했다.

소심하지만 불의에 대해서는 할 말은 하고, 자기 사람에게는 온정을 베풀 줄 아는 동백이었지만, 편견은 동백의 진가를 흐리고 왜곡시켰다. 어쩌면 한 인물에게는 절망스러울 정도로 사람들의 편견 어린 시선을 담아내는 것에서 끝냈다면, '동백꽃 필 무렵'이 시청자들에게 '인생 드라마'라는 찬사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동백꽃 필 무렵'이 특별했던 건 동백이 용식이라는 사람을 만나 편견을 딛고 '자신'을 찾는 과정을 그려냈기 때문이다.

이러한 동백이의 성장 과정은 시청자들의 응원으로 이어졌다. 연쇄살인마 까불이를 직접 잡은 동백이의 모습은 성장 과정을 함께 지켜본 시청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이에 공효진은 "사람들로부터 '까불이한테 지지 말아라'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동백이가 이 일을 이겨내기를 사람들이 진심으로 응원한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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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분할 정도로 넘치는 사랑과 변화에 대한 갈증 해소 등 '동백꽃 필 무렵'은 공효진에게 많은 '선물'을 안긴 작품이었다. 공효진은 "배우들이 꼭 만나고 싶어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마냥 '착하다' '예쁘다' 해주고 싶은 캐릭터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주인공 캐릭터뿐만 아니라 작은 배역의 캐릭터까지 모두 반짝반짝 빛나는 작품이 흔치 않기에 더 소중했다. 공효진은 "동백이 뿐만 아니라 주변 캐릭터들도 빛났다. 동백이가 중심축처럼 서있고, 그 옆에서 다른 캐릭터들이 바람개비를 돌렸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한 공효진은 '동백꽃 필 무렵'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배우로서 세상이 너무 각박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 직업이 많은 사람들한테 사랑받는 인생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두고 보자'라고 하는 시선들도 있지 않나"라면서 "이번 작품에서 누군가 어려울 때 모두가 십시일반 힘을 모아서 구해내고, 선한 사람들이 이뤄내는 기적 같은 것들을 다뤘는데, 그걸 보면서 사람들한테 위로를 받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공효진은 "현란하고 자극적인 이야기가 아닌 '동백꽃 필 무렵' 같은 이야기에 시청자들이 마음을 뺏기고 울고 웃는 걸 보면서 이런 인간적인 따뜻함은 통하는구나라는 희망을 봤다"고 했다.

'동백꽃 필 무렵'이 공효진에게 남긴 선물은 비단 대중의 호평뿐만 아니라 사람에 대한 희망도 있었다. 그 희망이 공효진에게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줄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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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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