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필 무렵' 염혜란, '카르페 디엠'이 필요할 때 [인터뷰]
2019. 12.01(일) 11:00
동백꽃 필 무렵 염혜란
동백꽃 필 무렵 염혜란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어떤 역할이든 마침내 해내고야 만다. '믿고 보는 신스틸러'라는 수식어를 얻었지만 마냥 좋아할 수 없다는 배우 염혜란에게 필요한 건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카르페 디엠'이었다.

최근 종영한 KBS2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극본 임상춘·연출 차영훈)은 편견에 갇힌 맹수 동백(공효진)을 깨우는, 촌므파탈 황용식(강하늘)의 폭격형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염혜란은 극 중 엘리트 출신 이혼 전문 변호사이자 철부지 남편을 둔 홍자영 역을 맡아 연기했다. 홍자영은 마을 내 절대적인 권위를 가진 인물로, 안경사 남편 노규태(오정세)와 일명 '士(사)자 부부'로 불리는 인물이다.

염혜란이 처음 '동백꽃 필 무렵'에 매료된 건 대본 때문이었다. 동물에 빚대 인물들을 표현한 것부터 주옥같은 대사들이 염혜란의 마음을 흔들었다. 다만 홍자영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고. 처음 해보는 전문직 역할이었기 대문이다. 염혜란은 "법정 신이 많았으면 안 했을 것"이면서 "제가 입어보던 옷이 아니라서 두려움이 컸다. 다른 사람이 보면 어색하지 않을까 고민했다"고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염혜란의 염려는 기우였다. 왜 이제야 이런 역할을 하게 됐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끔 '동백꽃 필 무렵' 속 염혜란은 홍자영 그 자체였다. 염혜란은 정확한 발성법과 대사전달력으로 논리적인 언변을 지닌 홍자영의 직업적 특성을 명확히 했다. 염혜란의 능수능란한 대사 조절과 전달력은 남편 노규태에게 조곤조곤한 말투로 기선을 제압하는 홍자영의 성격을 시청자들에게 단번에 납득시키는 효과를 낳기도 했다.

또한 홍자영이 이혼을 결심하며 남편과 시댁에 얽매이지 않고 과감히 이혼을 선택하고, 화려한 싱글로 돌아온 홍자영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도 했다. 여기에 편견에 가로막혀 불편했던 홍자영과 동백이 연대하는 관계로 변화하는 모습은 감동을 자아내기까지 했다.

홍자영과 노규태의 멜로도 '동백꽃 필 무렵'을 이끌어 가는 축 중에 하나였다. 이혼 후에 까불이로 의심받게 된 노규태를 변호하는 홍자영의 모습은 걸크러시까지 불러일으키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에 염혜란은 "멜로 라인이 이렇게 많이 살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동백과 용식의 멜로와는 다른 결이지만 홍자영과 노규태의 멜로를 연기하며 행복했다는 염혜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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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호평에 염혜란은 "제가 이 캐릭터를 만든 건 소수점이다. 작가님이 써주신 걸 그대로만 하면 됐었다"면서 임상춘 작가에게 공을 돌렸다. 염혜란은 "디테일한 애드리브도 다 대본에 쓰여 있었다"면서 "아무리 봐도 30대밖에 안 돼 보이는 작가님이 얼마나 내공이 있으면 이런 글을 쓰나 싶을 정도로 대사들이 가볍고 감각적이면서도 깊이가 있었다"고 했다.

특히 모성애를 다룬 대사들은 누군가의 엄마이기도 한 염혜란을 참 많이도 울렸다. 염혜란은 "엄마에 대한 대사들은 너무 주옥같아서 볼 때마다 무릎을 쳤다. 울면서 안 본 장면이 없을 정도였다"고 했다.

'편견'에 대해 말한 작품은 염혜란이 '편견'을 다시 생각하게끔 했다. 염혜란은 "나에게는 평범했던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학교에서는 엄마, 아빠, 자식이 있는 그림을 가지고 가족이라고 가르치는데 그게 누군가에게는 폭력일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삶에 대한 깊은 고찰과 공감을 자아내는 대사들이 '동백꽃 필 무렵'의 성공 요인 중 하나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노력, 특히 염혜란이 홍자영을 연기하지 않았으면 지금과 같은 호평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만큼 염혜란이 '동백꽃 필 무렵'을 통해 '믿고 보는 신스틸러'라는 수식어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그럼에도 염혜란은 이 같은 호평을 마음껏 즐기지 못하고 있었다.

염혜란은 "현재의 행복을 못 즐기겠다"고 했다. 정답이 없는 연기는 늘 어렵기만 하고, 언제나 지금처럼 좋은 캐릭터만 만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다음에도 이 같은 호평을 받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서 생긴 기우였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그간 드라마 '도깨비' '디어 마이 프렌즈' '라이브' '라이프',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증인' 등 다양한 작품에서 제 몫을 오롯이 해낸 염혜란이 앞으로도 자신의 진가를 스스로 증명해낼 것이란 걸. 그러니 지금 염혜란에게 필요한 건 현재를 즐기며 다음을 위한 원동력을 얻는 것이다. 그 원동력이 염혜란을 어떤 캐릭터로 우리 앞에 서게 할지 기대된다.

"어느새 배우 한 지 20년이 됐더라고요. 하다 보니까 20년이 된 거지 그 시간들이 길게 느껴지지 않아요. 앞으로 질리지 않고 오래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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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에이스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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