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꼭두각시'…독재 CJ ENM, '프듀' 열광의 이면 [이슈&톡]
2019. 12.06(금)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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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잠 못 이루며 내 ‘픽’이 최종 멤버로 선택되길 바라던 그 수 많은 밤들은 결국 부질없는 바람에 불과했던가. 친구들에게 투표를 권장하고, 가장 좋은 지하철, 버스 옥외 광고판을 앞다투어 예약하던 한 때의 열정이 허탈하게만 느껴지는가. 짜여진 판에 모두가 속았다. 시청자는 꼭두각시였다.

전 시리즈 조작이다. K팝 시장을 좌지우지했던 Mnet '프로듀스‘ 시리즈의 전 시즌이 모두 조작됐다는 정황이 밝혀지면서 말 그대로 충격을 안기고 있다. 첫 기획, 시즌1부터 최종 멤버가 정해져 있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이 시리즈의 상징인 그룹 워너원의 멤버 중 한 명이 조작으로 최종 멤버가 됐다는 의혹이다.

생방송 투표를 통해 워너원으로 데뷔한 최종 11인은 강다니엘, 박지훈, 이대휘, 김재환, 옹성우, 박우진, 라이관린, 윤지성, 황민현, 배진영, 하성운이다. 검찰이 5일 국회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프듀’ 시리즈의 제작을 총괄한 김용범 CP는 2017년 방송된 시즌2 당시 연습생 A군의 득표수를 적게 나오도록 조작했다. 검찰은 A군이 최종 데뷔 조인 상위 11명에 포함됐지만, 제작진 조작을 통해 11위 밖으로 밀려났다고 파악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Mnet 제작진의 비리에 한정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6일 경찰에 따르면 연예기획사 4곳은 안준영 PD 등 ‘프듀’ 제작진에게 향응을 제공했다. 실명이 거론된 기획사는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울림엔터테인먼트, 에잇디크리에이티브 등이다. 이들 중 일부는 “향응을 제공한 일이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순위 조작으로 최종 멤버를 바꿨다는 의혹부터 제작진 접대까지, ‘프듀’ 사태는 한 방송사와 일부 제작진의 비리를 넘어 가요계 전반을 뒤흔드는 모양새다.

이번 논란으로 검찰에 기소된 피의자는 안준영 PD와 더불어 김용범 CP, 이 모 PD 등 총 8명이다. 일부 연출자가 아니라 관련된 제작진 대부분이 사건에 연루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가요 소속사들의 유흥업소 접대 등 향응 의혹도 일었다. 시청자들은 ‘프듀’ 기획이 국민들의 문자 투표를 볼모로 했던 만큼 크게 분노하며 진짜 책임자를 가려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비판은 칼날은 Mnet의 전신, CJ ENM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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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은 이번 사태의 시작과 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사건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진상규명위원회 역시 일부 제작진이 아닌 CJ ENM, 소속사 간부들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국민프로듀서, 시청자로 구성된 진상규명위원회는 CJ ENM 소속 성명 불상의 인물들과 이들과 공모한 것으로 추정되는 성명 불상의 소속사 관계자들을 고소했다. 경찰 역시 고위급 등의 관여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사건을 수사 중이다.

문화 선진국을 자처하던 CJ ENM은 어떻게 국민들을 상대로 이 같은 사기극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일까. 대기업이 독점한 한국의 기형적인 시장 구조에 기인한다.

영화 드라마 등 한국 대중문화 전반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 중인 CJ ENM은 가요 시장 역시 독식하고 있다. 음반 기획부터 제작, 공연까지 사업을 확장시킨 CJ ENM은 ‘프로듀스’를 제작하며 그 포부를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제 손으로 직접 스타를 만들어 음반, 음원, 공연까지 제작해 아이돌 사업에서 발생하는 모든 수익을 챙기겠다는 계산이다.

이 시리즈가 방영되던 초반 CJ ENM은 각종 가요 소속사에 ‘괜찮은 후보(연습생)을 출연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강력한 힘을 가진 문화계의 갑 CJ ENM은 소속사에 대한 지배력 또한 강력할 수 밖에 없다. 각 소속사들은 어렵게 발굴한 발군의 연습생들을 CJ ENM에 내줄 수 밖에 없었고, 최종 멤버가 되는 게 이익이라는 손익 계산을 했을 것이다. CJ ENM는 소속사들이 제공한 연습생들을 모아 시청자 투표라는 그럴싸한 포장을 하고 제 입맛대로 멤버를 골랐다. 애초 출연자 선발부터 접대, 조작까지 대기업이 원하는 대로 시장을 주무를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수익에서도 CJ ENM이 가장 승자다. 수익의 절반 이상이 이들의 몫이 됐다. 워너원이 1년 6개월 동안 활동하며 올린 수익은 약 900억원대 정도로 추산된다. 이 수익은 CJ ENM이 25%, 매니지먼트를 맡은 YMC엔터테인먼트가 25%씩 챙겨갔다. YMC는 CJ ENM의 계열사다. 워너원의 CF활동 수익까지 감안하면 CJ ENM이 워너원으로 챙겨간 수익은 5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문자 투표 액수까지 합하면 숫자는 이를 웃돌 것이다.

‘프로듀스’는 시장을 독점한 대기업이 자사의 플랫폼과 홍보력을 이용해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콘텐츠를 만들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시청자는 독점형 대기업이 문화 상품을 직접 기획 제작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의심하지 못했다. 이에 부응해 접대를 한 소속사들의 도덕적 해이에도 문제가 있지만, 이런 문제점을 가늠하지 못하고 ‘픽’에만 열광한 시청자도 너무 순진하기만 했다. 언제까지 꼭두각시 노릇을 할 것인가.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사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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