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YG’, 팬들은 ‘ATM’이 아니다 [가요공감]
2019. 12.16(월) 16:50
블랙핑크 팬 YG엔터테인먼트
블랙핑크 팬 YG엔터테인먼트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연예 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가 이번에는 블랙핑크의 팬들과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소속 아이돌 그룹의 팬들과 지속적으로 ‘잡음’을 내며 소속사의 ‘소통 능력 부재’가 또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블랙핑크의 팬들은 16일부터 온라인을 통해 ‘YG는 블링크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세요’라는 문구를 담은 해시태그 시위를 시작했다.

구체적으로는 ‘1년에 컴백 두 번 이상’ ‘약속된 솔로 프로젝트 앨범 발매’ ‘활발한 국내 활동’ ‘시상식 및 연말 무대 참석’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팬들은 이와 같은 내용을 전광판에 담아 시위 트럭도 운영 중이다. 이 트럭은 이날 서울 마포구 합정동 YG 사옥 인근을 돌아다니며 팬들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팬들이 단체 행동을 시작한 이유는 분명하다. YG의 블랙핑크를 향한 지원이 팬들이 느끼기에 부족하며, 약속 이행 등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국내외 팬들은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지난 2016년 데뷔해 3년을 넘긴 블랙핑크의 발매곡이 13곡에 불과하다는 점, 정규 앨범은 단 한 장도 발매하지 않았다는 점, 예능프로그램과 음악방송 등 국내 홍보 활동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 등을 포함한 불만 사항을 적어가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YG를 향한 팬들의 단체행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앨범 발매 약속 등 기본적인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것에 대해 수년 전부터 불만을 드러내 왔다. 위너와 아이콘, 블랙핑크와 빅뱅, 투애니원, 젝스키스, 이하이 등 소속 가수 대부분의 팬들이 같은 의견을 갖고 있었다.

굵직하게는 지난 2015년, 그룹 위너의 팬들은 YG의 일방적인 컴백 계획 연기에 반발해 보이콧을 진행했다. 양현석 전 대표 프로듀서(현 최대주주)가 SNS에 올린 컴백 기대 메시지와 달리, 일정이 계속해서 수정되자 팬들은 ‘우리는 ATM이 아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집단행동을 시작했다.

이듬해인 2016년에는 위너의 컴백이 원활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멤버 송민호가 아이콘의 일본 투어 무대에서 아이콘의 멤버 바비와 유닛 무대를 꾸민다는 이유로 두 그룹의 팬들과 동시에 마찰을 일으켰다.

2017년에는 아이콘의 팬들이 장장 18페이지에 달하는 건의문을 작성해 YG에 전달했지만, 이에 대한 피드백이 없자 ‘보이콧’을 선언한 일이 있었다. 가수 관리와 처우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여기에도 ‘아티스트와 팬은 절대 YG의 ATM이 아니다’라는 문구가 쓰였다.

최근에는 지난 9월 YG가 위너의 콘서트 선예매와 관련, 미리 공지한 내용과 다른 위치의 좌석을 추가로 오픈한 것에 반발해 사과를 요구했다. 팬들의 항의에 YG가 공연사업본부 본부장 이름으로 사과문을 올리긴 했지만, 의문 사항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에 팬들은 역시 SNS 등에 ‘YG 사과문 해명해’라는 해시태그를 전파하며 공식적인 피드백을 요구했지만, YG의 추가적인 피드백은 없었다.

물론 응원하는 아이돌 그룹의 활동 내용과 처우 개선 등을 원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YG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돌 그룹을 보유한 회사는 규모에 관계없이 팬들의 감시를 받고 있다.

그만큼 팬들의 영향력이 커졌다. 이 영향력은 최근 엠넷 ‘프로듀스’ 시리즈의 조작 사태에도 분명히 드러났다. 응원한 연습생의 투표수 조작 정황을 직접 포착, 조직적으로 움직여 담당 제작진 구속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CJ ENM의 윗선까지 수사 선상에 올리며 말 그대로 ‘대변혁’을 이뤄낸 셈이다.

한 중견급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컴백이나 공연 일정, 좌석을 비롯해 멤버와 관련한 작은 내용 하나까지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없다”라며 “크고 작은 이슈를 팬들이 먼저 포착, 회사에 피드백을 요구하는 형태로 바뀐지 오래”라고 설명했다. 팬들의 움직임은 수입과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고도 강조했다.

또 다른 기획사 관계자는 “K팝 시장이 커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며 팬들의 ‘감시자’ 역할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졌다. 이러한 팬들의 목소리는 계속 진화할 것”이라며 “팬들과의 소통을 위한 부서가 따로 생기는 등 회사 차원에서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논란이 유독 YG에서만, 심지어 조직적으로 불거져 나오는 것은 기획사의 태도와 관계가 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팬들과의 소통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듯한 태도에 수년째 ‘불통’ 기획사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변화한 시장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듯한 느낌이다.

아이돌들에게 팬은 곧 투자자와도 같은 역할을 하지만, YG는 이 투자자를 ‘갑’의 위치에서만 바라보는 듯 하다는 의견이 많다. 팬들 입장에서 컴백 약속 불이행이나, 티켓 예매 관련 이슈에 대한 피드백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요구사항이다. 좋아하는 가수를 방송이나 무대에서 더 많이 보고 싶어하는 것도 당연스러운 상황이다. 이런 기본적인 요구를 조직적으로 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YG의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는 목소리가 높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송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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