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후보’ 정직한 정치인의 치명적인 매력 [씨네뷰]
2020. 02.09(일) 13:00
정직한 후보, 라미란, 김무열, 윤경호, 나문희
정직한 후보, 라미란, 김무열, 윤경호, 나문희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영화 ‘정직한 후보’는 거짓말을 못 하는 콘셉트를 다룬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야기를 그리지만, 출연진들이 보여주는 코미디만큼은 풍자에서 오는 현실적인 웃음을 자아낸다. 더불어 정직한 정치인이 주는 치명적인 친근함이 영화를 매력적으로 만든다.

동명의 브라질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정직한 후보’(감독 장유정·제작 수필름)는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이 선거를 앞둔 어느 날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미디다. 김무열은 주상숙을 빈틈없이 보좌하는 보좌관 박희철 역을, 윤경호는 주상숙이 거짓말을 못 하게 되며 최대 위기에 봉착하는 남편 봉만식 역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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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쾌한 정치 풍자

주인공이 정치인이다 보니 이야기의 전개는 총선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주상숙은 다른 후보인 남용성(조한철), 신지선(조수향)과 투표 경쟁을 펼치고,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산악이나 배드민턴 동호회 등을 공략한다.

이 과정에서 주상순이 하는 말들은 여느 정치인의 언행과 판이하지 않다. TV, 길거리, 라디오에서 그는 “더 나은 경제를 만들겠다” “난 서민의 일꾼이다” “노후를 약속하겠다” “고민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 등 입에 발린 공약 멘트로 시민을 현혹한다. 그러나 공약은 물론 주상순의 일상조차도 거짓 그 자체다.

주상숙이 살고 있는 허름한 아파트는 그의 으리으리한 진짜 저택을 숨기기 위한 장소이고, 남편 봉만식이 활동하는 동호회도 허례허식에 불가하다. 심지어 주상숙이 사망했다고 말한 할머니 김옥희(나문희)도 손녀가 준비해 놓은 은신처에서 칩거하며 살고 있다.

이처럼 주상숙은 3선을 거치며 위선과 거짓으로 가득 찬 국회의원으로 변모했고, 어느새 자신의 이득을 챙기기 위해 뇌물을 건네는 것도 서슴지 않는 인물이 돼 버렸다. 이러한 인물이 어느 순간 거짓말을 못 하게 되는 건 큰 걸림돌로 작용할 터.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진실만을 말하는 그의 모습은 오히려 유권자들의 호감을 이끌어내게 된다.

주상숙은 거짓말을 못 하게 된 이후 각종 매스컴을 통해 19금 토크부터 정치인 비하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다. 심지어 그는 “태어났으니 대통령은 한 번 해봐야 하지 않겠냐” “대필한 소설을 사재기해서 베스트셀러로 만들었다”고 고백하기까지 한다. 이런 솔직 발언들은 더러운 비리들로 가득 찬 정치인들 속에서 색다른 모습으로 비치게 되고 인기를 끌기 시작한다. 이 밖에도 현실을 꿰뚫는 풍자적인 면모로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씁쓸한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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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미란의 능청스러움

4선을 앞두고 겸손을 잃어버린 주상숙부터 위기 속에서도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하는 주상숙까지,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라미란의 능청스러움으로 빛을 발한다.

라미란은 자신이 거짓말을 못 하는 것 자체도 인지하지 못하며 입을 가만히 못 두는 초반부부터, 거짓말을 못하는 것이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점차 여유로워지는 후반부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주상숙의 심경 변화를 세밀하게 표현하며 관객의 몰입도를 점차 높여간다.

또한 오버액션 역시 선을 넘지 않아 관객들의 영화 관람을 편하게 한다. 간혹 상황에 맞지 않게 소리를 지르거나, 과하게 놀라는 등의 이른 바 ‘오버액션’으로 보는 이들을 창피하게 하는 코미디가 있다. 다만 ‘정직한 후보’ 속 라미란은 이 선을 적당히 지켜 웃음을 주면서도 민망한 주상숙의 모습을 편히 즐길 수 있게 했다. 이 가운데 직장 상사, 시어머니에게 평소 하지 못했던, 속에 묵혀 놨던 주상숙의 사이다 발언이 적재적소에 터지니 시원한 웃음을 선사하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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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들간의 앙상블

주상숙 주변에 맴돌며 도움을 주는 박희철(김무열), 김옥희, 봉만식(윤경호)이완성하는 앙상블도 인상깊다. 특히 코미디 연기가 처음인 김무열은 처음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능청스러운 연기로 반전을 선사한다. 또한 김옥희와 봉만식 역을 맡은 나문희와 윤경호 역시 코미디 베테랑답게 여유러운 면모로 소소한 웃음을 책임진다.

이처럼 ‘정직한 후보’는 정치를 풍자하면서도 배우들 간의 현실적인 코미디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대놓고 코미디’를 지향한 ‘정직한 후보’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침체돼 있는 관객들에 신선한 웃음 환기가 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영화는 예정대로 12일 개봉한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정직한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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