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젯' 김광빈 감독의 뚝심 [인터뷰]
2020. 02.10(월) 10:00
클로젯 김광빈 감독
클로젯 김광빈 감독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쉬운 길을 선택할 법 한데 뚝심 있게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 그렇기에 후회는 없다. 첫 상업 장편 영화로 오컬트 장르를 선택한 김광빈 감독을 만났다.

김광빈 감독의 첫 상업 장편 영화 '클로젯'(제작 영화사 월광)은 이사한 새집에서 딸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 딸을 찾아 나선 아빠에게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의문의 남자가 찾아오며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사실 오컬트 장르는 국내에서는 호불호가 심한 장르 중 하나다. 그간 오컬트 장르의 영화가 국내에서 많이 제작되지 않은 이유도 이와 같다. 그런데 김광빈 감독은 감독으로서 중요한 첫 발인 셈인 첫 상업 장편 영화 장르로 오컬트를 선택했다. '안전한 길'이 아닌 굳이 힘든 길을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김광빈 감독은 "물론 저도 상업적이면서 관객들한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아이템에 대한 욕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진행이 잘 안되더라"고 했다.

벽장 안 어두운 공간과 마주하고 이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는 김광빈 감독은 "그냥 내가 재밌는 거 하자는 마음을 먹었다. 뭘 써도 잘 안 되는 거 내가 보고 싶은 거 해보자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한 번 마음을 먹으니 안 풀리던 제작 상황도 술술 풀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이야기인 가족 소재를 가져와 시나리오를 개발시켰다. 이에 대해 김광빈 감독은 "오컬트 장르를 좋아하지만 마냥 놀라게 하기만 하는 영화에는 흥미가 없더라. 가족에 대한 메시지를 이야기로 풀어내는 거에 관심이 있어서 이번에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가족 이야기였을까. 김광빈 감독은 이에 대해 "부모가 자식을 보는 시선이 어떤 게 맞는 걸까 생각했던 것 같다. 아동학대도 시선이 잘못돼서 일어나는 거다. 사실 자식은 소유물이 아니지 않나. 학대는 부모가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해서 일어난다고 하더라. 그 시선이 잘못되고 왜곡되면 무서운 일이 일어나는데 우리가 그것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했다"고 설명했다.

김광빈 감독은 상원(하정우)과 이나(허율)의 관계성에서 출발해 가족 구성원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형태의 학대에 대한 메시지를 오컬트 장르에 담아냈다. 일에만 집중해 딸 이나와의 관계에 소홀했던 상원이 이나가 사라진 뒤 벽장에 얽힌 미스터리를 추적하면서 아빠로서의 역할을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이야기 뼈대를 만들어 낸 것. 여기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학대에 대한 메시지까지 오컬트 장르를 넘어 의미까지 더한 '클로젯'은 전에 없던 한국형 오컬트 무비로 완성됐다. 또한 벽장이라는 서양적인 소재와 한국적인 이야기를 담으면서 일어나는 충돌은 '클로젯'을 한층 신선하게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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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가 장르인 만큼 오컬트 요소를 시각화하는 것에 주력했다는 김광빈 감독이다. 특히 영화의 주무대인 상원의 집은 과하게 넓고, 기괴한 인테리어로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에 그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 집 자체가 상원이 가지고 있는 이나에 대한 태도다. 상원은 자기 일에는 예민하게 굴지만, 자식에 대해서는 돈 가져다주는 걸로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넓은 집에 이나를 혼자 외롭고 쓸쓸하게 두지 않나"라면서 "장르적으로도 스산함을 주고, 상원의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도로 세팅을 했다"고 말했다.

또한 영화 첫 장명인 무당이 굿을 하다가 악령과 마주하는 장면은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클로젯'의 장르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에 김광빈 감독은 "이 영화의 장르성과 리얼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무당을 연기한 배우가 실제로 무당에게 트레이닝을 받기도 했다"고 했다. 이 외에도 영화 곳곳에 복선을 깔아 장르적인 재미를 더하기도 했다. 김광민 감독은 "까마귀가 창문에 부딪히는 장면과 상원이 숨 속에서 헤매는 장면에서 스모그를 강하게 깔았다. 두 장면을 통해 이 영화는 이런 영화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 했던 것 같다"고 했다.

퇴마사 경훈(김남길)의 주문과 구마 의식의 경우 여러 레퍼런스를 참고했다고. 김광빈 감독은 "우리나라에 있는 퇴마사 분들의 영상을 참고했다. 경훈의 주문은 실제 주문을 상황에 맞게 배치를 했다. 실제 있는 주문에서 활자 몇 개를 바꿔서 만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만 죽은 자들의 공간인 '이계'는 해외 오컬트 영화에서 차용한 듯한 클리셰가 아니냐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에 김광빈 감독은 "굳이 따라 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피하려고 하지 말고 하고 싶은 걸 하자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또한 그는 "아이들의 상처와 울음소리, 뒤틀린 마음을 인형으로 표현해보고 싶었다. 불에 그을린듯한 공간은 명진(김시아)이 겪은 상처의 연장 선상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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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주연인 배우 하정우와 김광빈 감독은 특별한 인연이다. 대학교 같은 과 선후배 사이이기도 한 하정우와 김광빈 감독은 지난 2004년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각각 배우와 동시녹음 스태프로 만나 영화라는 하나의 꿈을 함께 공유한 사이다. 그 시절 함께 영화 작업을 하자고 약속했던 두 사람은 15년이 지나서야 그 꿈을 이룰 수 있었다. 김광빈 감독은 "제가 군 입대를 하고 나서 하정우 배우가 너무 스타가 돼서 그 꿈은 저만의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윤종빈 감독에게 영화의 시나리오를 보여주러 간 자리에 우연히 하정우 배우가 합석하게 됐는데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았다"고 했다.

이어 김광빈 감독은 "어느 날 하정우 배우가 이 영화를 하게 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 순간 누가 날 놀리는 것 같았다. 그 정도로 믿기지 않았다"면서 "너무 감사하고 안 믿기기도 하고 내가 정신 안 차리면 큰일 난다고 생각했다. 하정우 배우가 그동안 해온 영화에 비해 호불호도 갈리는 영화이지 않나. 제 입장에서는 그분이 용기를 내주신 거 아닌가. 고마운 부분이다"라고 했다.

이제 '클로젯'을 자신의 손에서 떠나보내 관객에게 평가를 맡긴 김광빈 감독은 "호불호가 심한 장르이기는 하지만, 관객들에게 이런 장르도 있다는 다른 체험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첫 상업 장편 영화 데뷔를 마친 김광빈 감독. 어떤 매력이기에 영화 하나만 보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걸까. 김광빈 감독은 이에 대해 "누군가에게 제가 좋아하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여러 가지 감정들을 느끼면서 재미까지 있는 영화를 보는 걸 좋아하고, 또 제가 그걸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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