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 정우성의 멋 [인터뷰]
2020. 02.16(일) 10:00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정우성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정우성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배우 정우성은 인터뷰를 하는 내내 팔짱을 끼고 의자에 눕다시피 한 자세로 말을 이어나갔다. 다소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대화 자세지만, 그렇지 않다고 느끼는 건 그의 입에서 나오는 진정성 가득한 말 때문이다. 정우성의 멋은 겉모습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다. 연기에 대한 열정과 노력이 그의 멋이다

19일 개봉되는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은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범죄극이다. 정우성은 사라진 애인 때문에 사채 빚에 시달리며 한탕의 늪에 빠진 태영 역을 맡아 연기했다.

늘씬한 허우대와 수려한 외모, 존재감만으로 '멋진' 정우성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자신이 믿고 있는 게 진실이라고 믿지만 사실 오만이었고, 행운의 증표만 있으면 안전할 거라는 헛된 믿음을 갖는 허당 가득한 인물인 태영은 정우성의 새로운 얼굴로 탄생한 캐릭터다.

사실 시나리오에서 태영과 정우성이 연기한 태영은 조금 결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정우성이 연기한 태영은 감독과 함께 연기하는 배우들이 놀랄 정도로 조금 더 블랙코미디적인 무드가 강해졌다. 이에 정우성은 "저는 태영의 허점을 크게 봤다. 다른 사람들은 어두운 분위기의 태영을 상상했을 수도 있지만, 저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영화의 블랙코미디적인 요소를 가장 잘 채울 수 있는 캐릭터가 태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우성은 자신이 분석대로 태영을 만들어갔다. 시종일관 호구를 잡았다며 한탕을 노리는 태영은 자신에게 닥친 상황마다 허술하게 대처해 점점 위기에 몰리는 인물이다. 말도 안 되는 허세를 늘어놓는 태영의 모습은 블랙코미디를 강화시키면서 영화를 꽉 채운다.

또한 그는 "태영은 막연한 낙천주의다. 행운의 증표를 품고 있으면 자기한테는 행운이 올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다. 자기가 생각하는 인생의 진로는 증표가 주는 행운의 길로 갈 거라는 허황된 믿음이 있다"면서 "연희(전도연)에 대해서도 인정을 하지 않나. 뒤통수를 맞았음에도 '내가 뒤통수 맞을 사람이 아닌데'라면서 계속 자기의 상황과 불일치하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행운에 대한 맹신을 가지고 있으면서 어설픈 자신감과 자만들을 표현할 때 부딪히는 간극들이 다 허점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우성은 "캐릭터는 현장에서 플레이함으로써 형상화되는 거다. 저는 태영만 생각했고, 작품 안에서의 흐름을 머릿속에서 생각하고 제 스스로 가 밸런스를 조정하면 됐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정우성이 만든 태영은 영화 안에서 그가 생각한 대로 블랙코미디를 자아내며 극을 이끌어나가지만, 자칫 잘못하면 작품 전체의 균형과 조화를 무너뜨릴 수 있도 있었던 선택이었다. 이에 정우성은 잘못된 태영의 결과물이 나왔을 때 책임은 제가 지어야 하는 거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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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은 태영을 자신이 생각한 대로 밀고 나갈 수 있었던 건 김용훈 감독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김용훈 감독이 재밌어하더라. 여유가 있는 감독이라고 생각한 게, 당황하면 출구를 못 찾아서 자기 거를 고집할 수 있지 않나. 그런데 내가 왜 태영을 그렇게 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할 때 귀담아들은 뒤 인정해줬다. 그러면서 지켜봐 주고 애정 해줬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태영을 자신감 있게 밀고 나갈 수 있었던 거다"라고 말했다.

신인 감독이지만, 정우성은 김용훈 감독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정우성은 "감독이 완벽한 조율을 위해서 자기 고집을 갖고 왔다면 현장에서 발생하는 변수를 수용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로 인해 더 뒤틀린 형태의 작품이 됐을 것"이라면서 "작품의 전체적인 뉘앙스나 형태는 잡아놨지만 각 인물의 개성이 존중되고 있지 않나. 옴니버스 영화일 수도 있지만 아니지 않나. 감독이 완벽한 제품을 조립하듯이 하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에 현장에서 돌출되는 즉흥적인 상황과 표현을 전체의 것으로 수용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던 것 같다. 똑똑함을 넘어서 현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작품을 통해 정우성은 전도연과 처음 호흡을 맞췄다. 이에 정우성은 "도연 씨도 저와 작업을 처음 했기 때문에 정우성이 촬영장에서 캐릭터를 어떻게 구현하는지 몰랐을 거다. 제 이미지가 상업적으로 많이 노출되지 않았나. 그래서 저보다는 도연 씨가 정우성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들어왔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정우성은 "작업할 때 서로의 태도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현장에 대한 애정과 책임 전체의 동료의식을 가진 도연 씨를 보며 '역시 전도연이네'라고 생각했다. 그걸 확인시켜준 도연 씨에 대한 애정이 더 커졌고, 다음 작품도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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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특별한 작품이라고 했다. 그는 "정우성이라는 배우가 지난 25년 동안 갖고 있는 외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긴 시간의 노력들이 이 작품을 통해서 일어나지 않았나 싶다.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 의미 있는 작품이다"라고 했다.

이어 정우성은 "이번 작품을 상징적이라고 했던 건 정우성이 원하는 자유로운 캐릭터 구현에 대한 바람과 밖에서 규격화된 이미지의 싸움이 이번 작품에서 고스란히 펼쳐진 것 같다. 도연 씨도 태영을 처음 만났을 때 '정우성이 저래도 되나'라고 놀랐다고 하지 않나. 그런 것들을 다 깨야했던 작업이었다"고 덧붙였다.

비단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뿐만 아니라 정우성은 부단히도 자신의 외형적인 이미지를 깨기 위해 노력해 왔다. 정우성은 "김성수 감독님과 세 작품을 하면서 확실한 모습에서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다 다른 모습을 만들려고 했다. 물론 관객들은 정우성 배우가 본인들이 보고 싶어 하는 이미지에 있길 바랐던 것 같다"면서 "저는 그거와 상관없이 자유롭게 캐릭터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2020년도가 돼서야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제 정우성의 멋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해야 할 것 같다. 고정된, 그리고 익숙한 이미지에 안주하지 않고 스펙트럼을 넓혀가기 위해 노력할 줄 아는 것이 정우성의 멋이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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