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韓 영화계 흔드는 손…'사냥의 시간'이 불러온 파장 [이슈&톡]
2020. 03.26(목) 11:15
티브이데일리 포토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영화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 제작 싸이더스)이 넷플릭스와 단독 계약을 강행, 한국 영화계의 생태계가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사냥의 시간'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사실상 극장 개봉을 포기했다. 동시간대 개봉이 예고된 '콜', '결백' 등 또한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맞았지만 우선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사냥의 시간'은 넷플릭스 공개를 택했다. 문제는 이 영화를 둘러싼 관계사들과의 이해 관계다. 해외 배급사와 체결한 선 계약들이 있는 탓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무기한 연기된 한국 영화 대기작 중 넷플릭스를 택한 것은 '사냥의 시간'이 처음이다.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를 택해자 해외 세일즈를 담당한 콘텐츠판다 측은 "이중 계약"이라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며 반발했다. '사냥의 시간' 측이 측이 넷플릭스 단독 공개를 위해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사냥의 시간' 투자배급사인 리틀빅쳐스의 입장은 다르다. "충분한 사전협상을 거쳐 적법한 해지 절차를 밟았다"고 맞서고 있다.

'사냥의 시간'은 다음 달 10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동시 공개된다. 애초 넷플릭스 단독 공개를 염두하고 제작된 작품이 아니기에 잡읍이 발생할 수 밖에 없었다. 콘텐츠판다 측에 따르면 '사냥의 시간'은 한국 영화 최초로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에 초청됐고, 약 30개국에 선판매됐으며 추가로 70개국과 계약을 앞두고 있었다. 자사의 노력으로 이러한 성과를 거둔 가운데 '사냥의 시간' 측이 제작비 회수를 위해 넷플릭스 행을 택했고, 이는 이중 계약이라는 게 콘텐츠 판다의 주장이다.

콘텐츠판다 측은 "리틀빅픽쳐스는 당사와 충분한 논의 없이 3월 초 구두통보를 통해 넷플릭스 전체 판매를 위해 계약 해지를 요청해왔고, 3월 중순 공문발송으로 해외 세일즈 계약해지 의사를 전했다"며 "이 과정에서 콘텐츠판다는 차선책을 제안하며 이미 해외판매가 완료된 상황에서 일방적인 계약해지는 있을 수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했다. 하지만 리틀빅픽쳐스는 투자사들에 글로벌 OTT사와 글로벌계약을 체결할 계획을 알리는 과정에서 콘텐츠판다만을 누락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렇게 일방적인 행위로 인해 당사는 금전적 손해를 입는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해외 영화시장에서 쌓아 올린 명성과 신뢰를 잃게 될 위기에 처했다. 이는 단순히 금액으로 계산할 수 없으며, 당사 뿐만 아니라 한국영화 자체의 신뢰에 해를 입히는 행위"라며 "해당 건은 당사를 포함해 해외 영화사들이 확보한 적법한 권리를 무시하고 국제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리틀빅픽처스는 "이중계약 주장은 허위이며 충분한 사전협상을 거친 뒤, 천재지변 등에 의한 사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계약서 조항에 따라 법률검토를 거쳐 적법하게 (계약을) 해지했다"고 반박했다.

해당 분쟁을 바라보는 영화계의 시선은 엇갈린다. 투자비, 제작비 회수가 최우선인 영화 측 입장에서는 연일 최저관객수를 갱신하고 있는 현 극장가의 사태를 마냥 지켜보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온라인 플랫폼 공룡인 넷플릭스의 출현이 야기한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넷플릭스가 한국 영화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다.

한 영화제작사 측 관계자는 26일 티브이데일리에 "'사냥의 시간' 측 입장에서는 기다림 자체가 손실이기에 넷플릭스 행을 택했을 것"이라며 "수 십억 원이 손실이 눈에 보이는 생존이 위협되는 상황이니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선진행된 타 회사들과 계약정리가 잘 안됐다면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극장가가 제일 예민하게 지켜볼 것"이라며 "넷플릭스 등장으로 멀티플렉스 관객수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이런 사건, 게다가 법적 분쟁 소지가 있는 일이 생겼으니 예민할 수 밖에 없다. 현재까지 넷플릭스의 등장이 한국 영화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지만 이번 사례는 예측할 수 없는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보여 준 사례"라고 분석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사진='사냥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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