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임현주’의 참된 외모 사용법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2020. 05.18(월) 14:54
임현주 아나운서
임현주 아나운서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시대의 목소리라 불리며 대중의 시선을 받는 자리에 놓인 아나운서에게 외모는 중요한 요소일 수밖에 없다. 그들 중 대부분이 연예계로 진출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의 외모가 갖는 차별점이 있다면, 사람들에게 이슈를 전해야 하는 아나운서라는 직업의 특성상 요구받게 되는 신뢰성, 그저 표면적인 매력을 넘어 신뢰가 가는 얼굴이어야 한다는 거다.

이런 맥락에서 아나운서 ‘임현주’가 안경을 착용하고 뉴스를 진행한 일은 아나운서로서의 외모를 최대한 활용한, 영민한 예로 볼 수 있다. 안경을 쓰고 뉴스를 보도하는 자리에 앉는다는 것, 이렇게만 보면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나 이게 특별하게 여겨진 이유는 한국의 여성 아나운서들 중 누구도 안경을 착용한 채 데스크에 앉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즉 경험하지 못한 장면이기에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도, 할 생각도 없었던 것. 여성 아나운서들이 연예인의 것만큼 혹독한 미의 조건을 요구 받아왔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 할까. 물론 안경을 쓰지 않는 혹은 못하는 모든 여성 아나운서들이 이러한 조건에 얽매여있다 볼 수는 없다. 안경을 착용하는 것 자체가 불편하여, 보통의 우리처럼 렌즈를 사용하거나 시력교정술을 선택할 뿐인 경우가 대다수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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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건 인식의 변화다. 그동안 여성 아나운서들이 강도 높은 요구를 받아왔으나 그들을 비롯하여 우리 모두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하겠다. 그러다 성차별에 대한 사회적 각성과 함께 성인지 감수성이 발달하면서 비로소 당연하지 않은 것임을 깨닫고 인식하기 시작했는데, 임현주의 안경이 상징적인 첫 장면이 되어준 것이다.

의도한 바인지는 모르겠다만, 결과적으로 임현주는 안경을 착용한다는 하나의 행위로, 사회가 겪고 있는 커다란 변화에 여전히 둔감한 이들에게까지 아나운서의 온전한 영향력이란 시대의 목소리가 되는 것이며 이는 성별이 다르다고 다른 방식으로 주어지진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이게 바로 대중이 진정 요구했어야 할 아나운서로서의 외모가 아닐까.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 각지에서 안경 쓴 그녀의 모습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인 까닭이다.

안경 착용 행위는 시작에 불과하고 임현주의 행보는 그 이후에 더 주목할 만하다. 출연하고 있는 어느 방송프로그램이 기획한, 하루동안 여성 출연자는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채로, 남성 출연자는 브래지어를 한 채로 보낸 후 경험을 공유하는 ‘노브라 챌린지’ 제안을 받고선, 대중에게 노출되는 일정이 있는 아나운서로서는 쉽지 않은 도전임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응한 것. 덕분에 이전보다 많은 이들이 브래지어가 여성이 반드시 착용해야 할 필수품이란 사고방식에 대해 재고해보게 되었다.

아나운서의 외모에 심기는 신뢰는 이렇게 생성된다. 임현주는 누구보다 명확하게 이를 인지하고 직접 실현하는 영민한 아나운서다. 게다가 용감하다. 의도를 왜곡한, 자극적인 부분만 편집한 기사들로 인해 쏟아진 수많은 악의적인 질타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차분히 실상을 알리며 오해를 풀어나가니까. 게다가 이 과정을 통해 본래의 의도가 다시 한번 대중에게 알려지며 이중의 효과를 얻는다. 간만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아나운서다운 참 아나운서의 등장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 사진=MBC '라디오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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