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태석 신부 10주기, 아름다운 부활 [무비노트]
2020. 07.11(토) 15:05
울지마 톤즈1 울지마 톤즈2: 슈크란 바바 영화 부활 故 이태석 신부 수단 톤즈
울지마 톤즈1 울지마 톤즈2: 슈크란 바바 영화 부활 故 이태석 신부 수단 톤즈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와 동대학원 석사를 밟은 이공계 청년 A씨(男, 30)는 고심 끝에 사제의 길을 걷겠다며 지난 해 예수회에 입회했다. 신부의 가정방문 당시 A 부모는 평소 독실한 천주교 신자임에도 하릴없이 눈시울을 훔쳤고, 어찌됐건 전도유망한 속세를 뒤로 한 채 단출한 몸가짐으로 걸어간 A의 심경을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 짐작할 수는 없다.

한국에서 사제가 된다는 것엔 색다른 이면이 있다. 가령 구병모 소설집 한 대목을 빌리자면 폐쇄적인 지역에 거주하는 임산부에겐 타인들의 참견이 더해지는데 동네 어르신들이 임부의 배를 두드리며 “소리가 단단한 것 보니 아들일 것”이라고 만족스럽게 웃는다. 이 같은 소설적 묘사는 여전히 대한민국 단면을 비추는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이다. 그런 사회에서 아들을 하나님에게 ‘바친’ 한국 사제 부모들은 그들만이 아는 십자가를 감당하고 있을지 모른다.

십 수 년 전 전쟁의 폐허가 된 아프리카 수단 톤즈에는 훗날 한국의 슈바이처라 불릴 한국인 신부 한 명이 살고 있었다. 의대 졸업 이후 홀어머니 만류에도 사제 서품을 받은 故 이태석 신부는 현지에서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위해 성심껏 일했다. 암 투병으로 그가 사망하면서 일대기를 요약한 ‘울지마 톤즈1’(2010)이 스크린 개봉한 이래, 자연스레 제작진, 후원인, 관계자, 천주교 신자들은 고인의 삶을 기억하고 박제하고자 했다.

올해 이태석 신부의 선종 10주기를 맞아 개봉한 후속편 ‘울지마 톤즈2 : 슈크란 바바’와 ‘부활’은 더불어 사는 세상을 그리워하는 많은 이들의 염원이 한데 모인 결과다. ‘울지마 톤즈1’이 애초 이태석을 세상에 소개하는 발단부로 관심을 끌었다면 두 편의 후속 영화들은 첫 편 스토리를 사려 깊게 부연한다. 특히 현재 극장가 상영 중인 ‘부활’은 아프리카 출신 제자들이 제2의 이태석·제3의 이태석으로 고인의 생전 뜻을 이어나가는 실사판 현실을 담아냈고, 이는 그리스도 부활 은유로 완성될 수 있었다.

이태석 신부가 아프리카 수단 사람들을 돕기로 결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세 편의 시리즈는 이 같은 봉사를 신의 부름을 받은 기적 스토리로 꾸려나가기보다 인간으로서의 이태석 성향, 말투, 습관을 담담하게 클로즈업해냈다. “왜 내가 수단에 오길 선택한 것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라는 그가 아프리카 생활 내내 지켜온 규칙은 “낮은 사람들에게 해주는 일은 나 자신에게 해주는 일과 같다”는 성경 한 구절일 따름이었다.

2020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COVID-19)에 관한 치명적인 시작점으로 기억될 것이다. 미성년 여성을 온라인에 전시하고 착취한 N번방 사태, 국내 법원의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운영자 손정우 미국 송환 불허, 체육계 폭력에 고통 받던 트라이애슬론 선수의 극단적 선택, 성추행 혐의를 받던 서울 시장 사망으로 해당 고소 사건이 ‘공소권 없음’으로 판명 난 정황들은 누군가에겐 인생의 일부를 손상시킨 상처로도 남게 됐다.

다만 이 같은 위인전기 형태의 영화가, 모든 사람들이 이태석 같은 삶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가장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산다. 각기 타고난 환경도 기질도 출발점도 다르다. 그러니 평범한 필부들의 경우 “너희를 사랑하는 사람만 너희가 사랑하면 무슨 상을 받을 수 있겠느냐? 세리(稅吏)도 그만큼은 하지 않느냐?”(마태복음, 5:46)라는 숨 막히도록 놀라운 구절을 어느 날 반성처럼 되뇌어 볼 수는 있겠다. 이태석 신부의 편안한 민낯처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쌓아올리는 작은 인내가 종교에서 말하는 계시와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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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포스터,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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