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 저격? NO” 남희석의 촌철살인 [이슈&톡]
2020. 08.01(토) 15:35
남희석 김구라 라디오스타
남희석 김구라 라디오스타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개그맨 남희석의 김구라를 향한 날 것의 비판이 세간의 갑론을박을 이끌어내고 있다. 얼핏 특정인의 유명세를 깎아내리는 공개 저격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대중문화평론가나 일부 방송 관계자들은 도리어 이를 반색하는 분위기다. 이들은 비연예인, 아프리카TV BJ 등 우후죽순 1인 콘텐츠가 양산되는 현 시대, 김구라와도 같은 공신력 있는 대중 예능인이라면 한층 겸손한 직업윤리와 태도를 공표해야 할 것이라 귀띔한다. 때문에 김구라를 향한 남희석의 인상평은 단순한 유명한 저격이 아닌, 분별 있고 건강한 대중콘텐츠 비판이라는 옹호도 나왔다.

남희석은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 터줏대감 김구라의 유난스러운 방송 태도를 화두에 올렸다. 그는 최근 “김구라는 초대 손님이 말을 할 때 본인 입맛에 안 맞으면 등을 돌린 채 인상을 쓰고 앉아 있다. 자신의 캐릭터이긴 하지만 참 배려 없는 자세다. 그냥 자기 캐릭터 유지하려는 행위”라는 의견으로 총대를 멨다. 이는 금세 사람들의 비난을 샀는데, 급기야 김구라의 ‘밥줄’을 빼앗으려는 시기·질투가 아니냐는 ‘라디오스타’ 팬들의 볼멘소리까지 등장했다.

이 와중 유의미한 감상은 남희석이 ‘라디오스타’의 숱한 게스트들을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어린 게스트들이 시청자 아닌 김구라 눈에 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김구라가 사실상 성장해 가는 숱한 후배 방송인들에게 무가치한 권위주의를 행사한다는 우려였다.

김구라는 십 수 년 간 특유의 사회 비판과 직설적인 인물평을 통해 방송가의 촌철살인 달변가로 자리매김했다. 다듬어지지 않은 인터넷 방송 시절 섹스 심벌이었던 여성 연예인을 인격적으로 모독한 경우도 있다. 그런 지난했던 오차의 시간을 지나 톱급 MC로 등극한 것은 스스로가 쌓아올린 능력이겠지만, 현재로서 김구라가 간헐적으로 게스트들에게 던지는 센 발언들은 그가 쌓아올린 호사가, 독설가 이미지에 유야무야 덮여버리는 것도 사실이다.

김구라 같은 중년 진행자들을 중심으로 약 14년 간 장수해 온 ‘라디오스타’는 연예인들의 요람이자 무덤으로도 치부됐다. 누군가는 톡톡 튀는 말 한마디로 스타성을 공증하며 승승장구할 수 있었지만, 누군가는 연륜 있는 아저씨 김구라, 김국진, 윤종신 등의 하이에나 같은 질문 공세 안에서 인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故 구하라는 방송 출연 당시 독한 말들 앞에서 감정이 격앙된 나머지 탁자에 물병을 던졌다. 앞뒤 맥락을 알지 못하는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의 의도된 편집 아래 구하라에게 세찬 비난의 화살을 꽂았다.

언어를 다루는 직군 종사자들에겐 자신도 모르는 사이 등 뒤에서 버섯처럼 자라난 권력이 있다. 다른 사람을 훑어보거나 평가하고 세상의 단면을 자신의 잣대로 이야기할 때, 개중 누군가는 그의 말에 뜨겁게 동조할 수도 있다. 그것이 시작이다. 자신도 미처 모르는 말과 글의 권력, 카르텔의 형성, 언론과 방송의 의도와 가공과 편집, 일련의 과정들이 누적되면서 누군가에겐 왜곡이자 폭압으로 비수화된다. 통상적으로 사람의 세 치 혀를 칼에 비견하는 이유다.

남희석의 이 같은 불편하고 용감한 총대 메기가 모두에게 유순하게 다가설 순 없을 것이다. 누군가는 김구라의 기능이 신예 방송인들에게 자극을 주기 위한 강한 채찍이며, 개중 방송사 PD들에게 그런 김구라의 센 토크 방식은 반드시 필요한 신호등이라 항변한다. 그럼에도 김구라는 다른 사람들을 놀리고 때론 할퀴고 물어뜯는 강력한 입담꾼이며, 보다 의식적인 책임감을 수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비단 김구라 같은 전문 방송인이 아니더라도 숱한 세계인이 1인 방송 등 평등한 발언권을 가지는 시대가 도래했다. 유명할수록 돈을 많이 벌 수록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기 쉬운 위치일수록 퇴고(推敲)의 시간을 거쳐야 함은 자명하다. 남희석의 의견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이미 높은 자리에 올라간 유명 방송인들이 버섯처럼 등뒤에서 자라난 혀의 권력, 관성, 매너리즘을 타파하길 바라는 건강한 비판이다. 지각 있는 업계 동료라면 한 번쯤 떠올렸을 법한, 몹시 유의미한 충고일 것이다.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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