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열풍의 허와 실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2020. 08.30(일) 19:03
티브이데일리 포토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트로트'의 대유행은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주체가 젊은 세대만이 아님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하지만 어떤 것이든 정도가 지나치면 부작용이 나기 마련이고, 현재 포화상태를 넘어선 트로트로 인해 힘이 급격히 약화된 장르가 있는데, ‘발라드’다.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트로트가 발라드의 영역을 잠식하고 있다 하겠다.

어쩌면 트로트와 발라드의 이면에 흐르는 정서가 서로 닮아 가능한 전개일지 모른다. 각각이 지닌 음악적 특징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으나 우리 보통의 사람들이 겪는 삶의 애환이나 서글픈 사랑 등의 주제를 서정적인 필치와 선율에 담아내어 듣는 이의 마음을 울린다는 점에서 상당히 유사하지 않나. 문제는 그럼에도 엄연히 다른 영역을 보유해야 할 두 장르가 서로 뒤엉켜 버렸다는 데 있다.

게다가 현재 불고 있는 트로트 열풍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시작된 것으로, 장르 자체의 매력도 매력인데 방송을 통해 각각의 스토리텔링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신인 트로트가수들이, 대중문화를 향유하는 일에 뒤로 밀려나 있던 장년층을 대거 끌고 나온 결과라 보는 게 옳다. 즉, 이 개개인이 지닌 영향력이 사그라들면 트로트 또한 그 바람이 급격히 사드라들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거품이 빠지면 자연스레 원래의 구도로 돌아가지 않겠냐 하겠다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이렇게 하나의 장르가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짐으로써 끼친 피해는 태풍이 휩쓸고 간 것과 같아 복구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할 뿐더러, 해당 장르인 트로트로서도 어떤 체계적인 틀이 마련되지 못한 상태에서 정도를 벗어나 부풀어올랐다가 가라앉아 버리는 순간을 맞게 되면 이전보다 못한 형국이 될 수도 있는 까닭이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트로트가 발라드를 서서히 잠식하고 있는 오늘의 상황이 우려되는 이유다. 장르의 동등한 교류라고 보기에는 인지도가 월등히 우세해진 한 쪽이 상대적으로 열세의 자리에 놓인 다른 한 쪽을 장악하는 느낌이 강하고, 실제로 현재 음원차트에서 발라드는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트로트 때문이 아니더라도 이미 약화되고 있던 중이지 않았나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기류에 놓이는 것과 다른 영역이 잠식하는 것은 결이 다르다. 기류는 때가 되면 언제든 오르기 마련이나 다른 영역의 잠식은 아예 그 기반이 약해지는 결과를 낳으니까. 트로트 가수들이 발라드를 부르고 장르가 구분되지 않는 애매한 곡을 만들어 발표한다.

그러다 보니 발라드의 영역에 소속되어 있던 노래들이 대중에게 트로트로 인식되는 경향마저 발생하고 있는 정도다. 트로트라는 장르의 역량 자체를 강화하기보다 트로트 가수들의 인기에 의지하여 그저 시청률 올리기식의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데에만 집중하다 보니 생긴 부작용이다.

트로트의 화려한 귀환은 도외시 되어온 장르의 기반을 탄탄히 다짐은 물론 대중가요를 즐기고 소비하는 층을 다각화시킨다는 점에서 더없이 좋은 현상이고 기회다. 하지만 그저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라는 태도로 접근한다면, 곧 좋았던 한 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될 시점이 찾아올 테고 두 장르의 몰락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그러지 않기 위해 우리는 이제, 트로트열풍의 허와 실을 제대로 직면해야 한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뉴에라프로젝트 미스터트롯 SNS]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이 기사는 tvdaily 홈페이지(http://tvdaily.mk.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info@tv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