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원정화, 날조된 간첩 사건? "거짓말 했다" [종합]
2020. 11.22(일) 00:09
그것이 알고 싶다 원정화 간첩 사건
그것이 알고 싶다 원정화 간첩 사건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원정화 간첩 사건을 조명했다.

21일 밤 방송된 SBS 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2008년 원정화 간첩 사건의 진실을 파헤쳤다.

지난 2008년 원정화 간첩 사건이 불거졌다. 탈북자로 위장해 남파된 간첩이었던 원정화는 탈북자들을 납치해 북한에 보내고, 노동당 출신 황장엽 씨를 암살하라는 지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9월 남파 지령을 받고 임신한 상태에서 2001년 한국에 입국했던 원정화는 탈북자로 신분을 세탁한 뒤 군 장교들에게 접근해 정보를 수집, 북한 고위 관계자들에게 정보를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무역업체를 운영하며 발생한 수입을 공작금으로 활동했다는 원정화. 이로 인해 원정화가 간첩이 맞는지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일성의 10촌으로 알려져 있는 강명도 전 교수는 원정화의 학력이 이해가지 않는다고 했다. 강명도 전 교수는 "낮에는 서기로 일시키고 밤에 금성정치대학에 누가 보내겠나. 15살 짜리가 다닐 곳이 아니다"라고 했다. 무엇보다 사로청에는 서기라는 직무가 존재하지 않고, 금성정치대학에는 야간반이 없다고 했다.

강명도 전 교수는 "북한은 (임무 중에) 임신하라고 지시하지 않는다. 그것 부터가 잘못됐다"고 했다.

북한 국경경비대 장교 출신인 홍광철 씨도 "805 훈련소라는 건 없고, 815 훈련소는 있다"며 원정화의 이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원정화가 입수한 정보도 군사기밀이라고 하기엔 부족하다고 했다.

오래 전 남파 됐다가 생포된 무장간첩 A씨는 "얼음물에서 오래 견디기, 바닷물에서 오래 참기 이런 걸 왜 하나. 다 거짓말이다. 영화 같은 거 봤겠지"라고 말하며 원정화가 말한 간첩 훈련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또한 A씨는 원정화가 직접 돈을 벌어 공작금을 썼다는 주장에 대해 "북한이 아무리 가난해도 공작금을 안 주지 않는다. 그건 공작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원정화의 전 남편은 원정화로부터 간첩의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 수사 기관은 원정화에게 지령을 내린 상부를 검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원정화의 의붓 아버지 김 씨였다. 원정화와 무역업체를 함께 운영하고 지령을 내리는 상부로 두 가지 역할을 했다는 김 씨. 사건 당시 수사 기관은 김 씨의 집에서 조선노동당 당원증과 북에서 지령을 받을 때 쓰이는 라디오가 발견됐다면서 이는 김 씨가 간첩이라는 증거라고 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지령 받으면 그렇게 받겠나. 옛날 아날로그 방식으로 북한 애들도 안 할 것"이라고 라디오에 대해 해명했다. 또한 노동당당원증도 간첩이었으면 낙서를 하지 않고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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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출소한 이후 의붓 아버지를 찾아왔다는 원정화. 원정화는 김 씨를 상부라고 거짓 진술한 것에 대해 사죄한 뒤 내막을 털어놨다고 했다. 의붓아버지 김 씨가 공개한 녹음본에서 원정화는 "나를 안다는 사람은 다 불러다가 조사를 했더니 원정화는 간첩이 맞다고 한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북한에서 지령을 받은 게 없는데"라면서 누군가가 자신을 간첩으로 신고했다는 수사관의 말에 크게 당황했다고 했다.

또한 원정화는 "북한의 행적에 대해 다 쓰라고 하는데 고등학교 졸업 안 했다고 할 수 없어서 다 졸업했다고 했다. 거짓 진술 했다"고 말했다.

간첩 혐의 만큼은 줄곧 부인했다는 원정화가 왜 거물급 간첩이 된 걸까. 원정화는 김현희처럼 살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원정화는 "솔직히 말하면 김현희처럼 살게 해주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나는 그럼 내가 국가안전보위부라고 거짓말 했다"고 말했다. 김현희는 대한항공 808기 폭파사건의 주범이었다. 당시 115명을 숨지게 한 김현희는 사형 선고를 받았다가 특별사면된 뒤 한국에 정착한 공작원이었다.

원정화 사건은 어떻게 부풀려진 걸까.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과 만난 기자는 "전 경기경찰청 보안수사대장이 자기가 볼 때는 원정화 씨는 간첩일 될 수 없는 사람이라서 내부에서 계속 항의를 했다"고 했다. 원정화를 처음 담당해 수사했다는 전 경기경찰청 보안수사대장은 원정화에게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생각해 수사를 중단하고 다른 부서로 옮겼다고 했다.

제작진과 만난 기자가 공개한 녹음본에서 전 경기경찰청 보안수사대장은 "담당경찰들이 김현희 이야기를 하니까 원정화가 상당히 고무됐다"고 말했다. 이는 원정화가 의붓 아버지 김씨에게 말한 것과 일치했다.

그럼 왜 원정화는 거물급 간첩이 돼야 했을까. 전 경기경찰청 보안수사대장은 "이명박 정부에 있어서 호재였다. 촛불시위 등을 잠재울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는 원정화 간첩사건으로 인해 광화문 시위에 쏠린 관심을 돌릴 수 있었다. 더 의아한 것은 원정화의 출소 이후 행보다. 원정화는 간첩이라는 수식어를 떼지 않고 각종 방송에 출연해 왔다.

이와 관련해 한 심리 전문가는 "방송 출연도 할 수가 있게 되고, 인지도로 강사활동도 할 수 있지 않나"라면서 "인정과 관심을 받고 싶은 원정화의 성격을 수사기관에서 잘 파악한 것 같다"고 말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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