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산업이 마주해야 할 선미의 고백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2020. 12.18(금)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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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이른 나이부터 아이돌 스타란 꿈을 가졌고 요구되는 자질을 갖추어 운좋게 특정 인력에게 인정까지 받았다면 성장하는 시간의 대부분을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에 쏟아부을 수밖에 없다. 다시 없을 기회가 온 김에 열정을 다하여 ‘데뷔’라는 꿈을 향한 본격적인 발걸음을 하루라도 빨리 얻어내기 위함인데, 아이돌 스타의 특성상 해당 나이대에서만 발휘되는 매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까닭이다.

그러다 보니 어떤 문제가 발생하냐면 표면적으로는 또래의 어떤 아이들보다 성숙하나 그 이면엔 제대로 성장의 과정을 밟지 못한, 제 나이대에 미치지 못하는 아이의 모습을 갖게 되는 것이다. 자아를 발견하고 성찰하며 본인 스스로의 진면목을 알아가야 할 때에 사람들에게 눈에 매력적으로 비칠 모습을 만드는 데 온 신경을 써야 하니, 정신적 공백이 생기는 건 당연한 결과다.

게다가 이는 당사자인 아이돌 가수들이 어찌해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연예계란 세계 자체가 각각이 보유한 이미지의 매력에 순위를 매기고 그에 따른 결과를 얄짤없이 안겨주는 척박한 곳이어서, 자아고 정체성이고 뭐고 우선은 다른 어떤 누구보다 눈에 띠는 이미지를 만드는 게 우선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그러니까 좀 더 균형잡힌 사고가 가능한 어른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야 제 자신을 돌볼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사람에겐 몸의 성장만큼 마음, 정신의 성장이 중요하며 이 사실을 모르는 어른은 거의 없다. 하지만 몸이 커가는 것은 눈에 보여도 마음은 그렇지 않아서인지 혹은 ‘아이돌 산업’이란 명칭에 걸맞게 투자한 만큼 수익을 거두어야 해서 그런지, 태반의 어른들이 이 대수로운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혹시 대중에게 제공되고 소비되는 산업의 상품이기 이전에, 제대로 된 돌봄 속에서 자라나야 할 하나의 인격체란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얼마전 어느 아이돌 그룹의 한 멤버가 오랫동안 왕따를 당해 왔음을 밝혔다. 결국 가해자로 지목된 멤버가 탈퇴를 하고 계획한 활동을 접는 해당 그룹을 보며 과연 저들만의 문제라 볼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당시 이들의 마음을 다듬어 줄 존재가 있었다면 형편은 좀 더 달라졌을지 모를 일 아닌가. 아이돌 출신 연예인들의 자살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 뿐 아니라 내면의 것들도 건강하도록 도와주는 이가 있었다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결말 만큼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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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그룹 ‘원더걸스’ 출신의 가수 선미는 과거 ‘경계선 인격 장애’(불안전한 대인관계, 자아, 감정기복 등 장기적이고 비정상적 행동 패턴을 보이며 주로 성인기 초기에 시작하는 인격장애)를 앓았다고 한다. 그룹을 탈퇴하고 연예계 활동을 멈추었던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고. 다행히 전문적인 치료를 받으며 많이 호전되었으니 그녀의 멈춤은 상당히 현명한 판단이었다 하겠다.

하지만 선미처럼 멈추겠다는, 쉬겠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 어쩌면 우리의 예상보다 더 많은 수의 아이돌 가수들이 동일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을지 모르는데, 선미의 말마따나 자아가 형성될 시기를 온통 차 안에서 보내는 이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도움이 무엇인지 제대로 인식할 여력이 있을까. 이제 아이돌 산업은 아이돌을 육성하는 시스템에 있어서 단순히 외면적인 요소만 다듬을 게 아니라, 이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정신적 공백을 메우고 온전한 성장을 도울 전문적인 방법을 강구하여 도입해야 할 때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선미'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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