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표는 왜, '차인표'여야 했나 [인터뷰]
2021. 01.10(일) 11:00
차인표
차인표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배우 차인표는 왜 '차인표'여야 했을까. 그 답은 '차인표'에 있었다.

넷플릭스 영화 '차인표'(감독 김동규)는 대스타였던 배우 차인표가 전성기의 영예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린 넷플릭스 영화로, 차인표는 실제 차인표를 연기하며 데뷔 이래 가장 코믹한 얼굴로 대중 앞에 섰다.

차인표는 90년대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 안에'로 단숨에 스타덤에 오르고, 이후 로맨틱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이미지로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여기에 애처가, 자상한 아빠 이미지까지 더해지면서 차인표는 젠틀한 중년 남성의 대표 이미지가 됐다. 그러나 '차인표'에서는 이 이미지들에 보기 좋은 어퍼컷을 날리는 코믹 연기로 새해 벽두부터 대중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수십 년에 걸쳐 고착 됐던 이미지와 정 반대되는 코믹 연기는 웃기면서도 짠하기까지 하다. 그 정도로 차인표는 '차인표'에서 모든 걸 내려놓고 연기를 위해서라면 망가짐까지 불사했다.

왜 차인표는 '차인표'를 선택했을까. 원톱 주연도 부담스러운데, 자신을 연기해야 했다. 영화의 잘 되면 본전, 안 되면 모두 본인에게 화살이 돌아올지도 모르는 위험한(?) 도전이었을 텐데 말이다. 차인표도 이러한 이유로 5년 전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 거절했다고 했다. 차인표는 "당시까지는 간간히 다른 영화 제의도 있었고, 이것저것 좀 더 연기적으로 해볼 수 있는 여지나 기회가 있었다"면서 "대본을 봤을 때 신박하고 제목도 제 이름으로 돼 있어서 참여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그렇지만 워낙에 저예산이었고, 영화를 만들었다 치더라도 배급이 될 수 있을까라는 이런저런 이유로 거절했다"고 했다.

'차인표'를 뒤로하고, 그동안 쌓아왔던 자신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영화를 기다렸지만 그 시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스스로 정체기라고 느껴졌다고. 그 정체기는 스스로가 만든 굴레로 때문이었다. 차인표는 "제가 어떻게 보면 혼자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대중들이나 제 팬들에 저에게 '바른생활 사나이' '젠틀맨' 등의 이미지를 부여해주지 않았나. 제 위에 그런 이미지들이 덧입혀진 것 같다. 사실은 내가 그렇지 않더라도 많은 분들이 그렇게 나를 바라본다면 최대한 그 이미지에 부합해 살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러한 생각이 굴레가 돼 갇혀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 굴레에 갇혀 있다 보니, 주변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자신은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차인표는 "변화되지 않는 저를 기다리다가 팬들은 떠나가고, 저는 그 굴레에 계속 갇혀 있고, 그러다 보니 스스로는 나올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니체 같은 철학자가 망치를 들고 와 굴레를 깨주길 바랐지만, 니체는커녕 그 누구도 차인표를 꺼낼 수 없었다. 애초에 차인표만이 스스로 빠져나올 수 있는 것이었다. 그 굴레를 깨기 위해 차인표가 선택한 것이 바로 '차인표'였다.

차인표는 "팬 여러분들에게 아직도 제가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는 걸 상기시키고 싶었는데, 그러려면 강력한 한방이 있어야 했다. 그러던 찰나에 다시 제의를 받아서 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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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해석한 자신의 모습이 담긴 '차인표' 대본에 충실하기 위해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고. 또한 이 영화는 '배우 차인표'라는 현실에 감독의 해석이 담긴 허구가 혼재된 새로운 장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영화에 참견을 하지 않으려 했다고. 단 초기 대본에 있었던 정치에 진출하고 싶어 하는 장면들은 곡해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감독과 상의 하에 삭제했다고 했다.

'차인표'에서 차인표는 온 힘을 다해 망가진다. 지나친 자기애와 무너진 건물 안에 갇혀서 생사가 위중한 상황에서 나체로 구조될지도 모르자 자신의 이미지만을 생각하고, 종내에는 여성 팬티만 입은 채 구조되는 웃픈 코믹 연기로 그동안 미루고 미뤄왔던 변화를 한방에 해내며 대중에게 새로운 코믹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이번 영화는 코로나 19로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지만, 오히려 그것이 전화위복이 돼 전 세계 190개국 시청자들의 글로벌한 반응을 이끌어내며 새해 첫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특히 데뷔 이래 가장 코믹한 얼굴을 보여준 차인표에 대한 호평이 잇따랐다. 이에 대해 차인표는 "12년 만에 영화를 했는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고 특히 제가 바랐던 대로 제 팬 분들이 기다렸다면서 응원을 해주시는데 너무 행복하더라"고 했다. 차인표는 '차인표'를 통해 변신을 하고자 했던 자신의 진정성을 알아봐 주는 반응들에 특히 감사했다.

진정성 하나로 변화하려 몸을 던졌던 차인표는 마침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차인표의 연기 인생 2막은 이제 시작이다.

"진정성이라는 게 말과 행동이 일치가 될 때 나오는 작은 파동이나 울림이라고 생각해요. 그 파동을 기다리는 사람들 혹은 그 파동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접수를 하는 순간 공감이 일어난다고 생각하거든요. 결국 진정성을 바탕으로 신뢰가 생기는 거 아닌가 싶어요. 물론 배우는 연기를 잘해야 하지만 그것 외에 더 필요하거나 대중을 상대하는 연예인으로서 필요한 게 있다면 그게 진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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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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