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경, 인생사를 녹여낸 '결사곡' [인터뷰]
2021. 03.20(토) 08:00
결혼작사 이혼작곡, 전수경 인터뷰
결혼작사 이혼작곡, 전수경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전수경이 이시은이었고, 이시은이 곧 전수경이었다. 인생의 지난한 시간들을 연기 속에 녹여내 연기한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대중에게 전수경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기 충분한 작품이었다.

지난 14일 시즌1을 끝마친 TV조선 주말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극본 피비(임성한)·연출 유정준, 이하 '결사곡')은 잘 나가는 30대, 40대, 50대 매력적인 세 명의 여주인공에게 닥친 상상도 못 했던 불행에 관한 이야기, 진실한 사랑을 찾는 부부들의 불협화음을 다룬 드라마다.

전수경은 30년 동안 오로지 남편 박해륜(전노민)과 자식들만 바라보며 살아온 라디오 작가 이시은 역을 연기했다. 이시은은 박해륜에게 이유도 모른 채 갑작스러운 이혼 통보를 당하고, 이로 인해 고통받는 캐릭터다. 그간 그가 주로 연기해 온 악녀, 화려한 삶을 사는 여인들과는 정반대 이미지인, 민낯의 얼굴에 수수한 차림새로 일과 가정에 헌신하는 중년 여성을 소화해 냈다.

그는 "기존에 내가 연기하던 캐릭터 이미지와는 다르다는 사전 정보만 들었지, 이시은의 인생사는 제대로 듣지 못한 채 캐스팅이 됐다. 막상 대본을 받고 보니 즐겁더라"며 "한 여자가 남편에 대해 느끼는 세세한 감정들, 다양한 고통에 직면하고 각기 다르게 완급을 조절해 감정 표현을 해야 했다. 그 과정들에 의해 배우로서 자극을 받는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강렬한 역할을 할 때는 장면마다 강한 인상을 남기는 연기를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졌는데, 이시은은 정말 사람들 눈에 띄고 싶어 하지 않는 반대 성향의 캐릭터였어요. 오히려 드러나지 않은 감정들을 세세하게, 최소한으로 연기를 해야 맛이 살아나는 인물이었죠. 시청자분들이 잘 알아들어주실지, 내용을 놓치시지는 않을지 걱정했는데 정말 센스 넘치고 감성 지수 높은 분들이 시청해주셨던 것 같아요. 세밀하게 계산한 부분을 다 알아봐 주시고 공감해 주셔서 일하는 재미와 보람을 느꼈어요."

전수경은 화장 한 번, 머리 손질 한 번 받지 않고 직접 이시은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다. 직접 틀어 올린 머리에 핀을 꽂고 촬영에 나섰다. "꾸미지 않은 소위 '못나 보이는'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는 그는 "아무래도 댓글들이 무서울 때가 있다. 역할로만 봐주시면 좋은데 요즘 TV 화질이 너무 좋고 외모의 단점이 잘 드러나니까 걱정이 됐다. 하지만 어느 순간 캐릭터를 믿고 대본에 충실하기로 했다. 이제는 그런 댓글이 관심일 뿐이라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의 악플에는 구력이 생겼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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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경은 이번 작품을 통해 임성한 작가와 처음으로 작업을 함께 했다. 그는 "워낙 독보적인 명성을 가지고 계신 분이고 필력도 워낙 좋으시니, 제의를 받고는 무조건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임성한 작가 특유의 말맛이라고. 전수경은 "모든 대본 속 따옴표, 느낌표 하나에도 다 목표가 있다고 생각을 한다. 특히 임 작가는 장황한 지문도 아니고, 딱 함축적으로 여러 번 읽다 보면 느껴지는 것이 있다"며 "역할에 몰입해서 대본을 쓰다 보면 인물의 세밀한 분노, 슬픔 등이 말에 모두 담겨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시은의 감정을 담기 위해 쉼표, 말줄임표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대본을 정말 많이 봤다. 다행히 작가님이 그 부분을 좋게 봐주셨다.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전수경은 임 작가가 자신의 인생을 들여다본 것 같은 장면을 볼 때마다 놀라웠다고 말했다. "따로 개인적인 친분도 없고, 나에 대해 잘 모르실 텐데 내가 가지고 있는 아픔이 담겨있는 장면들이 있다"는 것. 전수경은 과거 이혼의 경험이 있기에 더욱 캐릭터를 온전히 이해하고 자신을 온전히 쏟아부을 수 있었다고 했다. 비록 지금은 재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지만, 당시 자신의 경험을 빗대어 보면 아이가 있는 이시은의 입장에서는 가정을 지키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때문에 전수경은 임 작가의 드라마를 "막장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생을 50년 넘게 살아보신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내 경험뿐 아니라 주위의 사돈팔촌 이야기를 다 들어보면 드라마 이상의 스토리가 쏟아진다"며 "우연히 사건들이 겹쳐서 더욱 드라마틱하게 보일 수는 있지만, 작가님은 실제 생활에서 일어나는 일을 너무 잘 가져오신다. 사건보다는 그 상황을 마주하는 사람의 태도, 감정에 더욱 집중을 하게끔 한다"고 작품을 옹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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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작가의 이름값과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진 까닭일까, '결사곡'은 최고 시청률 9.7%를 기록하며 TV조선 드라마의 새 역사를 썼다. 전수경은 이에 대해 "혼자서 이뤄낸 것이 아니라 모두의 열정이 모여서 좋은 결과가 난 거라고 생각한다"며 "개인적으로는 뮤지컬을 참 오래 했는데, 현장의 즉흥적 반응을 느끼는 즐거움이 컸었다. 드라마는 항상 한 템포 뒤에서 반응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방영 초기 더 걱정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모든 부분이 잘 합쳐져서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결사곡' 팀은 이미 시즌2 촬영을 시작했다. 세 남편들의 불륜이 시즌1을 통해 모두 펼쳐지고 아내들의 반격이 예고된 상황, 전수경은 "캐릭터가 잡히고 조금씩 발전되는 상황이다. 배우 입장에서는 부담감은 한결 덜고 부드러워졌다. 더 재밌는 상황이 펼쳐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임 작가님이 시즌1에서는 재료들만 쫙 풀어놓으신 것 같다. 이제는 어떤 양념을 해서 어떤 반찬이 나오게 될지, 즐거운 마음으로 다음 시즌을 기다려주시면 좋을 것 같다"며 시청자들의 기대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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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신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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