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역사왜곡·0%', 2021 드라마 잔혹史 [상반기결산]
2021. 06.11(금) 10:00
티브이데일리 포토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상반기 드라마 업계는 수차례 몸살을 앓았다. 연예계를 강타한 학교폭력 폭로 릴레이를 시작으로 역사왜곡 논란으로 폐지된 작품이 있는가 하면, 시청률 0%대를 기록하며 지상파 드라마의 위기를 다시 한번 상기시킨 작품도 있었다.

◆ '디어엠'·'달이 뜨는 강'·'모범택시', 학폭 논란 직격타

지난 2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시작된 학교 폭력 가해자 폭로전의 불똥이 드라마 시장에도 튀었다. 시작은 배우 박혜수였다.

박혜수는 중학교, 대학교 시절 학우들이라 주장하는 누리꾼들에게 폭로를 당했다. 학창 시절 이야기가 주된 쟁점이기에 증거 수집조차 쉽지 않은 학폭 논란의 특성상 진실 규명은 더디게 이뤄졌다. 이에 박혜수는 폭로자들과의 법적 공방을 통해 진실을 가려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그가 출연한 드라마 '디어엠'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게 됐다. 당초 KBS2 채널에서 금요드라마로 편성될 예정이었던 '디어엠'은 전체 분량 사전제작 형태로 촬영돼 첫 방송만을 앞둔 상황에서 첫 방송 이틀 전에 편성 불발 사태를 겪게 됐다. '디어엠'은 상반기가 지나도록 편성을 확정 짓지 못했다.

여기에 지수 논란이 추가돼 또 한 번 역대급 사고가 벌어졌다. 3월 초 KBS2에서 방영 중이던 '달이 뜨는 강'의 주연으로 출연 중이던 지수의 학폭 논란이 불거진 것. 단순한 괴롭힘 이상의 폭력이 있었다는 주장이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되면서 결국 지수는 논란 수 일 만에 논란 일부를 인정하고 작품에서 하차했다. '달이 뜨는 강' 역시 반사전제작 형태로 당시 90% 이상의 촬영을 마쳤던 상황. 제작진은 지수의 대타로 나인우를 캐스팅하고 7회부터 20회까지의 분량을 방영과 동시에 재촬영해야 했다.

비슷한 시기에 그룹 에이프릴 이나은 역시 학교폭력 논란에 휩싸였다. 여기에 그룹 내에서 멤버를 괴롭혔다는 의혹까지 더해진 상황, SBS '모범택시'에서 비중 있는 조연 캐릭터로 출연을 앞두고 있던 이나은은 시청자들의 항의 끝에 결국 첫 방송이 이뤄지기 전 드라마에서 하차했다. 전체 분량의 60% 촬영을 마친 상태였지만 제작진은 표예진을 대신 캐스팅해 재촬영을 진행했다.

◆ 2회 만에 폐지, 역사왜곡 논란 '초유의 사태'

역사왜곡 논란으로 인해 방송 2회 만에 폐지 수순을 밟는 초유의 사태도 발생했다. 3월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는 첫 방송 직후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조선 초기 시대를 배경으로 설정한 상황에서 태종이 무고한 백성들을 학살하는 인물로 묘사됐고, 조선 기생집에 월병, 피단, 중국술 등 중국 음식들이 등장하며 등이 비치며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졌다. 조직적인 항의 끝에 광고주들이 지원을 끊는 등 악재가 끊이지 않던 중, 드라마는 결국 나흘 만에 폐지돼 공중분해됐다.

또한 '조선구마사' 작가인 박계옥이 조선족 출신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의 전작인 tvN '철인왕후'에도 불똥이 튀었다. 방영 당시에도 실존 인물인 신정왕후를 지나치게 희화화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며 역사왜곡 논란이 일었던 '철인왕후'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졌고, 결국 종영 한 달여 뒤인 3월 말에 다시보기 서비스가 중단됐다.

이후 JTBC에서 방영 예정인 '설강화'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설강화' 시놉시스가 퍼지면서 드라마가 민주주의를 폄하하고 독재 정권을 정당화한다는 비판이 이어진 것.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여대생 영초가 피투성이가 된 무장간첩 수호를 운동권 학생으로 생각해 치료하다 사랑에 빠지는 설정, 영초의 조력자가 대쪽 같은 성격의 안기부 직원이라는 설정 등이 논란이 됐다. JTBC 측은 '미완성 시놉시스 일부가 유출된 것"이라며 '억측'이라고 해명했지만, 예비 시청자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게재한 폐지 서명 운동에 20만명 이상이 서명하는 등 비난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설강화'는 올해 하반기 방송을 앞두고 있다.

'경이로운 소문'·'모범택시', 작가 교체 구설수

방영 도중 메인 작가가 교체되면서 용두사미 결말을 맞는 안타까운 상황도 벌어졌다.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은 11%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OCN 역대 흥행 성적을 모두 갈아치운 화제작이었다. 하지만 12회까지의 집필을 맡았던 여지나 작가가 돌연 하차하고 13회는 연출을 맡은 유선동 감독이, 14회부터 16회까지는 김새봄 작가가 대본을 쓰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면서 논란을 만들었다. 유쾌하게 악을 처단하던 스토리가 돌연 유치하게 바뀌었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이 이어지며 일시적으로 시청률이 하락하기도 했다.

이나은의 하차로 방영 전 부침을 겪었던 '모범택시'도 작가 교체 논란에 휩싸였다. 1회부터 10회까지 대본을 집필했던 오상호 작가가 하차하고 이지현 작가가 11회부터 새롭게 투입된 것. 박준우 감독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여유롭지 못한 제작 기간을 고려해 상호 합의 하에 두 작가가 같은 기간 동안 다른 회차를 나눠 대본을 집필했다"라고 밝혔지만, 오상호 작가가 "감독님과 후반부 방향성을 두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하차하게 됐다"라고 반박해 논란이 이어졌다.

시청률 0%대, 위기의 드라마 시장

지상파, 케이블 할 것 없이 시청률 0%대 드라마가 등장하는 굴욕도 이어졌다. 특히 MBC '오! 주인님'의 실패는 더욱 뼈아팠다. 지난 수년간 부진을 면치 못하던 MBC 드라마국이 '선택과 집중'을 이야기하며 월화드라마를 폐지하고 처음 내놓은 수목드라마가 바로 '오! 주인님'이었기 때문. '오! 주인님'은 최저시청률 0.9%를 기록하며 고전했고, 이후로도 반등 없이 조용한 종영을 맞았다.

KBS에서 방영 중인 '이미테이션' 역시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0.8% 시청률을 기록하며 난항을 겪고 있다. KBS가 6년 만에 야심 차게 부활시킨 금요드라마의 부진이기에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장르물의 명가 OCN에서 선보인 '다크홀'은 0%대 시청률을 전전하다가 결국 0.2%로 종영을 맞았다.

단순히 TV라는 플랫폼의 영향력이 약해져 벌어진 참사는 아니다. 세 드라마는 공통적으로 스토리의 부진, 소재의 부적절한 조합이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펜트하우스' '모범택시' 등 비슷한 시기에 20% 안팎의 시청률을 올리며 약진하는 드라마들이 분명 존재했음을 고려하면, 결국 콘텐츠의 역량을 강화해야 시청률이 담보될 수 있다는 원론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SBS, K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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