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이 외치던 품격, '국민가수'에는 없었다 [TV공감]
2021. 10.08(금) 13:02
내일은 국민가수
내일은 국민가수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TV조선 표 오디션 프로그램의 한계일까. 학교폭력(학폭) 가해자 미화라는 논란을 자아냈던 '미스트롯2'에 이어 '내일은 국민가수'가 첫 방송부터 출연자를 배려하지 않은 가학적인 연출로 비판에 휩싸였다.

7일 밤 첫 방송한 TV조선 예능프로그램 '내일은 국민가수'(이하 '국민가수')에서는 예선을 거쳐 최종 본선에 진출한 111개 팀이 마스터 앞에서 오디션 무대를 펼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 후반부에는 그간 대중의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기성 가수들로 구성된 무명부의 무대가 공개됐다. 그 중에는 그룹 브로맨스 멤버 박장현도 있었다. 박장현은 과거 실력파 가수로 주목 받았으나, 음악 방송에서 음이탈 실수를 한 뒤 무대공포증과 공황장애를 얻어 가수 생활을 잠정 중단했었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밝혔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용기 내 무대에 올랐다"라는 박장현은 마스터인 케이윌의 노래 '꽃이 핀다'를 열창했고, 여전히 탄탄한 가창력과 깊은 감성으로 마스터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안타깝게도 박장현은 만점을 받지는 못했고, 마스터 신지는 같은 가수로서 박장현의 상황에 공감한다며 큰 용기를 내 무대에 선 그의 마음을 다독였다.

문제의 상황은 이후에 벌어졌다. 박장현은 마스터들의 심사평이 끝나갈 무렵부터 공황 장애 증상을 보였고, 급기야 오디션장을 잠시 빠져 나갔다. 이후 그는 스태프들에게 부축을 받아 건물을 벗어났고 자리에 주저 앉은 채 의료진의 도움을 받은 끝에 안정을 찾았다.

이 과정에서 호흡이 곤란해진 박장현이 스태프에게 고통을 호소하는 모습이 여과 없이 카메라를 통해 공개됐다. 본방송 당시 일부 시청자들은 온라인 상에 "기분이 좋지 않다" "트라우마가 떠오를 것 같다"라는 글을 작성하며 괴로워했다.

방송에서 선정적이거나 잔혹한 장면을 모자이크로 가리는 이유는 시청자들에게 끼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사전 차단하기 위함이다. 박장현의 상황 또한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고, 때로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오르게 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자막으로 대처하거나 여과된 장면을 보여주는 등 다른 방식을 택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의 고통을 내보인 박장현의 상처는 누가 책임져줄 것인가. 출연자의 인권을 보호하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는 제작진의 연출 방식이 첫 방송부터 드러난 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참가자들의 재능은 곧 오디션 프로그램 성공의 척도가 된다. 베일을 벗은 '국민가수'에는 세대와 장르를 뛰어넘은 다양한 실력파 가수들이 등장해 이목을 끌었고, 이들의 무대가 방송 직후 큰 화제를 모으고 1회 방송분이 시청률 16%를 돌파하는 등 심상치 않은 흥행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 제작진의 연출 방식을 이해하기 어렵다. 참가자들의 월등한 실력과 스타성 만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을 지닌 프로그램인데, 굳이 출연자의 상처를 들춰내는 가학적인 장면을 공개했어야 했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굳이 지나간 '미스트롯2'의 사건을 다시 돌아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앞서 '미스트롯2' 제작진은 출연자 진달래가 학폭 논란으로 인해 하차할 당시, 그의 하차 과정을 모두 촬영해 본방송에서 공개, 오히려 가해자인 진달래를 미화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학폭 피해 당사자의 충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모든 출연자를 방송 수단으로만 취급하는 비인간적인 시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에 벌어진 논란이다. '국민가수' 또한 마찬가지다. 이것이 TV조선이 말하는 오디션 명가의 품격일까.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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